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일
서울대교구장 2025년 사목교서
‘희망의 순례자들’ 희년
희망하는 교회, 순례하는 교회, 선포하는 교회!
"여러분의 희망이 성령의 힘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 (로마 15,13)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2025년은 25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입니다.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나 마흔아홉 해가 된 다음 해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레위 25,10)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50년마다 희년을 선포했습니다. 교회는 1300년에 보니파시오 8세 교황님께서 이 은총의 해를 처음 제정하신 이래 50년마다 이를 기념해 오다가, 15세기부터는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25년으로 주기를 바꾸었습니다. 우리 서울대교구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희망의 순례자’ 희년에 발맞춰, 올 한 해 사목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강조하여 실천하고자 합니다.
1. 희망하는 교회
이번 희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희망의 순례자’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희년의 목적과 의미는 그저 ‘전대사를 얻는 좋은 기회’에 그치지 않고, "구원의 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을 깊여가는 해로 우리를 초대함에 있습니다. 이 뜻깊은 희년에 예수님과 더욱 깊은 만남을 이어가면서,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수없이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의 땀과 피를 바탕으로 이룩한 경제적 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지만, 풍요로움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여러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급급한 상황입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알게 모르게 커져 가고,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크게 걱정하게 만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며, 청년 실업 문제, 주택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현상도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정신 건강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분단된 조국의 평화 통일에 대한 관심은 식어가고, 미·중 갈등을 포함하여 남북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긴장과 갈등이 커져가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는 ‘희망’을 선포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영원한 가치를 가르쳐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의 지평을 열어주셨기에, 이 영원한 생명의 지평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것들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가치에 맞추어 변화시키도록 불리움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로마 8,24-25 참조)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사람들입니다.
2. 순례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모든 희년 행사의 근본 요소는 순례"라고 하셨습니다. "전통적으로, 순례 여정을 나서는 것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도보 순례는 침묵, 노력, 단순한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됩니다."라는 교황님의 말씀대로, 순례는 ‘우리 인생이 바로 순례하는 여정’임을 묵상케 합니다. 도보 순례에서 흘리는 땀방울을 통해 우리네 삶에서 땀 흘리는 수고로움의 고귀한 의미도 되새기게 되고, 순례 여정을 함께 하는 우리가 모두 영원한 생명을 향해 시노드 여정을 함께하는 길동무임을 새삼 고맙게 느끼게도 됩니다. 나아가, 도보 순례는 이 세상에서 ‘지나가는 것’과 ‘영원한 것’을 묵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순례하는 교회의 지체인 우리에게는 ‘영원의 도시’ 로마 순례가 아니더라도, 서울 도심에도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인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싶습니다. 2025 ‘희망의 순례자’ 희년에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성지 중 적어도 한 곳 이상을 도보로 순례해 봅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순례 여정 중에 순교자들의 믿음을 묵상해 보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믿음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시다.
여기에 더하여, 순례하는 교회로서 잊지 말아야 할 더욱 중요한 여정은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들어가는 영혼의 내적 순례 여정’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주일미사를 참례하고 윤리적 삶을 지켜나가는 단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깊은 만남, 우리 삶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는 구원자이신 그분의 인격과의 만남의 여정이고, 그분과 사랑의 우정을 깊여가는 여정임을 잊지 맙시다. 이를 기억하며, 내적 순례의 여정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 앞에 머물면서 그분과 ‘단둘이 나누는 우정의 대화’ 시간인 성체조배에 맛을 들입시다. 모든 신자가 본당에서 하는 성시간이나 성체조배는 물론,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매월 첫 목요일 저녁에 하는 ‘교구장과 함께하는 성체조배’에도 이 희년 중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직접 참여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조건 없이,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 한없는 사랑을, 성체를 통해 만나봅시다.
3. 선포하는 교회
어느 학자가 ‘하느님은 명사(noun)가 아니라 동사(verb)이시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저 위’에 좌정하고 계시는 분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와 자비로 우리에게 직접 다가오시는 분이며, 우리를 당신과 인격적 관계로 초대하시는 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표현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이렇게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분의 사랑을 혼자만 마음속에 가두어 두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하고 외치게 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카 19,40)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복음의 기쁨〉 9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선은 널리 퍼져 나가기 마련입니다. 진리와 선에 대한 모든 참다운 경험은 그 자체로 우리 안에서 자라나는 성향이 있고, 진정한 해방을 맛본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의 요구에 더욱 민감해집니다. 선은 퍼져 나가면서 뿌리내리고 자라납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인용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복음의 기쁨을 맛본 그리스도인은 이제 ‘선포하는 기쁨’을 살아야 합니다! 복음의 선포는 단지 큰 목소리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1) 먼저, 애덕 실천으로 하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처럼,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나는 실천으로 나의 믿음을 보여 주겠습니다."(야고 2,18)하신 야고보 사도를 본받아 우리 그리스도인은 애덕 실천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기쁨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2) 다음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모습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동행의 모습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모두 우리 사회의 동등한 주인공임을 인정하고, 그렇게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복음을 선포하는 좋은 모습입니다.
(3) 끝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또 한 가지 방법으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있습니다. 2027년 여름에 서울에서 진행될 ‘세계청년대회’는 단지 청년들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함께 개최 준비를 해나가는 전 과정을 통해 남녀노소가 다 함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모두를 위한 잔치요, 신앙의 체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① 첫 번째 방법은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② 두 번째 방법은 대회 기간 중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들에게 ‘홈스테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③ ‘세계청년대회’에 주역으로 참가하는 세 번째 방법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 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합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장기 봉사든 단기 봉사든 방법상으로도 아주 다양하게 열려 있습니다.
‘희망의 순례자’를 주제로 2025년 희년을 맞는 우리 모두 ‘희망하는 교회, 순례하는 교회, 선포하는 교회’를 살아가면서 복음의 기쁨을 더 깊이 체험하고, 선포하는 기쁨을 누리는 한해로 가꾸어 나갑시다.
교회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4년 대림시기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대주교 정순택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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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서울대교구장 2024년 사목교서 요약
하느님은 선교이십니다.
시노드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선교, 참여”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계속 걸어갑시다
교구의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느님의 축복이 교구의 모든 형제들과 자매들께 충만하길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2021년 10월 10일 시노드 개막 미사를 집전하심으로써 ‘2021-2023 제16차 시노드’를 시작하셨습니다. 그 주제는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선교’(For a synodal Church: communion, participation and mission’)이고, 그 회기를 1년 연장하여 2024년 10월 말에 폐막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시노드 관련 법규를 수정하셔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의원 주교들의 회의체(‘주교대의원회’)로서의 시노드와는 달리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시노드’로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우리 서울대교구의 2024년 사목교서를 통해 ‘시노드 교회란 선교하는 교회’임을 강조하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계속 걸어갑시다.”라고 호소하고자 합니다.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선교’(For a synodal Church: communion, participation and mission’)라는 이번 제16차 시노드의 주제는 ‘우리 교회가 어떤 모습의 교회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교회론적인 방향성의 제시이고, 우리 모두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 지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선교는 “종교적 산물의 마케팅”이 아니며,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삶 자체가 선포가 된다.”라고 이번 시노드 의안집(52항)은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생활은 단지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계명을 지키며 착하게 살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해방시키는 한 인격과의 만남, 곧 구원자 하느님, 살아계신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여정이요, 그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에 감화되어 우리도 사랑의 여정에 동참하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선교는 좋으신 하느님을 만난 그 기쁨을 몸소 살고 증언하는 일입니다. 선교란,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신앙생활입니다. 선교의 토대는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드님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3,16) 이렇게 예수님의 생애가 성부로부터 파견되어 행하신 선교의 삶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과 행동과 인격은 하느님께서 피조물 안에 현존하시는 방식을 드러내고 성사화(聖事化)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선교는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바로 선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 그리스도인은 모두 선교사입니다.”(복음의 기쁨 120항)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선교, 참여’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친교’(Communio)란 그저 사회적, 사교적 만남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결합’이라는 수직적 차원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라는 수평적 차원이 있다고 시노드 의안집(46항)은 설명합니다. 시노드 교회가 지향하는 ‘친교’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인격적 만남을 포함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성사와 말씀, 그리고 기도 등이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의 친교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일치’라는 친교의 수평적 차원이 비로소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친교’ 안에는 하느님 앞에서 ‘본연의 나’ 자신과 맺는 친교(Communio)도 있습니다. 세상이 주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감각적 화려함이나 안락함에 참행복이 있는 것처럼 매달릴 때, ‘나’는 ‘껍데기 나’에 매달리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본연의 나’를 만나고 그 ‘참된 나’를 하느님 안에서 받아들이고 내 존재를 감사하게 되는 것도 ‘친교’의 한 차원입니다.
‘선교’(Missio)는 ‘친교’(Communio)를 지향하고 ‘친교는 선교적입니다.’ 선교는 인간적이고 세상적인 논리 대신에 하느님의 논리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모든 차원이 변화하여야 합니다. 교회로 볼 때 이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더욱 넓은 지역이나 더욱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 사항, 사고방식, 영감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변화시키고 바로잡는 것이기도 합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19항) 그러기 위해서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인격적 만남, 곧 친교는 선교의 필수적 전제이고 지향입니다.
‘참여’(Participation)는 ‘함께 가는 길’(syn-odos)이라는 시노드의 어원적 뜻을 잘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인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이요 하느님의 사랑받는 피조물로서, 영원한 생명이요 사랑이신 하느님께 나아오도록 함께 부르심 받은 주인공들입니다. 사회적인 지위나 물질적 조건에 무관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하느님 앞에서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 사회적 약자들이 다 함께 세상의 주인공임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애써야 합니다. ‘복지주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가 향하고 있는 새 하늘, 새 땅의 논리를 앞당기면서... 그분들을 동등한 품위를 지닌 존재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2024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그 ‘시노드 교회’를 향해서 힘차게 계속 걸어가는 한 해가 됩시다. 하느님과 깊은 인격적 만남 안에서 형제자매들을 새로운 존재로 만나 나를 넘어 ‘하느님 안에서 우리’를 만들어 가고, 그 누구도 소외됨 없이 모두가 세상의 주인공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면서, 복음의 빛과 기쁨이 사회 안에 매력적으로 풍겨 나가는 그런 교회를 만들어 갑시다.
