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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정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파견 예식

우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시간은 변화의 측정 단위이다. 시간은 순간순간 우리가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순간의 연속이 시간이다. 시간의 한 지점인 각 '시(時)'와 '시(時)' 사이의 연속과 연결이 시간이다. 순간은 다른 순간으로 넘어간다. 그것이 흐르는 시간이다. 순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제나 현재이면서 금방 과거가 되고, 금방 다가올 현재는 미래이다. 그래서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언제나 함께 있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불완전하다. 완전을 향해 발전하고 진화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것들은 시간의 제약을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 하느님께서는 완전하신 분이시기에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신다. 하느님은 시간이 없으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는 말이 아니다.
 
완전하신 분이시기에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결같이 성실하신 분이시며 약속을 꼭 지키시는 분이시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시고 늘 '현재'로 계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하느님은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함께'하실 수 있는 분이시다.
 
지구가 돌고 달이 지구를 회전한다. 또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주기(리듬)라고 한다. 하루, 한 달, 한 해라는 주기가 여기서 나온다. 한 주간도 한 달을 네 등분하여 나눈 주기이다. 이렇게 주기를 따라 흐르는 시간이 '우주의 시간'이다. 여기에도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우리는 리듬을 갖춘 주기의 시간 흐름 속에 산다. 그래서 매번 한 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면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을 맞게 된다. 시간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구원 업적(사건)'이 있다. 시간을 초월하신 하느님께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역사 안에 이루신 업적이요 사건이다. 그래서 구원 사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 속에 들어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사건'을 그 '시간'에 '기념'하여 거행한다. 그러면 그 구원 사건은 우리 가운데 다시 '재현'된다. 그것이 '전례'이다. 전례는 하느님의 구원 사건을 기념하여 거행하는 것이다. 그 사건이 구체적으로 그 시간에 '실현'되는 것이다. 전례를 통해 그 시간에 하느님을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나는 것이며, 그 시간은 '우주의 시간' 속에 있는 우리에게 '구원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미사를 포함한 전례 시간은 그래서 '하느님과 만나는 체험의 시간'이며, 하느님을 만나기에 행복과 기쁨을 누리게 된다.
 
시간은 이렇게 자꾸 흐른다.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또 얼마 지나면 새해가 시작된다. 마침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다. 이제 한 해를 마치게 되면,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고 새해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무슨 일이든지 마칠 때가 되면 그 일을 돌이켜보고 되새기면서 일의 본래의 모습, 본래의 정신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다.
 
미사를 마치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침은 새로운 시작이라 했다. 미사 전례를 통해 하느님과 만나고 사랑을 체험한다. 미사를 마치면서 이 점을 생각한다. 또 미사 전례를 통해 얻은 기쁨과 행복을 이제 일상에서 새롭게 시작하기를 다짐한다. 미사에서 주님을 만나고 사랑을 체험하였던 기쁨을 간직하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미사의 '파견'이다. 그래서 파견은 지금의 만남에서 떠나 이웃에게로 다가가는 것이다. 우리만의 그리고 우리 공동체 사이의 교류와 나눔이 이제 나의 일상과 이웃과의 새로운 만남, 우리가 받았던 은혜와 기쁨을 나누는 일을 시작한다.
 
미사의 파견은 마침 예식에서 강복을 한 다음 이루어진다. 강복은 파견을 앞두고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함께 머무르시기를 기원하는 축복이다. 그리고 파견은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사를 통해 이루었던 체험과 기쁨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 기쁨을 일상에서 똑같은 마음으로 간직하고 '평화'를 구현하기를 기원한다.
 
파견 예식은 중세(6-7세기)에 와서 도입되었다. 매우 간결하고 단순하였다. 다만 '끝났습니다. 가십시오(Ite, missa est)' 정도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동방과 다른 교회의 파견 내용을 보면, '평화 가운데 가십시오.' '평화로 나아갑시다.' 등의 표현을 썼다. 그렇다. 미사 전례를 통해 얻은 은총과 만남의 기쁨은 우리의 일상에서 '평화'로 드러난다. 기쁨을 간직하고 사는 이들은 마음의 평화를 갖고 생활하며 이웃들과 평화를 도모한다. 이제 일상에서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하고 그것이 복음을 전하는 일이다. 우리말 파견 기원에서 그 점을 잘 말해준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외에도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가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눕시다.' 또 더 나아가 '주님을 찬미합시다.' 라는 표현들을 예로 제시하였다. 그렇게 커다란 기쁨을 주심에 감사하고 그 기쁨을 간직하고 살기를 다짐하면서 우리는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큰 소리로 화답한다. 그리고 곧바로 그 기쁨을 표현하는 '파견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교회는, '미사 전례에 참여한 교우들이 주님을 찬미, 찬송하며 선행을 하도록 파견된다.'(미사 전례 총지침, 57항 2)고 말한다.
 
미사 전례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시간 속에 오신 분을 만나고, 우리를 구원하신 사건을 또 다시 체험하였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과 함께하였고, 주님을 뵈었기에 기쁨이 가득하다. 그 기쁨이 가득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벅차고 가슴 뿌듯하게 파견 노래를 불러보자. 다 함께 큰소리로 파견의 노래를 부르자. 그래서 미사 전례를 통해 받은 은혜를 우리의 일상에서 실천하여 드러내고 이웃들과 평화를 이루도록 다짐해 보자. 그것이 복음을 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글은 대구대교구 나기정 신부님께서 경향잡지(1998년 12월)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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