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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정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 바오로 대성전 봉헌 축일(1월 25일)

생각지도 않게 세상이 뒤집어지도록 크게 바뀌는 것을 '천지개벽'이라 한다. 어떤 한 개인이 그런 경우도 있다. 누군가 그 전과 전혀 다른 삶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개과천선'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도리에 맞지 않은 생활을 하던 이가 어느 날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새 삶을 사는 경우를 가리킨다.
 
세상이 바뀌면서 사람들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역으로 누군가 자신이 바뀌면서 세상을 뒤바꾸어놓기도 한다. 곧 세상을 다르게 만들고 그로 인해 또다시 다른 사람들의 생활도 바꾸어 새로운 삶을 살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신앙의 차원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어야 한다. 곧 쇄신의 삶을 살게 하는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교회에는 많은 성인이 있다. 이분들은 우리 교회의 삶을 쇄신시키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고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기도 하였다. 특히 성 바오로 사도는 교회 설립에서 튼튼한 기초를 마련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삶을 제시한 분이시다. 바오로 사도의 개종은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이가 사도로 탈바꿈한 말 그대로 '개과천선'의 사건이며, 초대교회에서 '천지개벽'을 할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교회는 교회 기초의 커다란 두 기둥이신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를 기억하고 축일을 지낸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릿돌이 되시고, 사도들이 그 기둥들이다.
 
이 기둥들 가운데 베드로와 바오로는 가장 큰 버팀목이시다. 그래서 일찍이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을 함께 지냈다. 또 성 베드로 대성전의 사도좌 축일(2월 22일)에 견주어 성 바오로 대성전의 봉헌 축일(1월 25일)을 지낸다. 이날(1월 25일) 교황께서는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바오로 사도의 개종을 기념하는 순회미사(Statio)를 봉헌해 왔다.
 
바오로 사도는 사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열성 바리사이였다. 그는 그리스도교를 이단으로 여기고 앞장서서 박해를 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사실에 '눈뜨게' 된다. 바오로라는 새 이름을 받고 정반대의 새 삶을 살게 된다. 주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로 변신한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참 진리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투신'하였으며 전교활동을 끊임없이 펼쳤다. 신약성서의 수많은 서간들은 그의 작품이다.
 
바오로 사도가 살았던 새 삶으로의 전환은, 오늘의 우리 신앙인들에게 그리스도께 온 몸과 마음을 내어 맡기는 삶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자신에게 나타내 보이신 것을 보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인류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이었다. 그도 사랑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리스도 사랑의 포로가 되었다. 세상이 생명을 찾으면 죽음을 택하고, 재화를 추구할 때 가난을 갈구했으며, 휴식하기를 바랄 때 일을 더 찾는 삶을 살았다. 한마디로 '그리스도께 투신하는 회개의 삶'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리스도의 떼어놓을 수 없는 사랑의 힘'이었다. 이 사랑은 그리스도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그리스도와 밀착된 삶이 곧 생명이며, 천상이고 희망이며, 약속이고 축복이었다. 반면 그리스도와 결별하는 것은 지옥이며 죽음이고, 책벌이며 괴로움이라 토로한다. 그렇게 바오로 사도는 힘든 생활을 겪으면서도 사랑의 힘으로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스도의 능력이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바오로 사도에게 하느님의 '현현'(나타나심)을 보여주셨다. 그 사랑의 체험으로 언제나 기쁘게 살 수 있었으며, 그 기쁨은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현현'(복음전파)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도 세례를 통해 죄를 씻고 새 삶을 살게 되었다(제1독서). 그리고 그리스도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주님께 투신하는 삶을 추구하며 그분 안에서 기쁨을 누리는 생활을 찾는다. 진정 그렇게 산다면 그 기쁨은 이웃에게 향하는 '주님을 보여주는 삶'이 될 것이다(복음, 화답송). 이것이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보여준 삶이다.
[이글은 대구대교구 나기정 신부님께서 경향잡지(2003년 1월호)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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