특별히 2027년에 한국 교회 모두가 참여하고, 서울대교구에서 주최하게 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함께 준비해 가면서, 청소년·청년들의 준비 여정이 교회와 사회의 청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며 함께 참여하도록 합시다.
교회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3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대주교 정순택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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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우리 가톨릭교회가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하나의 전통으로,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하나의 조직체계와 하나의 복음과 하나의 교회법, 하나의 전승과 규범, 규정으로 이루어져 견고하고 확실한 교회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의 교리체계와 운영이 철학적 논리체계를 따르는 신학을 바탕으로 하기에 다소 삶의 매 순간과 서로 다른 상황에 일일이, 그것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견고하고 확실한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신자들 각자에게는 거룩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가가기에는 다소 차디차고 엄격하며 융통성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근대 포스터 모더니즘 사상 조류가 활발하게 진행될 무렵부터는 대규모 교회에 와서 미사 참례를 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일관되어 왔던 신앙전통이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신자들이 교회를 찾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오 대륙 각 지역의 교회들이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교회에 조금 더 친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나름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성당에 와서 미사 참례하고, 주모경을 화살기도로 바치고, 아침저녁 기도와 삼종기도, 묵주기도 그리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살아 있는 신앙을 살기에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신자들과 함께하시면서 신자들의 삶 안에 살아계심을 절절히 느끼고 생생히 살아가도록 하는 방안으로, 신자들이 복음을 토대로 한 교리 지식을 배우고 그 교리가 안내하는 실천 양식을 따르게 하기보다는, 신자들이 직접 복음을 읽도록 하자고 선택하셨습니다.
복음을 직접 읽으면서, 말씀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 삶에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 것인지 깨닫고 적용하도록 하자고 정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사는 삶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어떤 면이 예수님의 말씀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발견하고, 같은 면은 어떻게 발전시키고 다른 면은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 모색하고 실천하여 적용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만들자고 새 교회의 정신을 정하였습니다.
1965년 전 세계 주교님들이 로마에 모여, 제2차 비타칸 공의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공의회에서는 교회의 모습을 ‘하느님 백성인 교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성령의 궁전인 교회’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교회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다 함께 그리스도 신자로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하느님 백성이며, 또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한 몸을 이루며, 교회는 또 주님의 성령께서 머무시는 성령의 궁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교회의 모형을 교계제도라는 사회조직의 형태를 갖춘 ‘제도인 교회’, 주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성사인 교회’, 주님 말씀을 듣는 ‘청취자인 교회’,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 ‘주님의 고난 받는 종인 교회’, 그리고 ‘친교인 교회’라고 선언했습니다.
특별히 ‘친교인 교회’ 모형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와 일치,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교와 일치, 세계교회와 지역 교회 그리고 교구와 본당 사이의 친교와 일치, 교회 구성원 간의 친교와 일치를 친교 교회론의 원형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친교는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주요소입니다.
1985년 제2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에서 주교님들은 “교회는 성사이다. 즉, 하느님과 맺는 친교의 표징이고 도구이며, 또한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과 맺는 친교와 화해의 표징이며 도구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교를 가장 잘 표현하고 수립할 수 있는 교회의 형태를 소공동체로 삼았습니다. “만일 새로운 기초 공동체들이 진실로 교회와 일치하고 있다면, 그들은 친교의 진실한 표현이며 보다 항구한 친교의 건설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교회 삶의 커다란 희망의 원인이 될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를 거친 후 이 친교 교회론은 각 대륙에서 그 대륙별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교회에서는 ‘기초 교회 공동체’(BCC[BEC]: Basic Christian [Ecclesia] Community)란 이름으로, 아프리카 교회서는 ‘작은 그리스도교 공동체’(SCC: Small Christian Community)란 이름으로, 아시아 교회에서는 ‘소공동체’(SCC)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주교회의에서는 아시아 소공동체의 영성을 다문화, 다종교 사회 안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조화의 영성’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선포하셨습니다.
1993년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님은 교회의 외적 성장에 비해 교회 내적으로 복음 정신에 기초한 친교와 봉사의 공동체 모습을 상실했다는 현실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김 추기경님은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소공동체를 건설하자는 사목 정책을 선언하였습니다. 2000년대 복음화를 향한 소공동체 사목의 주안점을 ‘말씀 중심의 친교 공동체’, ‘사회 복음화의 사명 실천’으로 잡았습니다. 서울대교구는 친교 교회론의 주제인 ‘공동체들의 친교’를 ‘공동체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로 번역하고 소공동체 사목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역대 서울대교구장님들은 사목표어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로 잡으셨습니다. 교구장님들께서는 눈부신 경제 발전에 비해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었고,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고, 인간보다 물질이 우선되는 그릇된 가치관이 도덕과 양심마저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자살이나 낙태의 증가, 배아 실험 등 생명파괴의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교회 역시 본당과 지역 간의 복음화의 차이가 심화되고, 미사 참례자 수의 감소, 청소년들의 소극적인 교회 참여 등으로 ‘새로운 복음화’에 직면하였다고 진단하십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인용하여, 새로운 복음화란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복음화를 의미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34항을 인용하여, “오로지 새로운 복음화만이 깊고 빛나는 신앙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이의 실현을 위하여 긴요한 것은 이들 선진국이나 민족들의 교회 공동체 자체의 구조를 먼저 개선하여 그리스도화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교구장님들께서는 아울러 교회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복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지만, 무엇보다도 교회 자신이 끊임없는 회개와 쇄신으로 자신을 복음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복음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살면서 해왔던 신앙생활로는 부족하다는 말입니까? 주님께서는 일찍이 제자들에게,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고는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좋은 활동을 많이 하고, 기적을 많이 일으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부연설명 하십니다. 그리고는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24절) 라고 확언하십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너희가 듣는 말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다.”(요한 14,23-24) 라고 하십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현대의 복음선교’에서 ‘복음 선교는 그리스도를 알리고 세례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17항),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 사항, 사고방식, 영감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잡는 데 있다.”(19항)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오로 6세는 또 우리의 삶과 전통 및 생활 관습을 아우르고 있는 ‘문화의 복음화도 필요하다’(20항) 라고 덧붙이십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복음화는 교회가 인간과 전 인류에게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헌이며(2항), “선교는 믿음의 문제이며 그리스도와 우리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믿는 우리 믿음의 정확한 지표”(11항)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선교를 비그리스도인에 대한 선교,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복음화, 즉 재복음화로 나누었습니다(33항).
그리고 선교 방법으로는 실천을 통한 증거와 부활하신 예수님의 복음 선포, 그리스도교적인 회개와 세례, 지역 교회 설립, 복음화의 힘인 기초 교회 공동체 육성, 복음과 민족 문화와의 융합, 다른 종교인들과의 대화, 양심 교육을 통한 인간 발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 등을 선교의 아홉 가지 방법으로 잡았습니다. 그 중 “주교들과 주교회의들이 사목 활동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기초 교회 공동체는 가정이나 그와 비슷한 한정된 환경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교리를 공부하고 인간과 교회 문제들을 공동 노력으로 해결하고자 토론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들은 교회 안에서 활력의 표지이고 신자 양성과 복음화의 도구이며, ‘사랑의 문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사회의 출발점”(51항)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 나누기 7단계를 비롯한 교구의 사목 정책이 운동처럼 활발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비신자들이나 사이비 종교인들처럼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자기를 드러내기를 꺼리며 익명으로 머무르려는 사람들이나 매 순간 새롭게 진솔하게 복음을 나누지 않거나 하루아침에 복음화되지 않는 세상과 자기 자신을 탓하며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의 말씀을 자기 자신의 삶에 거듭 적용하며, 하늘나라를 이루어나가는 방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고 더 나은 방법이 나올 때까지는 교형자매들과 함께 복음을 통한 주 예수님을 만나고 모시며 살아가는 신앙생활에 충실해 주시기 바랍니다. 혼자의 이해와 느낌만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회합과 모임에서 복음 나누기를 하면서, 서로의 나눔을 통해 주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와 함께하시며 그를 통해 드러내시는지 바라보고, 서로가 서로의 삶 속에 어떻게 주님께서 함께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이해와 그 체험에 대한 해석을 식별해 주고, 함께 활동하면서 하늘 나라를 이루기로 합시다.
오늘 교회력으로 2023년을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에, 우리에게 말씀으로 다시 오시는 주님을 뵈옵고, 형제자매들과 복음과 삶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참 기쁨과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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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서울대교구장 2022년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회 공동체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2013년 ‘신앙의 해’를 기점으로 우리 교구는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예상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상황으로 복음화의 여정이 순탄하지 못하였습니다.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중단되거나 미사 참석 인원이 제한되기도 하고, 신앙 교육과 단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가정과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또한 자신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본당과 교구의 살림을 걱정하며 성심껏 협조해주신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명동밥집’과 백신 나눔 등을 통해 부지런히 사랑을 실천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은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여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2티모 4,2 참조)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신앙생활이 느슨해진 이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때입니다. 이웃에게 힘차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다른 이를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다시 한 번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도록 노력합시다. 성경 말씀과 기도, 교회 가르침과 미사 그리고 사랑 실천을 통해 신앙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교구의 모든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먼저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구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힘을 모아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1)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공동체’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을 남기고 승천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복음 선포를 사명으로 맡기신 것입니다. 복음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기쁜 소식’이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체험해야 합니다. 이 기쁨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성경과 기도, 교회의 가르침과 미사, 사랑 실천을 통해 주님을 자주 만나야 합니다. 박해 시대의 우리 신앙 선조들은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를 받을 기회가 적었지만, 꾸준히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열렬히 기도하고 부지런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박해와 죽음을 이기는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신앙 선조들을 본받아서 꾸준히 성경 말씀을 읽고, 열심히 기도합시다. 또한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가능한 자주 미사에 참례하며,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합시다. 이렇게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노력을 통해 복음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체험하게 되면, 복음화된 그리스도인으로서 확신 있게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주님이 그러셨듯이 복음 선포를 통해 “모든 형제들”에게, 특히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형제들에게 기쁨과 희망,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2)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교회는 세상을 넘어선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면서 살아가지만, 다른 한편 세상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다고 하신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교회는 교황님의 뜻에 일치하여 “공동의 집”인 지구에 평화를 이루는 공동체, 평화를 나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생태적 회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생태적 회개는 오늘날 교회가 수행해야 하는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교회는 모든 사목 활동을 통해 공동의 집인 지구를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전하는 창조질서의 수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개인뿐 아니라 교회가 공동체 차원에서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합니다. 아울러 언어·생각·행동·정보 등의 의식과 감성의 쓰레기도 배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근거리 농산물과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면서, 무절제한 소비주의 생활양식에서도 탈피해야겠습니다. 아울러 일상에서 조금은 불편하게, 느리게, 그리고 소박하게 사는 것을 몸에 익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3)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가운데 서로 형제자매가 되는 공동체를 원하셨습니다(마르 3,35 참조). 교회는 바로 그런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완성된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입니다. 교회의 행동과 삶의 기준인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식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마음을 열고 논의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함께 걸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해서 말씀하십니다. 교황님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여정에 온 교회가 동참해달라고 당부하십니다.
