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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의 서슬은 간곳없고

지금은 원주 시청 별관 자리가 되어 버린 강원 감영, 곧 선화당(宣化堂)은 박해 당시 교우들을 처형한 곳이다.
 
985년 고려의 성종은 원주 지방에 강원감영을 세우고 선화당을 신축했다. 이에 따라 원주 일대의 죄인들은 이곳에서 형별을 받았다. 당시 이곳에서는 국사범 등의 중죄인은 물론 잡범들에 대한 형도 집행됐는데 박해가 일자 천주교도들이 대량으로 이곳에 잡혀와 갖은 고초를 겪은 후 처형되고 했다.
 
전국적으로 박해가 회오리처럼 몰아치던 당시에 전국 각 지방의 감영은 천주교도들을 잡아들여 이들에게 배교를 강요하고 온갖 고문을 일삼았다. 그래서 어느 감영이든 대부분 그 때 흘린 순교자들의 피와 고통의 역사가 구전을 통해 후손들에게 전해지곤 한다.
 
강원 감영이 품고 있는 슬픈 역사 역시 동네 어른들의 입을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때로는 아예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 순수하고 굳건했던 신앙의 정신만은 퇴색하지 않고 남아 있다.
 
시청 별관을 앞에 두고 강원 입영문, 곧 감영으로 들어서는 정문을 지나면 선화당이 눈에 들어온다. 우아하게 뻗어 내린 기와의 곡선이 아름답기만 하지만, 수많은 교인들이 단지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처참하게 피를 흘린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네 군데 처마 끝에 기와로 구운 보호 장구를 갖추고 있는 것이 이색적인 선화당은 임진왜란 때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다시 세워진 것이다. 후에 원주 목사 이후산이 불타 버린 감영을 대신해 객사(客舍)를 재건, 1660년부터 관리들을 위한 숙소로 이용했다고 한다.
 
시청에 찾아온 사람들이 세워 둔 자동차들 사이에 무심한 듯 서 있는 선화당이 바로 이처럼 순교의 피를 흘렸던 박해의 현장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박해의 역사가 문헌으로 남지 못하고 다만 구전으로 전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 주평국, 하늘에서 땅 끝까지 - 향내나는 그분들의 발자국을 따라서, 가톨릭출판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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