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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정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거룩하시도다

누구든지 예쁘다, 멋있다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다. 아름다움은 좋은 것이기에 기분이 흐뭇한 것이다. 세상에는 추한 것도 적지 않다. 날마다 뉴스나 신문기사에 오르내리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 자연과 인간에게 해를 끼쳐 아름다운 세상에 추한 모습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본래 세상은 모두 아름다운 것이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더라고 하셨다. 아름다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선한 것을 추구한다. 악한 것을 멀리하고 선한 것을 찾는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심어주신 본성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악한 것들이 적지는 않지만 선한 것들이 더 많다. 본래 세상은 모두 선한 것이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더라고 하셨다.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이 선하고 착한 것이기 때문이다.
 
감추인 것은 드러나고 진실은 밝혀진다고 예수님이 그랬다(마르 4,21 참조). 우리도 숨김없이 진실하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거짓된 것들이 적지는 않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듯이, 진실 앞에서는 거짓도 사라진다. 본래 세상은 있는 그대로 진실한 모습이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더라고 하셨다.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은 감추임없이 진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래 세상은 아름다우며 선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것을 우리는 '진, 선, 미'라고 한다. 철학자들은 이 진선미가 합쳐진 것이 '거룩함'이라고 하였다. 달리 말하면 거룩함[聖]은 완전한 진선미의 결합이라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분이시다. 그래서 그분이 만드신 세상 만물도 거룩한 것으로서, 진실하고 선하며 아름다운 것이다. 당연히 하느님께서는 영원히 진실하신 분, 끝없이 선하신 분, 무한히 아름다우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완전하신 분이시다.
 
하느님은 거룩하시다.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전례에서도 이 거룩하심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주님의 거룩하심을 우리는 미사의 감사기도 시작 부분에서 노래부른다. 감사기도는 감사송으로 시작하는데, 이 감사송 끝부분에 온 회중이 큰소리로 '주님의 거룩하심을 환호'한다. '거룩하시도다'는 미사에서 창미사곡 가운데 하나인 1급 성가에 해당된다. 그래서 집회에 모인 회중 전체가 천상의 천사들과 성인들과 함께 주님의 거룩하심을 노래한다(미사 전례서 총지침, 55항 나). 1급 성가란 다른 것은 노래로 하지 않더라도, 이것을 가장 우선하여 노래로 불러야 하는 중요한 공동체 성가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감사기도를 시작하는 감사송에서 왜 주님의 거룩하심을 우렁차게 노래하는가? 성찬 전례의 감사기도에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크나큰 사랑의 업적을 기억하고 감사드린다. 감사드림은 감사송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감사기도 전체가 감사의 내용이다. 주님께 감사드림은 자연스럽게 '찬양의 자세'로 전환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감사송을 마치면 온 회중이 다 함께 큰소리로 '주님의 거룩하심'을 찬양한다. 찬미하는 환호이기에 일찍이 2세기경부터 전례 안의 성가로 사용되었다.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5세기이며, 이 시대 대부분의 감사기도문들이 이 '거룩하시도다'를 수록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이 환호노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거룩하시도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하늘과 땅에 가득 찬 그 영광! 높은 데서 호산나!)는 대부분이 이사야서 6장의 내용으로 성부이신 야훼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노래한다. 반면 후반부(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높은 데서 호산나!)는 시편 118편과 루가 복음 19장의 내용으로 여기서 '주님'은 직접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아리아니즘의 영향을 거슬러,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과 똑같은’주님’이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감사송에서 부르는 '거룩하시도다'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인간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던 예수께서 지금 이 자리에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제대에 오심을 환영하고 찬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전체 회중'이 주님의 거룩하신 모습을 우렁차게 '노래불러야' 그 진가를 다 드러낼 수 있다. 그런데 일부 미사 전례에서는 다른 부차적인 부분들을 노래하려고 힘쓰면서도, 정작 이 '거룩하시도다'를 그냥 외는 경우를 본다. 더 중요한 것을 소홀하게 다룬 경우이다. 다른 것은 모두 노래로 하지 않더라도 이것만은 1급 성가이기에 노래로 불러야 할 것이다.
 
주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다. 하느님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우리도 완전해야 한다고 하셨다(마태 5,48). 주님의 완전하심과 거룩하심을 기억하며 큰소리로 외치고 되새기면 그분의 모습을 닮게 된다. 진실하시고 항상 선하시며 아름다우신 모습을, 주님의 거룩하심을 찬미함으로써 배워 닮을 수 있다. 우리도 주님의 거룩하심을 우렁차게 노래하여 주님을 더욱 닮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래 세상의 모습을 더욱 잘 드러내도록 해보자. 세상은 하느님의 훌륭한 작품이 아닌가.
[이글은 대구대교구 나기정 신부님께서 경향잡지(1998년 9월)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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