교회의 ‘함께 걸어가는 여정’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결합을 드러내고, 또한 사랑이신 하느님과 교회의 일치,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우리의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가 됩니다. 아울러 세상을 향한 교회의 열린 마음과 태도의 표징도 됩니다. 순례하며 선교하는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함께 걸어가는 여정’은 우리 모두가 복음화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와 봉사자로 부르심 받았음을 일깨워 줍니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는 하느님의 뜻을 기준으로 교회 안팎의 다양한 문제들을 식별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야 합니다.
사제 여러분, 교구장 주교인 저와 일치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양들을 위해 헌신하도록 노력합시다. 특별히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면서 주님의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사제들은 이들을 포함한 모든 신자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될 수 있도록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 의탁하고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성경을 읽으면서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기도 안에서 그분과 대화하며,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미사를 통해 주님과 일치하고, 사랑을 실천하도록 합시다.
남녀 축성 생활자 여러분, 우리는 점점 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적 태도가 짙어지며, 외적 활동에 치중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을 정화하고 치유하기 위해 수도자들은 더욱 철저히 자기 봉헌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바치는 기도와 ‘청빈·정결·순명’의 삶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교회에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의 소임을 통한 협력, 특히 돌봄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신자들과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증거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신자 여러분, 구세주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요한 1,10-11 참조) 세상 안에서 그분의 제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하신 주님께서 우리 구원의 여정에 동행해주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도록 합시다. 이 믿음의 힘으로 가정을 비롯한 학교, 직장, 각종 모임, 본당과 지역, 그리고 세상 안에서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여정’을 충실히 살아가 주십시오. 아주 작고 소박한 것일지라도 여러분이 살아가는 자리에서의 작은 신앙의 실천이 복음화의 여정을 증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기 위해서 ‘신앙의 기초 다지기’에 더욱 마음을 기울여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소중히 여기며, 복음화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도 적극 노력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200년 전 이 땅에 탄생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두 사제의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열정을 본받고자 노력했습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구별된 공동체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일어서기 위해서 올 한 해 다시금 신앙의 기초를 다집시다. 복음화되어, 자신과 교회 그리고 이웃과 세상을 복음화하는 여정을 살아갑시다. 이러한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회 공동체’로서의 노력은 2031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200주년’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굳건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순교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1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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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서울대교구장 2021년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교구 공동체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구는 신앙의 기초를 다지며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두 해 동안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힘써 온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2021년에는 그동안 맺은 열매들을 바탕으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교구 공동체’를 가꾸는 데에 교구의 모든 신자들과 본당 및 기관이 힘을 모아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고 말씀하십니다. 세례받은 우리 모두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선교사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체험한 복음의 기쁨을 우리의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넘어 세상 곳곳에 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지구촌 곳곳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세상살이도 커다란 위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복음이 가져다주는 큰 기쁨과 행복을 새로운 방식으로 온 세상에 증거해야 합니다. 올 한해 가정과 본당 그리고 세상 안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많은 이들에게도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선교적 교구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합시다. 이에 교구가 지향해야 할 참다운 선교적 자세를 믿음, 희망, 사랑의 향주덕에 비추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교구는 하느님께 믿음을 두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신앙을 선물로 받은 믿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이 믿음을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어 공동체를 통하여, 공동체와 함께, 공동체 안에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스스로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또한 미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온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교구 공동체를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전하는 ‘믿음의 공동체’로 더욱 변화시켜 참된 선교 사명을 수행하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2)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희망의 공동체’입니다.
교구는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공동체입니다. 오늘날 악의 세력은 점점 하느님의 뜻보다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가치가 더 중요한 것처럼 우리를 유혹합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안의 두려움과 불안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만이 우리의 희망임을 외치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의 노예살이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셨고, 엘리야로부터 세례자 요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언자들을 통해 당신이 언제나 함께하고 계심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는 외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에게 부활에 이르는 참된 생명의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께 희망을 두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진정한 선교사는 자신의 선교 사명 가운데 예수님께서 언제나 함께 살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 교구 공동체는 참된 ‘희망의 공동체’가 되어 지치지 않는 선교 열정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3)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교구는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공동체입니다.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룬 첫 신자 공동체의 생활은 온 백성에게 호감을 얻었기에 날마다 구원받을 이들이 늘어났습니다(사도 2,42-47 참조). 우리도 하느님께로부터 전해 받은 사랑을 공동체와 더불어 충실히 살아감으로써 그리스도를 모르는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안드레아가 형인 베드로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라며 기쁨에 차서 복음을 전한 것처럼, 가장 먼저 자신의 가까운 이들로부터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말로만이 아니라, 온 삶으로 전해야 합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을 통하여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고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을 때,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 가난한 이들이 들어오지 못”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교구 안에서, 특히 코로나19로 더욱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복음의 기쁨을 전해야겠습니다. 교구 안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상 모든 곳에도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내 선교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과 그들이 함께하는 현지의 어려운 이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전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을 통해 그리스도를 삶의 자리와 처지에로 모셔가는 교구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로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할 것입니다.
사제 여러분, 교구장 주교인 저와 일치하는 가운데 “선교를 핵심으로 하는 사목”에 더욱 힘을 기울여 주십시오. 200년 전 이 땅에 탄생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두 사제의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열정을 본받는 삶을 살아갑시다. 여러분이 동반하고 있는 본당과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은 여러분 안에서 착한 목자이신 주님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마음과 눈길, 그리고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실까? 주님의 손길은 어떻게 어루만지실까?’를 묻고 실천합시다. 주님을 본받아 ‘찾아가는 사목’, ‘함께하는 사목’을 실현하는 선교사가 됩시다!
남녀 봉헌 생활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유한 신분을 통하여 선교에 더욱 충실하여 주십시오. 여러분의 기도는 복음화를 지향하고 실현하려는 교구 공동체에 큰 힘이 됩니다. 아울러 기도생활과 더불어 하느님과 공동체로부터 받은 사랑을 고유한 활동을 통하여 증거하는 삶을 살아주십시오. 각자의 소임의 자리에서 기도하며 일하는 사랑의 선교사가 됩시다!
신자 여러분, 가정을 비롯한 학교, 직장, 각종 모임, 본당과 지역, 그리고 세상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 주십시오. 여러분이 생활하는 모든 곳은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복음화의 사명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인 및 공동체 차원에서 신앙 성숙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 주십시오. 코로나19로 신앙생활과 세상살이의 어려움이 크겠지만 ‘신앙의 끈’을 간직하고, 이어주고, 전하는 선교사가 됩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도 바오로는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라고 복음 선포의 사명을 일깨워주십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구별된 공동체이어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고 말씀하십니다. 올 한 해 동안 하느님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두는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을 살아갑시다. 이러한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구 공동체’로서의 노력은 2031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200주년’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증언한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순교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0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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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2020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요약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구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하여 신앙의 기초를 다지고자 노력해왔습니다. 2020년에는 가정이 맺은 열매를 바탕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자 합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교구의 모든 신자들과 본당 및 기관이 힘을 모아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구 공동체’를 이루려고 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2019년 전교주일 담화문에서 “저는 언제나 선교사이고, 여러분도 언제나 선교사입니다. 세례 받은 모든 이가 선교사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가 무엇보다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가정과 본당 그리고 사회 안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복음을 체험하고 전하는 선교적 교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본당 공동체는 복음을 전하고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선교적 노력을 통해 세상 속에 복음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의 참된 성사(聖事)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올 한 해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본당은 ‘신앙의 공동체’입니다.
본당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화되고 복음화하는 공동체’입니다. 다시 말해 본당은 ‘복음의 기쁨을 믿고, 체험하며, 보존하고, 성장시키는 신앙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라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요약하십니다. 그러므로 참된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본당 공동체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신앙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둘째, 본당은 ‘하나 되는 공동체’입니다.
본당은 복음의 기쁨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고 기도하셨습니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화목한 한 가족을 이루는 모습이야말로 ‘살아있는 복음의 증거’이며, 세상을 ‘복음화하는 삶’이 됩니다. 아울러 본당의 여러 가정들, 다양한 세대들, 소공동체들, 교회 운동과 단체들이 조화를 이루게 될 때 본당은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기쁨 안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본당 공동체는 진리를 목말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동네 샘’으로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27항).
셋째, 본당은 ‘선교하는 공동체’입니다.
본당은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선교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급변하는 세상 가운데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 됩니다. 때로는 그 도전이 무거운 짐처럼 여겨질 때도 있을 것이며, 사람들의 냉대와 무관심 등으로 인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도전 앞에 우리는 언제나 세상을 향해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 복음을 전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는 풍성한 열매를 맺어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본당이 각 지역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증거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사제 여러분, 교구장 주교인 저와 일치하는 가운데 사목활동 안에서 선교를 위한 노력에 더 힘을 기울입시다. 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구역 안의 다양한 사회복지 시설, 학교, 병원, 관공서 등에도 더 큰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특히 독거노인이나 이주민 등과 같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깊은 관심과 돌봄에 힘써주십시오. 본당 구역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이 복음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찾아가는 사목’에 힘을 기울여 주십시오.
