가톨릭 자료실 > 한국의 성지와 사적지 > 최경환 생가 터

아직도 우물은 살아 있는데

김대건 신부와 함께 우리 나라 최초의 방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1805-1839년) 성인은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로, 또 성직자 아들을 두었다는 이유로 한없는 영광과 함께 온갖 곤욕을 치어야만 했다.
 
오늘날 신학생 아들을 둔 부모들이 밤낮을 기도와 희생으로 살아가며 부디 아들이 성인 사제 되기를 염원하듯이 최경환 성인은 아들 양업을 위한 끝없는 기도의 삶을 살았고 마침내는 굳건한 신앙으로 순교의 길을 걸었다.
 
차령 산맥의 줄기가 지나는 청양군은 대부분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대가 높은편이다. 청양읍에서 대천에 이르는 서쪽으로 포장 도로를 가다 보면 화성면이 나오고, 면 소재지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계곡을 따라 오르면 최양업 신부와 그의 부친 최경환이 탄생한 당시 홍주(洪州) 다락골이 나온다.
 
36번 국도에서 다락골 줄무덤 입구까지는 순례자들이 찾기 쉽도록 잘 포장되어 있는 양업로가 뻗어 있다. 이 양업로를 따라가다 보면 최경환 성인의 생가 터가 눈에 띄는데 마치 수줍은 새색시 모양 숨어 있다. 인근에는 최경환과 최양업 신부의 목을 축여 주었던 새터 우물이 아직도 보존돼 있다. 하지만 최양업 신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한 최경환 성인의 생가는 그 땅이 확보돼 있기는 하지만 아직 잡초만이 무성해 찾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다락골은 최씨 문중이 오랫동안 살아온 곳으로 최 신부의 조부 최인주가 신해박해(1791년) 때 피난해 정착함으로써 유서 깊은 교우촌이 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남부럽지 않은 집안을 일구어 오던 최씨 문중은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고향을 멀리 떠나 방랑 생활을 해야만 했다.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최경환의 집안은 원래 교회 창설 때부터 천주교를 믿어오던 집안이라 어려서부터 열심히 신앙 생활을 했고 성장해서는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李存昌)의 후손인 이성례(李聖禮)와 결혼한 뒤 가족들과 상의해 교우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로 이주한다.
 
청양 다락골에서 3대째 신앙을 지켜 왔고 지역에서 당당한 풍모를 자랑하던 최씨 집안은 장남 최양업이 신학생으로 선발돼 마카오로 떠난 후 고발을 빙자한 수많은 협잡배들로 인해 가산을 탕진하고 가족과 함께 서울 벙거지골, 강원도 춘천 땅으로 유랑길을 나선다. 하지만 계속되는 배신자들의 등쌀로 다시 경기도 부평으로 옮겨야 했고 최후에 정착한 곳이 바로 수리산 깊은 골짜기였다.
 
1837년 7월 수리산에 들어와 산을 일구어 담배를 재배하면서 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을 모아 교우촌을 가꾸면서 그는 전교 회장직을 맡아 열렬한 선교 활동을 편다.
 
하지만 그를 쫓는 발길은 깊은 산 속에 까지 미쳐 1839년 기해박해 때 서울에서 내려온 포졸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의 집을 급습해 온 포졸들은 부인 이성례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난 뒤 40여 가구에서 골고루 한 명씩을 잡아갔지만 최경환만은 아들을 유학 보냈다는 죄목으로 부인 이성례, 아들 희정·선정·우정·신정 그리고 젖먹이까지 모두 일곱 식구를 잡아가 옥에 가두었다.
 
후손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는 최씨 일가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섯 자식을 모두 끌고 옥에 갇히게 된 어머니 이성례는 세 살짜리 막내가 굶주림으로 숨이 끊어지자 그만 실성할 지경이 되고, 네아이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배교하겠노라 말하고 네 아이를 이끌로 풀려나온다.
 
하지만 옥에 갇힌 남편 생각에 정신을 차린 그는 아이들이 동냥을 나간 사이 다시 갇힌 몸이 되고 어머니를 목메어 부르는 4형제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한다. 어린 자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고 그 후로 동냥한 음식을 옥에 갇힌 부모에게 사식으로 넣어 주었다.
 
1839년 9월 12일 최경환 성인은 치도곤을 맞은 후유증으로 옥에서 치명한다. 그리고 이듬해 1월 31일 그 부인 이성례는 당고개에서 참수된다. 어머니의 참수에 앞서 소식을 들은 어린 4형제는 온종일 동냥한 쌀자루를 메고 희광이를 찾아가 단칼에 어머니를 하늘 나라로 보내 달라며 쌀자루를 건네는 눈물겨운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고 당일 한칼에 목이 떨어지는 어머니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어린 자식들은 동저고리를 벗어 하늘에 던지며 어머니의 용감한 순교를 기뻐했다고 전한다. [출처 : 주평국, 하늘에서 땅 끝까지 - 향내나는 그분들의 발자국을 따라서, 가톨릭출판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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