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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정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신앙 고백

교우들이 모임을 할 때면 언제나 기도로 시작한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드린다.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 대화이며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 기도이다. 그래서 기도는 내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꼴을 갖춘 기도문들을 많이 사용한다. "가톨릭 기도서"에 나오는 일상 기도를 비롯한 여러 기도들이 그렇다. 이 기도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도하면서 다듬어진 것으로, 기도문으로서 적절한 표현들이기 때문에 공통으로 지정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반복하여 외우는 기도들도 있다. 같은 구절들을 되풀이함으로써 묵상하는 기도이다. 우리는 이 기도들에 대해서도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염경기도(소리기도)는 기도문의 내용이나 구원신비에 관한 의식(생각)을 갖지 않고 기도할 때 공허한 기도가 되기 쉽다. 우리가 자주 드리고 또 반복하는 기도들은 모두 외워서 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꼴을 갖춘 기도문을 욀 때에 의식하지 않으면, 기도가 가져다주는 내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없다. 정신을 기울여야 마음을 온전하게 갖추게 되는 것이다.
 
미사를 봉헌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늘 똑같은 미사 통상문 같은 경우에는 습관적으로 외우게 되는데, 의식을 갖추고 기도해야 한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신앙고백문'이다. 평일미사에서는 외우지 않지만, 주일과 대축일 그리고 지역교회의 성대한 축제일에 이 신앙고백문을 기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자들이 모두 암기하고 있으므로, 별 의식없이 욀 가능성이 많은 기도이다. 신앙고백문은 신앙을 고백하는 기도문이다.
 
신앙고백문(신경)은 언제부터 시작된 기도인가? 처음 신앙고백을 하는 자리는 세례를 받을 때이다. 지금도 세례 받을 때에 다른 형식으로 신앙을 고백하게 되며, 부활 성야 예절 때에 세례를 갱신하면서 신앙을 되묻고 고백하는 똑같은 예식을 거행한다. 이렇게 세례 때에 하던 신앙고백이 미사에 도입된 것은 5세기 때이다.
 
가장 먼저 비잔틴 교회(동방교회)에서 시작하였고, 6세기에는 스페인 교회와 유럽의 여러 교회에도 도입되었다. 이때에는 주님의 기도 앞에 신경을 바쳤으므로 영성체 준비를 위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또 그 배경은, 아리아니즘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였으므로, 그 이단을 막고 신앙의 기본 교리를 더욱 분명하게 심어주려고 신경을 바쳤던 것이다. 8세기에 와서 오늘날처럼 복음 다음에 외우게 되었다.
 
가장 늦게, 11세기에 와서 로마 교회의 미사에 신앙고백문이 도입되었다. 주일과 몇몇 축일, 또 신경과 관련된 예수 성탄과 성령 강림 사이의 주님의 축일, 성모님과 사도들의 축일 등에 신경을 외었으며, 이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앙을 잘 고백할 수 있을까? 먼저 우리가 미사 때에 고백하는 신앙고백문은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며, 또 하나는 '사도신경'이다. 앞의 것은 예루살렘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세례식 때 하던 신앙고백문을 발전시킨 것이다. 니케아 공의회(325년)와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년)는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참된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선포한 것이며, 칼케돈 공의회(451년)에서 교회의 공식 신앙고백문으로 결정하여 이름이 그렇게 붙은 것이다.
 
이 고백문은 일찍부터 동방교회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로마 교회가 11세기에 미사에 도입하게 된 것이다. 사도신경은 서방의 세례식 때 사용하던 신앙고백문을 발전시킨 것으로 3세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신경은 13세기에 이르러 서방교회(로마 교회)의 공식 신앙고백문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신경은 간결하고 신심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미사 때의 신앙고백으로는 보충과 예비의 역할에 한정된다. 또 신경의 주요 내용들을 살펴보면, 창조주 하느님 성부, 외아들 그리스도의 강생 구속, 성령의 천주성, 사도 전승의 보편 교회, 후세의 삶과 죄의 용서 등 핵심 교리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은, 우리가 비록 믿음을 습관적으로 실행하더라도 나의 믿음에 관한 의식을 갖고 되새기는 고백의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앙고백은 지금까지 들었던 하느님의 말씀과 공동체의 화답, 그리고 사제의 강론을 통한 하느님 말씀의 해석 다음에 하는 것으로 공동체의 총체적인 응답이요 '아멘'이다. 신앙고백은 독서와 강론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공동체가 여기에 동의하고 응답하면서 자신들의 신앙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사도신경'만 줄곧 외워온 경향이 많다. 하지만 오늘날 미사 통상문이 개정된 다음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고백문으로 사용하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이 신경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내용을 일목요연하면서도 매우 상세하게 담고 있는 편이다. 쉽게 암기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이 신경은 교회에서 우선하는 공식 신앙고백문이다. 이 신경을 '눈으로 보면서' 차근차근 한 구절씩 되새김질 한다면, 아무런 의식 없이 외우지는 않게 될 것이다. 앵무새처럼 나의 믿음을 외우기만 하는 것은 마음을 공허하게 할 수 있다. 비록 더 길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여 한 구절씩 되새김질하듯 고백하는 것이 믿음을 더 확고히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글은 대구대교구 나기정 신부님께서 경향잡지(1998년 7월)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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