남녀 봉헌 생활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유한 신분 안에서 선교에 충실합시다. 여러분의 기도와 고유한 활동을 통해 선교를 지향하고 노력하는 사목자들의 좋은 협력자가 되도록 힘써주십시오. 또한 선교의 바탕은 하느님과의 사랑의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알 수 있도록 본당의 신자들에게 기도와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신자 여러분, 가정을 비롯한 학교, 직장, 각종 모임뿐 아니라 본당과 지역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갑시다. 자신의 재능, 시간, 그리고 가진 바를 복음화를 위하여 기쁜 마음으로 봉헌하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복음화를 위해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을 증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라는 말씀처럼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 공동체가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기쁨을 체험하고 나누며 전한다면 진정 선교의 공동체, 복음화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교구의 모든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공동체가 되도록 여러분을 위해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주님의 말씀이 올 한 해 각 본당 안에서 더욱 풍성히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이는 우리의 가정과 교회 공동체를 넘어 세상 곳곳에 ‘복음의 기쁨’이 도달하는 길이 될 것이고, 2031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200주년’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증언한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순교자들,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9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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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2019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선교의 기초이며 못자리인 가정 공동체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구는 2012년 10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선포하신 ‘신앙의 해’를 기점으로 복음화를 위하여 다섯 가지 사목 목표를 매년 하나씩 실천하였습니다. 곧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그리고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을 살아왔습니다. 각 본당과 기관에서 또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충실히 걸어온 이 여정은 허약했던 신앙의 기초를 보다 튼튼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이루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교구민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맺은 열매들을 바탕으로 이제 저는 교구의 사목 방향을 새로운 열정과 방법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교회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그동안 사도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도우심 아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지체가 된 우리 역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참다운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야겠습니다.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 교회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전하는 복음이 그 의미대로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체험해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이 그 기쁜 소식을 곧바로 다른 이들에게 전했듯이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체험한 그리스도인은 누구라도 지체 없이 온 마음을 다해 그 사랑을 전할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세례를 통하여 짊어진 무거운 의무가 아니라 우리가 체험한 기쁨을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선물이요 아름다운 몸짓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라고 외치는 바오로 사도처럼 우리 역시 주님의 구원을 선포하는 도구가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고 전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저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공동체인 가정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성인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며 동시에 “복음이 빛나는 곳”이라 말씀하십니다.(‘가정 공동체’, 52항 참조) 이처럼 가정은 복음 선포를 위한 가장 작은 공동체이며 동시에 우선적으로 복음화되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도 현대 사회의 가정이 직면한 위기들(‘사랑의 기쁨’, 52-57항)을 말씀하시면서 “복음의 메시지가 가정 안에서, 그리고 가정들 사이에서 언제나 울려 퍼져야”(‘사랑의 기쁨’, 58항)한다고 권고하십니다. 가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키우며, 전하는 못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이렇게 가정은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는 가운데 복음화되고, 그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복음화하는 교회의 기초 공동체입니다. 이제 저는 가정 공동체가 새로운 열정과 방법으로 복음을 보다 더 잘 선포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가정은 ‘사랑을 배우고 키우는 학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자기중심적인 사랑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이타적인 사랑입니다. 가정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이해하며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키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사랑의 학교입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교 가정은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성찬의 친교에 참여함으로써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키우는 가정이 되어주십시오.
부부는 하느님과 공동체 앞에서 맺은 혼인 계약을 기억하며 “상대방의 성숙을 위한 하느님의 도구”(‘사랑의 기쁨’, 221항)가 되어야 합니다. 가정생활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위기들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가정의 중심에 두십시오. 서로 다른 성(性)을 지닌 부부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협력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의 전달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부부는 가정이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그 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환대하는 자리”(‘사랑의 기쁨’, 166항)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신들의 기대나 원의보다 자녀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여정을 찾고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여 주십시오. 또한 자녀는 부모가 보여준 놀라운 사랑에 늘 감사하며 자신들이 받은 그 사랑으로 부모를 섬겨야 합니다.
둘째, 가정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신앙을 이어주는 자리’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인 부부가 서로에게 뿐만 아니라 ‘자기 자녀들과 다른 가족들에게도 은총의 협력자이며 신앙의 증인’(‘평신도 교령’, 11항)이라고 가르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신앙을 가르쳐 주는 첫 스승”(‘사랑의 기쁨’, 16항)입니다.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참된 부모는 자신이 먼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필요성을 느껴야 합니다.(‘사랑의 기쁨’, 287항)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체험한 부모는 자신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앙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거나 신앙 안에서 힘과 위로를 얻지 못하여 잠시 교회를 떠난 가족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도 안에서 사랑의 마음과 인내의 태도로 그들을 기다려주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교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아울러 조부모 역시 자신이 선물로 받은 신앙을 후손들에게 선물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자손들이 신앙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웃을 위하여 기도하며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모범이 되어주십시오. 신앙을 전하는 것은 참된 사랑의 실천입니다.
셋째, 가정은 ‘세상에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도구’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그리스도인 가정이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선교적인 것이 되어야”(‘사랑의 기쁨’, 230항)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자기 가정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자신의 가정을 넘어 이웃과 세상을 향하여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면서 그들을 복음화하는 가정 공동체가 되어주십시오.
사제 여러분, 사목활동 안에서 선교를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입시다. 사제 자신의 재능, 시간, 그리고 가진 바를 선교를 위하여 더 활용하도록 합시다. 특히 오늘날 다양하고도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가정이 선교의 기초이며 못자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가정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돌보아주며, 그들이 복음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구체적인 사목활동을 펼쳐 주십시오.
남녀 봉헌 생활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유한 신분 안에서 선교에 충실 합시다. 여러분이 보여주는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삶은 참된 선교의 힘이기에 신자들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 밖의 많은 이들에게도 복음의 기쁨을 가져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신자 여러분, 가정생활 안에서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기억하며 학교, 직장, 각종 모임 등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갑시다. 이것이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후예인 우리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 답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오늘날 우리 가정이 많은 어려움과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음을 알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 어려움과 고통 속에 갇혀서 믿음의 여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내십시오. 여러분의 가정이 자비하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예수님의 사랑 안에 튼튼해지길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가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의 기쁨을 체험하고 나누며 전하는 선교의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가정 안에서 그리고 우리의 가정을 통하여 풍성히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증언한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가정을 이루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 가정도 ‘작은 가정 교회’가 되도록 빌어주소서.
2018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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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
2018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사랑은 새로운 복음화의 열매 -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구는 2012년 10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선포하신 ‘신앙의 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허약한 신앙을 튼튼하게 다지는 노력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노력은 신앙의 강화와 성장을 위하여 다섯 가지 사목 목표를 세워 매년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곧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이 그것입니다. 올해는 그 마지막 해로서 지금까지 다져온 신앙에 기초하여 우리 교구 전체가 사랑으로 열매를 맺는 삶을 실현하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런 하느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초대에 합당하게 응답하려면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 안에 머물면서 그분 사랑을 닮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것’(1요한 4,19 참조)을 깨닫고, 체험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지난 4년 동안 하느님의 말씀과 기도, 교회의 가르침과 미사 전례에 중점을 두고서 신앙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온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깨닫고, 체험하고, 머무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 더욱 다져진 우리의 신앙을 토대로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여 사랑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처럼 “삶의 시작은 믿음이고, 완성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일생을 온전히 하느님 아버지와의 일치 안에서 사랑을 전하면서 사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사도 바오로는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도 야고보 역시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7)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사랑이 없는 믿음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고, 믿음이 없는 사랑은 끊임없이 의심에 좌우되는 감정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믿음에 기초한 사랑의 삶, 사랑으로 드러나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 신자답게 살려면, 먼저 우리를 사랑해주신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여 성실하게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려고 노력합시다. 이를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묵상하며, 체험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랑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 곧 예수님과의 친밀한 만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모든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 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라고 권고하십니다.
성경 말씀과 기도, 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만나는 사람은 그분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으로 변화되어 이웃을 사랑하게 됩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의 계명을 이루며 서로 성장과 성숙을 불러일으킵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드러나며 또 이웃 사랑은 우리를 하느님께 대한 더 깊은 사랑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 기술의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영적 가난으로 고통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바로 이들에게 우리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육체적 차원은 물론 영적 차원에서도 실천되어야 합니다. ‘배고픈 이, 목마른 이, 헐벗은 이, 나그네 된 이, 병든 이, 감옥에 갇힌 이들의 힘이 되어 주고, 죽은 이들을 장사지내 주어야겠습니다. 또한 의심하는 이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에게 가르쳐 주며, 죄인을 꾸짖고,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며, 모욕한 자를 용서해 주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를 인내로이 견디며,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묻는 율법 교사에게 예수님께서는 길에서 강도를 만나 죽어가는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루카 10,29-37 참조)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무 상관없지만 지금 이 순간 고통 받는 이들까지도 사랑해야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함께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고,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면서 보여주신 사랑의 삶을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고 말씀하십니다.
당신 사랑 안에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체험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믿음의 완성입니다. 그러므로 각 본당과 기관에서는 자신의 삶에서 하느님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들을 숙고하고 실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본당에서의 소공동체 모임이 이러한 사랑의 실천을 위한 도구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제 여러분,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도록 노력합시다. 사제로 불림을 받은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선익과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돌보도록 합시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육체적·영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남녀 봉헌 생활자 여러분, 봉헌 생활 안에서 체험하는 하느님의 사랑과 복음의 기쁨을 교회와 세상에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관상 생활이든 사도적 생활이든 여러분의 고유한 카리스마를 통하여 “복음을 선포하고 일치와 성덕과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건설하는 사명에 열정을 지닌 이들”이 되도록 노력하여 주십시오.
신자 여러분,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가정 공동체와 본당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배우고 성장시켜가야겠습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올바르게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신앙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가정과 본당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작은 숯불 조각들이 모여 온기와 빛을 주는 하나의 커다란 숯불이 되듯 각자는 가정 공동체 안에서, 가정은 본당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을 중심에 둔 공동체는 자신이 살아가는 학교, 직장, 사회 안에서 사랑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 답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 한 해 하느님의 말씀을 더 깊이 묵상하고, 기도로 그분의 뜻을 더 헤아리며,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그분의 삶을 더 배우고, 미사 전례 안에서 그분의 사랑을 더 깨닫고 체험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랑의 열매를 맺는 신앙’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온 삶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보여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7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대림 제1주일
2017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미사는 새로운 복음화의 중심 -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구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뜻에 따라 2013년 한 해를 ‘신앙의 해’로 지내면서 우리의 허약한 신앙을 강화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자 신앙강화를 위한 다섯 가지 방안을 한 해에 한 가지씩 실천하면서 지내왔습니다. 말씀으로 시작되어, 기도로 자라나며,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강화의 여정을 걸었고, 올해는 미사로 하나가 되는 신앙의 해를 보내고자 합니다.
미사 전례는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입니다. 주님의 말씀, 공동체의 기도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신앙의 종합선물과도 같은 미사는 새로운 복음화의 중심이며 원동력입니다.
미사 안에 현존하시면서 우리를 거룩하게 해 주시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한마음 한뜻이 되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2천 년 전에 배경과 기질이 서로 다른 제자들을 하나로 불러 모으신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서로 다른 우리들이 신앙 안에서 하나가 되도록 미사 안에 현존하시며 이끌어 주고 계십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주님과 일치를 이루면서 형제적 공동체의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곳이 바로 미사입니다.
미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호를 그으면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성호경을 바치면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자녀임을 고백합니다. 말씀 전례 중에는 독서와 복음을 함께 들으면서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에 집중하는 가운데 자신의 생각을 뒤로하고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주님과의 일치 안에서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이룹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미사 전례 중에 ‘신경’을 바치며 가톨릭 교회가 2천 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온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면서 한 신앙 안에서 서로 일치를 이룹니다. 시간적으로는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지켜 왔던 모든 신앙의 선조들과 하나가 되고, 공간적으로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가톨릭 신자들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성찬 전례에서도 주님과의 일치, 신자들 서로 간의 일치가 이루어집니다. 예물을 봉헌하면서 십자가 상에서 당신 자신을 바쳐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 어려운 이웃과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그들과 일치를 이룹니다. 성찬 전례의 핵심인 영성체에서 주님과의 일치, 신자들 간의 일치가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분의 몸인 성체를 영하게 되면 그분과 하나가 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또한 사도 바오로가 역설하듯이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는 이들은 그분 안에서 서로 하나가 됩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당신과의 일치 안에서 서로 가족과 같은 교회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사람이 가정 안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하듯이 신앙인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영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통해 참된 신앙이 보존되고 전달되기에 교회를 멀리하면 신앙의 불꽃은 쉽게 꺼져 버립니다. 어머니이신 교회의 품 안에 머물면서 미사에 참례하여 복음을 함께 경청하고,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신앙을 함께 고백하며, 가진 바를 서로 나누고, 영성체로 주님 안에서 서로 일치를 이룰 때 신앙은 유지되고 성장합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특별히 미사 중에 주님의 말씀과 성체의 힘으로 신앙이 자라나 굳건해질 때 세상에 나아가 각자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전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성체는 우리에게 주시는 그리스도의 선물인 동시에 이웃에게 빵과 신앙을 나누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약속을 상징한다.”고 하시며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타인의 영적·물적 성장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아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하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각자는 참으로 예수님과 함께 세상에 생명을 주는 쪼개진 빵이 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삶을 쪼개어 나눌 수 있는 힘은 바로 성체성사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오늘도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며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말씀하시는 부활하신 주님 사랑의 힘을 믿고 체험하고 전해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하나 되어 굳건한 믿음, 확고한 희망, 따뜻한 사랑의 삶을 사는 우리들은 주님을 모르는 이들을 교회와 복음의 삶으로 인도하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 한 해에는 특별히 미사 전례의 핵심이자 ‘교회 일치의 원천이며 친교의 공현(公顯)인 성체성사’의 삶을 함께 살아가자고 교구민 모두에게 요청하고 싶습니다.
사제 여러분, 여러분은 날마다 축성의 말씀을 되풀이하고 여러분 손에서 이루어지는 위대한 사랑의 기적을 증언하며 전달하는 고귀한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매일 거룩한 미사를 첫 미사 때와 같은 기쁨과 열정으로, 생의 마지막 미사처럼, 유일한 미사처럼 거행하십시오. 또한 감실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며, 감실 안에 머무시는 주님을 세상 삶의 자리로 모셔 가십시오.
수도자 여러분, 감실에 계신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이 당신 곁에 머무르기를 바라신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과의 친교를 더욱 깊게 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삶에 의미와 충만함을 채우고 증언하십시오.
교우 여러분, 여러분이 처한 상황이 각자 다르지만 삶에 필요한 빛과 힘을 성체성사에서 얻도록 노력하십시오. 무엇보다도 가정의 아름다움과 사명을 충만히 체험하기 위해서 성체성사의 은총을 재발견하시기 바랍니다. “가정 성화의 기반은 세례성사에 있으며 성체성사에서 그 극치를 이룹니다. 배우자를 위해 헌신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주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사랑의 마음과 나눔의 신비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가정은 최초의 신앙 학교이며 부모는 최초의 교육자’이므로 부모는 믿음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자녀들에게 심어 주고 뿌리내리도록 보살펴야 할 자신의 의무를 항상 기억하십시오.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하여 미사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례하기 바랍니다. 미사 전에 성실히 준비하도록 합시다. 전례 시작 전에 한 주간의 삶을 돌아보며 감사와 회심을 올리는 묵상과 침묵의 시간을 잠시라도 가집시다. 또한 그날 미사 독서와 복음 말씀을 미리 읽고 마음에 새기도록 합시다. 필요한 경우에는 고해성사를 통하여 내적 준비를 충실히 하도록 합시다.
성체 공경은 미사 중에는 물론, 미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성체께 마땅한 흠숭을 드리기 위해 개인적인 성체 조배와 공동체가 함께하는 성시간과 성체 강복에 자주 참여하여야겠습니다. 그리고 건강이나 노령으로 미사에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하여 병자 영성체로써 영적 도움을 주는 일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올 한 해 동안 미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복음화의 열정을 재발견하고, 교회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가 우리의 삶과 복음화의 중심임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사 전례 안에서 체험하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은 우리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도록 파견합니다. 우리 교구가 미사로 하나 되어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임을 함께 느끼며, 성령으로 충만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체성사의 모범이시며 인류 최초의 감실이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그리스도의 순수한 빵과 포도주가 되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6년 11월 27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대림 제1주일
2016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교회의 가르침은 새로운 복음화의 나침반-
“성경 봉독과 권고와 가르침에 열중하십시오.”(1티모 4,13)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구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뜻에 따라 2013년 한 해를 ‘신앙의 해’로 지냈습니다. 저는 한국 천주교회가 ‘허약한 신앙’의 상태에 있다고 진단하고 신앙의 강화를 위해 다섯 가지 방안을 표어에 담았습니다. 곧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교회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미사로 하나 되는 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이 그것입니다.
올해는 그 세 번째 해로 교회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우리의 신앙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고자 합니다.
신앙인은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서 믿고 희망하며 사랑하며 삽니다.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기도를 통하여 그분과 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악의 세력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사탄의 일꾼들이 의로움의 일꾼처럼 위장”(2코린 11,15)하여 나타나 선과 진리를 왜곡하고 그릇되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신앙인은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요한 10,16)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교회의 목자를 세우시어 당신의 자녀들이 악의 세력에 현혹되어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인도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을 파견하시면서 만민에게 세례를 베풀고 당신이 제자들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셨습니다(마태 28,19-20 참조). 이 명령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교황과 주교들에게 맡겨져 세상 끝 날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교회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입니다. 우리는 주일과 대축일 때마다 미사 중에 ‘사도신경’이나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으로 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 아버지, 세상 구원을 위하여 사람이 되시어 수난하고 부활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 대한 믿음을 고백합니다. 신경에는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가면서 증거한 믿음, 오랫동안 교회가 다져온 정통신앙이 담겨 있습니다.
신경과 더불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신앙의 해’를 선포하시면서 이 두 문헌을 특별히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공의회 문헌들은 올바로 읽혀져야 하며, 교회의 전통 안에서 교도권의 중요한 규범적 문헌들로 널리 알려지고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이 세기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반을 우리는 공의회에서 발견합니다. 공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교회의 쇄신에 더욱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믿음의 문’, 5항) 또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장 중요한 결실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교리서는 교회 생활 전체의 쇄신에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이 교리서가 신앙 교육을 위한 확고한 규범이며 교회의 친교를 위해 유효하고 권위 있는 도구임을 확인합니다.”(‘믿음의 문’, 11항)
교회의 가르침은 나침반처럼 항상 신앙 여정의 길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우리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생활을 할 때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신앙을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는 특히 150년 전 신앙의 순교자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150년 전 병인년에는 많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고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지난 여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셔서 주교님들에게 기억의 지킴이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기억의 지킴이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교황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우들은 신앙 때문에 순교한 선조들을 공경합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믿고 따른 진리를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온전히 하느님과 이웃 선익을 위하여 사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지혜롭고 위대한 민족은 선조들의 전통을 소중히 여깁니다.”(2014년 8월 14일 공직자들과의 만남에서 하신 교황님의 연설)
“기억의 지킴이가 되는 것은 과거의 은총을 기억하고 고이 간직하는 것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합니다. …… 순교자들과 지난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기억은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이상화 되거나 승리에 도취된 기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회개하라고 촉구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지 않고 과거만 바라본다면, 우리가 앞으로 길을 나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리의 영적 진전을 가로막거나 실제로 멈추게 하고 말 것입니다.”(2014년 8월 14일 한국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하신 교황님의 연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박해 상황에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믿고, 믿음대로 살며, ‘주교요지’, ‘상재상서’등을 저술하여 그 가르침을 전하였습니다. 또한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박해자들까지도 용서하며 하느님의 자비를 닮고자 했습니다.
올해 우리는 병인년의 순교자들만이 아니라, 남북 분단으로 순교의 길을 걸으신 신앙인들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분들의 순교의 의미를 새기면서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자유롭게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도록 기도하고, 또 노력합시다.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진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비유 말씀처럼,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습니다(마태 7,24-25 참조). 슬기로운 사람은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을 믿고 체험할 뿐 아니라 사랑의 실천을 통해 하느님을 세상에 증거합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갈 것을 당부하십니다. “지금은 자비의 시대입니다. 평신도들이 자비를 실천하고 다양한 사회 환경에 자비를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십시오.”(2015년 1월 11일 삼종기도 때의 말씀) 지난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에는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는 칙서 ‘자비의 얼굴’을 통해 우리에게 자비로운 신앙인이 되길 촉구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입은 신앙인은 그 자비와 사랑을 잊을 수가 없으며,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피의 순교’가 가능하지 않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땀의 순교’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땀의 순교’는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지금’ ‘여기에’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도록 노력하는 일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자비를 닮아 이웃에게 그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일일 것입니다.
동료 사제 여러분! 누구보다도 그리스도를 닮아야 하는 사제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신자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신자들이 사제 여러분들에게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제의 고유 직무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며, 성사를 집전하는 가운데 신자들이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특히 교회의 가르침을 강조합니다. 예컨대 사제들이 직접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교리를 가르치고 성사를 베푸는 가운데 신자들이 사제 여러분들에게서 하느님의 자비의 얼굴이신 그리스도를 볼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도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봉헌생활의 해에 다짐했던 바를 잊지 말고 복음 삼덕 안에서 참된 행복과 기쁨, 자유를 누리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신자들이 기도로 하느님께 나아가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삶을 여러분을 통해서 배울 수 있도록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하느님의 힘을 드러내는 기도자의 모습을 여러분들에게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 사회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회적 불신과 박탈감이 팽배합니다. 경제적 양극화, 정치적 갈등,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어둠에 빛을 비추어야 하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불의와 부패를 이겨내는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시작되고, ‘기도’로 자라난 신앙을 이제 ‘교회의 가르침’으로 더욱 다져가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세상에 알리는 그리스도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한국 천주교회의 주보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15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대림 제1주일
2015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기도는 새로운 복음화의 활력-
‘사도들과 신자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4 참조)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은 우리 국민 전체가 큰 아픔과 슬픔을 겪었던 한 해였습니다. 성모님처럼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루카 2,35) 극심한 고통을 당한 분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위로의 말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지난 8월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통해서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건네주셨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을 통해 순교자의 씨앗으로 성장한 우리 한국 천주교회가 나아갈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순교자들은 곤경과 박해 속에서도 한결같이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서로 돕고 격려하며 살았습니다. 이러한 신앙 선조들의 삶을 이어받아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에게 좀 더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삶을 살아갈 때 우리가 선포하는 복음 말씀이 더욱 힘차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하느님의 말씀은 새로운 복음화의 원동력’이라는 확신으로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사목 목표 실현을 위해 사목 현장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신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다가오는 2015년에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시작되고 일깨워진 신앙이 더욱 성장하도록 기도 생활에 전념합시다.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입니다.”1) 이런 기도 생활의 모범이요 스승은 바로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자주 외딴곳에 가서 기도하셨습니다(마르 1,35; 루카 5,16 참조). 공생활을 시작하며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후에 기도하셨고(루카 3,21 참조),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더 열심히 기도하셨습니다. 열두 사도를 뽑기 전에 산으로 가시어 밤새워 기도하셨고(루카 6,12 참조),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으며(루카 22,41-44 참조), 심지어는 십자가 위에서도 기도하셨습니다(루카 23,34.46 참조). 이렇게 기도는 예수님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분은 기도로써 성부와의 일치 안에 머무르셨고, 기도의 힘으로 성부의 뜻을 실천하셨습니다.
기도의 스승이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친히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분은 가장 완전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루카 11,2-4)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기도에서 우선 하느님께 합당한 찬미와 영광을 드려야 한다는 것, 그 다음에 험난한 세상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바를 간청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르 14,38)는 말씀을 통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하느님께 자녀다운 신뢰심을 지니고 꾸준히 기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과거 우리 순교자들은 사제를 만나 성사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매우 적었습니다. 하지만 아침기도, 저녁기도, 묵주기도 등을 충실하게 바치면서 살았고, 거기서 힘을 얻어 선교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다가 기쁘게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우리 역시 기도 생활에 충실할 때 신앙인답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 하루 생활 중에 기도하는 시간을 반드시 마련하여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기도합시다. 기도는 인간의 성화(聖化)와 세상의 복음화에 필수적입니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구원될 수 없습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기도의 모범이며 스승이신 예수님을 닮아 스스로 기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성무일도를 성실하게 바치도록 합시다. 또한 사제들은 신자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 정신에 따라 지속적인 기도 생활을 하도록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날마다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식사 전후의 기도, 성무일도를 바치고, 주일에는 미사를 중심으로 기도로써 거룩하게 지내며, 또한 전례주년과 그에 따르는 대축일을 경건하게 지내도록 권고합니다. 많은 고민과 부담을 안고 사는 오늘날의 신앙인들이 날마다 기도 안에서 주님과 가까이 지낸다면, 복음의 기쁨을 누리면서 교회와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또한 가족이 함께 기도하도록 노력합시다. 가족이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면, 가족 간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어 예수님의 성가정을 닮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기도를 배우고 익히도록 모범과 가르침으로 이끌어 주십시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정을 “가정 교회”라고 부르면서, 가정에서 부모들이 “말과 모범으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첫 스승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기도는 가정 성화와 복음화의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나와 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교회와 세상, 무엇보다도 가난과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특별히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갖가지 갈등과 분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7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남북 의 분단과 반목을 비롯하여 나라 안에서도 지역 갈등, 노사 대립, 보수와 진보의 분쟁 등으로 서로의 가슴에 많은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언어를 쓰는 하나의 민족 공동체입니다. 우리민족이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한마음, 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부터 노력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8월 18일 명동 성당에서 거행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화해, 일치, 평화라는 하느님의 은혜는 우리 각자의 회심(回心)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 상에서 모든 이를 위해 자신을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생각이 다른 이들을 적대시하지 않고 이해와 관용으로 대하려 할 때, 대립과 배척이 아니라 대화와 포용을 추구할 때 하느님께서는 화해와 일치, 평화라는 선물을 내려 주실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우리 자신부터 변화하도록 평화의 주님께 간절히 은총을 청하고, 평화의 수호자이신 성모님께 자주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전구를 청합시다.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 교구가 한마음 한 뜻으로 기도에 전념하며 살아간다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정, 교회와 세상의 참된 복음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 없이는 복음화가 불가능하다는 교황님의 말씀을 명심하기로 합시다. “성체 조배를 하고 기도 안에서 말씀과 만나고 주님과 성실한 대화를 나누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지 않으면, 우리의 활동은 쉽게 무의미해지고, 우리는 노고에 지치고 열정도 사그라지고 맙니다.” 우리 교구의 모든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를 통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며 복음 선포와 이웃 사랑의 길로 정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주보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14년 11월 30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대림 제1주일
2014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하느님의 말씀은 새로운 복음화의 원동력-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가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되어 올해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끝났습니다. 전임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더욱 북돋우기 위하여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는 취지에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교회 안팎에서 신앙을 위협하는 흐름과 요인들이 점점 더 증가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 신앙을 점검하고 새롭게 하기 위한 ‘신앙의 해’ 선포는 성령의 인도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신앙의 해’를 시작하면서 발표한 사목교서에서 한국천주교회가 당면한 신앙의 위기는 ‘허약한 신앙’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또한 허약한 신앙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섯 가지 표어에 담아 제시하였습니다.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이 그것입니다. 지침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우리 교구의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야든 기초를 튼튼히 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쌓아온 신앙의 기초를 좀 더 공고히 하기 위해 그동안의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교구가 ‘신앙의 해’를 위해 마련했던 다섯 가지 표어를 한 해에 한 가지씩 집중적으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사실 성경, 기도, 교회의 가르침, 미사와 성사, 사랑의 실천은 신앙의 성장과 강화를 위한 핵심요소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순차적으로 이 다섯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한다면 우리의 허약한 신앙체질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014년에는 첫 번째 주제인 성경 말씀에 역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합시다. 사도 바오로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의 믿음은 주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시작되고 성장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그래서 교회는 항상 성경 말씀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면서 탁월한 영적 양식으로 여겨왔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성경이라는 산 위에 모여 드십시오. 거기에는 여러분 마음의 기쁨이 있고 독성이나 해로운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것은 가장 비옥한 목장입니다.”
이처럼 성경 말씀이 중요한 영적 양식인데도, 성경을 매일 읽는 신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심지어는 매 주일 미사 참례하는 신자들 중에서도 성경을 거의 읽지 않는 분들이 약 30%, 3명 중의 한 명이나 됩니다.
성경을 읽지 않으면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을 체험할 수 없고, 따라서 신앙이 식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통해 당신 자녀들에게 말씀을 건네시면서 필요한 힘과 지혜, 용기를 주십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능력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매일 성경 읽기를 생활화합시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루카 8,15)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또한 주일 미사에 참여하기 전에 그 날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미리 읽고 마음에 새기는 준비의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이렇게 성실하게 준비한다면, 말씀 전례 중에 봉독되는 성경 말씀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으로 다가와 우리의 신앙을 기르고 굳세게 만들 것입니다.
신부님들께서는 신자들이 성경 말씀에 맛들임으로써 영적인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제 직무가 미사성제를 “목표로 하고 여기서 완성된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복음 선포가 사제의 첫째 직무임을 강조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그 무엇보다도 먼저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모이며, 이 말씀을 사제들의 입에서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사제는 신자들이 성경과 성찬의 두 식탁에 자주 참여하여 그들의 신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합니다.
사제의 첫째 직무인 말씀 봉사는 “사목적 복음 선포, 교리교육과 모든 그리스도교 교육”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에서 전례적 설교, 곧 미사 강론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따르면, “강론은 성경 메시지를 현재화함으로써 신자들이 현재의 자신의 삶에서 하느님 말씀의 현존과 그 활동을 발견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계속해서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하느님 말씀의 단순함을 가리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강론이나, 복음 메시지의 핵심보다 설교자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는 쓸데없는 빗나감을 피해야 합니다. 설교자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강론의 중심이 되셔야 하는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것임이 신자들에게 분명히 드러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설교자들은 성경 본문과 친밀해야 하고 꾸준히 그 본문을 접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강론을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 입니다. 하지만 신자들이 사제의 강론에서 영적으로 많은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면서 더욱 노력하기로 합시다.
성경 말씀이 참된 영적 양식이 되기 위해서는 “전체 교회의 살아 있는 전통”에 비추어서 읽혀지고 해석되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벗어난 성경 해석은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쉽습니다. 최근에는 어느 신흥종교단체가 자의적인 성경 해석으로 많은 신자들을 현혹시켜서 큰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회가 공인한 성경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신부님들, 특히 사목 현장에 계신 신부님들께서는 신자들이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요한 10,5)가 아니라 참된 목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참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 말씀을 귀담아 들으라고 명하십니다(루카 9,45 참조). 그분은 당신의 발치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던 마리아가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하십니다(루카 10,42 참조). 이처럼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간직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본질적 자세입니다. 바로 이런 자세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신 분이 성모님이십니다. 그분은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이 무슨 뜻인지를 “곰곰이 생각”(루카 1,29)하셨고, 예수님과 관련해서 놀라운 일을 당했을 때도 그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루카 2,19.51 참조) 또한 성모님은 주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2014년 한 해 동안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마음에 간직하여 삶으로 실천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가 성모님처럼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 갈 때 우리사회의 어둠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오늘날 올바른 가치관의 부재로 말미암아 물신숭배, 경제적 양극화, 생명경시, 거짓, 폭력 등과 같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 삶에 기준이 되고, 우리 발에 “등불”, 우리 길에 “빛”(시편 119,105)이 된다면, 이런 혼란과는 정반대의 모습, 곧 나눔, 정의, 생명, 정직, 화해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 모두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기쁘고 활기차게 신앙생활을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는 “사람이 되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맞아들일 때, 성령께서는 우리를 변모시키시어 미래로 가는 길을 밝혀주시고, 희망의 날개를 달고 그 길로 기쁘게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신다는 것을 압니다.”
세상은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면서 기쁘게 사는 이들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그리스도와 그분 말씀 안에서 기쁨과 희망의 삶을 살아간다면 교회와 세상이 새롭게 복음화될 것입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주보이시며 우리 믿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성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3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
대림 제1주일
2011년 서울대교구장 담화문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신앙의 해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히브 12,2)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신앙의 길로 나아갑시다.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2011년부터 사목교서를 통해 2020년을 전망하며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2011년 10월 11일에 자의 교서「믿음의 문」을 발표하시면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저는 두 분의 뜻을 이어 받아 2013년은 신앙의 해에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표현으로 시대적 상황과 조건에 맞는 복음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을 새롭게 복음화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복음 선포자이지만 먼저 교회 자신이 복음화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회에 속한 이들이 먼저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여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면서,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룰 때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열정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여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과의 친교에로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시고 받아들이십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하느님의 초대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답하고 신앙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세례 때에 죄와 마귀와 악의 유혹을 끊어버리고, 오직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으며 그분의 뜻대로 살아갈 것을 고백하였습니다. 우리의 응답과 삶이 과연 주님이 바라시는 모습인지 자주 되돌아보고 성찰하여야 합니다. 순례하는 교회는 늘 자신이 종말의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올바로 나아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성실히 신앙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2012년에 발간된『서울대교구 본당사목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기초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께 대한 굳건한 신앙으로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어서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사도 2,47) 얻었습니다. 하지만 ‘허약한 신앙’으로는 자신은 물론 세상을 복음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는 새로운 한 해 동안 합심하여 함께 ‘신앙의 기초’를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신앙의 기초를 강화하기 위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귀를 기울입시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교회는 언제나 성경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여 왔고, 성경 말씀을 영적 양식으로 삼아 거기서 힘을 얻습니다. 여러 교부들은 손으로 성체를 받았을 때 축성된 빵의 한 조각이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듯, 전례 중에 듣는 하느님 말씀을 헛되이 흘려버리지 말라고 충고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성경 안에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과 만나시며 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십니다.” 우리는 구약성경을 통해 하느님께서 어떻게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당신 백성을 구원에로 이끄시는지를 알게 됩니다. 또한 하느님께 대한 숭고한 가르침, 인생에 관한 건전한 지식과 구원의 신비를 배우게 됩니다. 신약성경은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죽음과 부활, 성령의 파견 그리고 사도들의 놀라운 신앙의 증거와 열정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원천이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더욱 자주 읽고 묵상하며 필사함으로써 우리의 믿음이 새롭게 되고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둘째,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합시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친구간의 우정이 대화를 통해 깊어지듯이 하느님과 우리와의 친교도 기도를 통해 더욱 돈독해집니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백성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였고 하느님의 뜻을 찾았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머무는 곳마다 주님께 제단을 쌓고 기도하였고, 모세 역시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났으며 이스라엘을 구원의 땅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 자주 기도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사명을 이행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앞두고 기도하셨고, 열두 제자를 부르시기 전에도 기도하셨으며, 결정적으로 당신의 수난을 통해 성부께서 세우신 사랑의 계획인 십자가 사건을 앞두시고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할 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시어 가장 아름다운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승천 후에 제자들은 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성령을 기다렸고, 초대교회 공동체는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앙의 선조들과 기도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초대교회 신자들의 모범을 따라 자주 기도함으로써 하루하루를 하느님께 거룩하게 봉헌해야 합니다. 아침과 저녁 기도를 통해 하루의 시작과 마침을 주님과 함께 하고, 삼종기도를 통해 시간을 성화하며, 식사 기도를 통해 일용할 양식에 감사드릴 뿐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여야 하겠습니다.
셋째, 교회의 가르침을 배웁시다. 하느님의 뜻은 교회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좀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합니다. 교회 가르침을 공부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이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가톨릭 신앙을 알게 되면,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구원의 신비로 온전히 들어가게 됩니다.
신앙의 해가 시작된 2012년 10월 11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며 또한『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반포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은 ‘20세기의 교회에 내려진 큰 은총’이며 순례하는 교회의 방향을 알려주는 소중한 나침반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가 이천년 동안 받아들이고 지키고 제공했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교부들에 이르기까지, 또 신학자들과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신앙에 관하여 성찰하고 발전시켜 온 수많은 방법들과 신앙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성실히 공부하여 교회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서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다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넷째, 미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입니다. 미사성제의 은총으로 주님과 일치를 이루고 신자들 상호간의 친교를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미사에서 나누어진 하나의 빵, 곧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먹는 우리는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룹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가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우리는 미사 중에 고백하는 신경(信經)을 통해서도 일치를 이룹니다. 미사 전례에서 사용되는 ‘사도신경’과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는 가톨릭 교회가 이천년간 간직해온 신앙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교회의 신앙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미사 중에 그 신앙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 신앙 고백을 통해 시간적으로는 신앙의 선조들과 일치를 이루고, 공간적으로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가톨릭 신자들과 일치를 이룹니다. 교회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신경을 통해 우리 신앙은 튼튼해지고 견고해질 것입니다.
일치의 성사인 성체성사를 더욱 정성껏 봉헌하기 위해 미사 전에 성실히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또한 성체께 대한 공경은 미사 중에는 물론, 미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매우 정성스럽게 보존하고, 합당한 흠숭을 드리기 위하여 현시하거나 또는 장엄한 행렬 중에 함께 모심으로써 공경을 드렸습니다. 성체께 대한 마땅한 흠숭을 드리기 위해 성시간과 성체강복에 자주 참여하여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신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사랑 안에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갈라 5,6)이고,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7)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신앙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에 나아가 사랑의 봉사를 실천함으로써 신앙을 증거해야 합니다.
신앙과 사랑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사랑 없는 믿음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고 믿음 없는 사랑은 끊임없는 의심에 좌우되는 감정에 불과합니다.” 사랑의 실천이 없는 신앙은 공허한 울림일 뿐입니다. 또한 신앙이 없는 사랑의 실천은 쉽게 좌절되고 맙니다. 신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열매를 맺고, 사랑의 실천은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합니다. 사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소외되거나 배척당한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봉헌하고 있습니다. 소외되거나 배척당한 이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이 비치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며, 당신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라는 초대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신앙을 아름답게 꽃 피우고 풍성하게 열매 맺어야 하겠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다음 다섯 가지 표어로 요약합니다.
1.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2.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3. 교회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4.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5.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
2013년 한 해 동안 교구민 모두가 다섯 가지 표어에 따라 신앙의 기초를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일선사목에서 수고하시는 신부님들께서 신자들 각자가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 적극 협력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주님과의 친교가 깊어져서 세상이 주지 못하는 참 기쁨과 평화, 행복을 맛보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열정을 갖고 새롭게 복음을 선포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주보이시며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께,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의 순교 성인들께
우리를 위해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시다.
2012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
대림 제1주일
2011년 서울대교구장 담화문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되새기며
“나는 그들과 함께 살며 그들 가운데에서 거닐리라.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2코린 6,16)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과 가정, 본당 공동체, 교구민 모두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서울대교구는 2020년을 전망하면서 작년부터 중장기 계획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를 교구 정책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지난해 우리 교구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코 16,15)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온 교구민이 합심하여 아름다운 사목적 열매를 풍성하게 거두었습니다.
지난 9월, 수십년간 계획했던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의 첫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명동성당 종합계획은 교회가 세상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인류는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풍요로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은 인류 사회 전체를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기심과 배타적인 자세는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을 초래하며 서로간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통합과 일치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일수록 교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따라서 일치와 화해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에 참된 평화를 증거해야 합니다.
서울대교구의 신자수는 약 140만명이고 인구 대비 신자의 비율은 13.4%(2010년 주교회의 통계)입니다. 모두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은 교구의 모든 사제들과 신자들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새천년기에 접어들면서 입교자 감소, 쉬는 교우의 증가, 청소년 계층의 외면, 수도 성소의 감소 등의 현상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세계화, 세속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우리 사회는 성장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세속주의, 종교적 무관심 등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리하여 교회 안에서도 복음의 가치보다 세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만연해있습니다.
올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입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 교황 요한 23세께서 시작하신 거룩한 공의회는 이러한 현대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나침반입니다. 또한 ‘새로운 복음화’의 기원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있기에 공의회의 정신을 되새기며 그 의미를 찾아보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전통적인 ‘선교’ 개념은 16세기 이후 식민주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왜곡된 부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선교’ 개념은 ‘복음화’로 변환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제19차 라틴아메리카 주교총회(1983년)를 통해 ‘새로운 복음화’를 선포하셨습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첫 복음 선포와 재복음화를 아우릅니다. 그 방식이 과거의 선교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이미 복음화가 이루어진 지역에서 반복하여 복음화를 시도하는 재복음화와는 다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자신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시대적 상황과 조건들을 숙고하면서 복음화의 길을 새롭게 모색한다는 면에서 새롭다는 뜻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오로지 새로운 복음화만이 깊고 빛나는 신앙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고 이의 실현을 위하여 긴요한 것은 이들 선진 국가나 민족들의 교회 공동체 자체의 구조를 먼저 개선하여 그리스도화 하는 일”(평신도 그리스도인 34항)이라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또한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교회는 복음 선포자이지만 먼저 교회 자신을 복음화해야”(현대의 복음 선교 15항)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교회가 복음 선포를 위한 새로움과 활력과 힘을 지니려면 언제나 교회가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복음화’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바탕과 기원을 두고 있기에 개막 50주년을 맞이하는 올 한 해 동안 서울대교구 하느님의 백성 모두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되새기며, 공의회에서 전망하고 지향하였던 공동체를 향해가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교회는 세상을 향해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을 힘차게 선포함으로써 “온 인류를 위하여 일치와 희망과 구원의 가장 튼튼한 싹”(교회헌장 9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충실한 도구로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든 성직자들과 수도자, 모든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교회는 “가시적 집단인 동시에 영적인 공동체”로서 온 인류와 함께 걸어가 세계와 함께 동일한 지상 운명을 체험하고 있다. 교회는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쇄신되고 하느님의 가족으로 변화되어야 할 인류 사회의 누룩으로서 또 마치 그 혼처럼 존재한다. (사목헌장 40항)
2011년 대림절에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장 추기경 정 진 석
대림 제1주일
15년 전만해도 사제들이 미래나 노후를 걱정하는 것은 사제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아예 사제서품을 받을 때부터 학교에서 술 마시고 이것저것 하느라 돈 다 써버리지 말고 연금만이라도 확실한 것 하나 들어놓으라고 주문한다고 합니다. 늘어나는 사제 숫자와 삶의 질이 향상되고 그에 따른 비용이 상승되는 것에 따른 교회의 부담을 반영하는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너나 할 것 없이 일을 하면서 삽니다. 그것이 생산적이던 소비적이던 관리적이던 건에 말입니다. 그러나 일하다가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되거나 소득이 불안정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은 누구나 가지게 됩니다. 실업이나 질병 혹은 재해에 의해 수입이 중단된 경우나 노령에 의한 퇴직이나 사망에 따른 부양상실 그리고 출생, 사망, 결혼 등과 같은 특별한 지출을 감당해야만 할 때 그럴 때 어떻게 하는가? 가족과 친지들의 도움도 한 두 번이지 그 인생을 책임져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1935년 미국에서 사회 보장법 (Social Security Act)을 제정한 이래 각국의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사회보장제도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4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 및 관련 복지제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사회안전망 (Social Safety Net)이라는 용어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세계가 단일 경제 체계로 편입되면서부터 자본주의를 전제로 한 무한 경쟁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점점 사회는 불안정해지면서 개인의 보장은 과거에 비해 불안하기만 하디. 정부 주도의 국민 연금과 퇴직금 운용 등이 애초에 예상된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연금보험이라든지 건강보험 등등의 사보험들이 늘어가지만, 그 사보험회사들이나 또는 그 사보험회사들을 보증해 주는 정부 기관이나 자본주의 사회체제들이 망하고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개인 각자가 느끼게 되는 불안은 매한가지입니다.
과연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준비해야만 하는가’ 이것이 오늘을 살아 있는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33)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정작 미래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날을 위해 우리가 깨어 지킬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인간이라는 형식 아래 우리 모두는 먹고 입고 자면서 살아야하는 인간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 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정부의 사회보장제도만 의지하던지 민간 사회보장제도를 더 보충하던지. 그런데 우리가 지켜야할 것은 비단 먹고 사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건강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육체의 유지 보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또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이러저러한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인간관계입니다. 우리 인간은 함께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 관계는 작게 보면 가족과 친지들간의 우정에서부터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미지의 인류가족에 대한 인간적이고도 도덕적인 연대감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지켜야 하는 것은 신앙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를 지어 내신 하느님께 인간의 본분을 지키고 갖은 역경 속에서도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신앙입니다.
육적인 준비와 사회적인 인간관계는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영적인 준비는 우리의 영원한 삶을 보장해 줄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준비하는 미래를 향한 노력이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지도록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대림시기에 주님을 우리 마음에 모시고 형제들과 함께 하늘나라를 준비합시다.
나 혼자 준비해도 안 되고 형제들과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 가야만 하는 미래 사회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라는 사회를 준비해 나갑시다.
대림 제1주일
구약의 공동번역 시편 88장 1절을 보면 이런 기도가 실려있다.
“주님, 내 구원의 하느님, 낮이면 이 몸 당신께 부르짖고 밤이면 당신 앞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 시편 구절을 떠 올릴 때마다 생각난다.
우리가 살면서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아니 젊어서 힘이 있고, 일을 할 수 있고, 일이 잘 풀려 나갈 때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듯이 설쳐대지만, 나이가 들고 지치고 뭔가 잘 안 풀려서 뭐가 문젠지 점검하기 위해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면 즉 밤이 되면 주님 앞에서 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심지어는 주님의 발치에 매달려 살려 달라고 청하게 된다.
이 시편 저자의 기도는 참으로 우리 인간 삶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에게 실존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바치게 해준다고 느낀다.
그런가 하면, ‘새번역’에서는 이 구절을 이렇게도 번역한다.
“주님, 제 구원의 하느님 낮 동안 당신께 부르짖고 밤에도 당신 앞에 서있나이다.”
이 번역은 우리를 낮에도 밤에도 주님 앞에 올곧은 마음으로 서서 주님께 청하고 주님께 나아가도록 이끈다.
오늘은 대림 제1주일이다.
대림 시기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우리 마음과 삶 속에 아기 예수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대림 시기에 판공 찰고지를 풀고 고해성사를 보고 희생과 자선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주님의 탄생을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준비한다. 어떤 신자들은 대림 시기 동안 예수님의 탄생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이 평소에 아끼고 즐기던 것을 하나씩 절제하며 주님을 따를 새로운 결심을 하기도 한다. 술, 담배, 커피 등을 끊거나 TV 시청시간을 줄이고 성서읽기와 묵상이나 9일기도나 미사 참례 등을 하는 일에서부터, 자신이 절약하고 절제한 것을 대림 제3주일인 자선주일에 모아서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여러분도 여러분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맞추어 여러분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통해 아기 예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를 바란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들도 우리에게, 이제 그만 현세의 삶에서 벗어나 주님의 탄생을 준비하라고 재촉한다.
첫 번째 독서인 이사야 예언서에서 우리를 주님께 향하도록 일깨운다. “‘자 올라가자, 주님의 산으로, 야곱의 하느님께서 계신 전으로! 사는 길을 그에게 배우고 그 길을 따라가자.’ 법은 시온에서 나오고, 주님의 말씀은 예루살렘에서 나오느니.”(2,3)
두 번째 독서인 로마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말한다. “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13,12)
알렐루야는 시편 84장 8절이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보이소서. 또한 저희에게 구원을 주소서.”
마태오 복음을 통해 교회는 노아 때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를 연상시키면서 우리를 준비시킨다. 노아 때 노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저 먹고 사는 일에만 눈을 번득이다가 갑자기 홍수가 나서 자기가 가진 것을 그냥 그렇게 다 버려둔 채 다 죽어버려야 했던 일. 그리고 주님께서 다시 올 때도 소리 소문 없이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심판에 대해 준비도 하기 전에 그 날이 그렇게 갑자기 닥쳐서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라고 한다.
“너희의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만일 도둑이 밤 몇시에 올는지 집주인이 알고 있다면 그는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늘 준비하고 있어라.”(24,42-44)
우리가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주님의 다가오심이다.
주님의 다가오심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어떤 이는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를 지옥같은 현세에서 건져 새 세상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반해 또 다른 이는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의 지상생활을 마감하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럼, 오늘 나는 어떤가?
다가오시는 주님을 목매어 기다리며 주님을 만나 뵈올 희망으로 설레고 있는가?
아니면 주님께서 오셔서 나를 심판하실 것이 두려워 떨고 있는가?
주님을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다.
그런데 우리를 구원하러 오실 주님을 겁내고 두려워하고 있다면, 우리의 삶은 오늘도 기쁘고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이 구원의 대림절에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주님의 오심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완전한 행복이기 위해,
우리의 생각과 삶을 되돌아보며,
주님을 기쁘게 모시기에 합당하도록
보람차고 의미있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하자.
아멘.
대림 제1주일
우리 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콩을 심어도 콩이 안 나기도 하고, 분명 콩을 심었는데 정작 난 것은 팥인 경우도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기 위해 계획을 하고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해서 다 우리가 계획할 때 얻고자 했던 그것을 다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장사를 한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또 자식 농사도 그렇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 잘못되기를 바라겠는가? 다 잘되기를 바라고 정성을 다해 키운다고 하지만, 부모의 마음대로 부모의 기대대로 커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기 한 몸도 다 자기가 바라는 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 생각대로 우리 몸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기도한다. 주님께서 우리를 보호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도록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주님의 뜻 안에 있기를 그래서 우리의 소망이 주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번 재앙을 입었다. 벌이라고 할 정도로 귀양도 두 번씩이나 다녀왔고, 성전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자신들이 믿고 의지했던 모든 것이, 자신들이 하느님의 축복으로 얻은 것이라고 느끼고 받아들여 왔던 성전이 무너지고 재산을 박탈당하고 귀양을 떠날 때 그들은 참으로 참담해 했고 심지어는 주님께 원망도 했고 주님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우리가 이런 벌을 받을 정도로 잘못했는가?" "주님이 우리를 버리시는 것이 아닌가?" "주님이 살아 계시다면 이런 재앙이 우리에게 닥칠 리 없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은 늘 기도했다. 주님께서 다시 자신들을 어여삐 보아주시어 자신들의 죄를 다 씻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되살려 주시도록 청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간절한 바람을 우리는 첫 번째 독서에서 본다. "그날 유다는 살 길이 열려 예루살렘에서는 모두들 마음 놓고 살게 되리라. 그 때 사람들은 예루살렘을 가리켜 '주님께서 우리를 되살려 주셨음'이라고 부를 것이다."(예레 33, 16)
오늘부터 교회는 대림 시기에 들어갑니다. 대림 시기를 통해 교회는 주님께서 다시 오시기를 기다리며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주님께서 자신들을 되살려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도하고 석고대제 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주님께서 우리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기꺼이 오실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과 상황이 하느님의 선물인양 착각하고 있다가, 주님께서 오시는 날 징벌처럼 빼앗기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그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을 점검하면서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가 21, 36)라 히신 주님의 말씀처럼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르 되살려 주시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각자 대림절에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겠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을 합당하고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의 변화를 가져와야 할까? 내 하루의 생활과 행동양식, 가족관계, 교우관계, 사업관계 등 하나 하나씩 점검하고 미진한 부분을 채우고 우리 삶이 주님 보시기에 좋아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4주간의 대림 시기 동안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통해 새로워지고 다시 얻은 주님의 은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합시다.
대림절을 맞이하여 새롭게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사랑을 키워 주시고 풍성하게 해 주셔서 우리가 여러분을 사랑하듯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고 또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마음이 굳건해져서, 우리 주 예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다시 오시는 날 우리 아버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아멘."(1데살 3, 12-13)
대림 제1주일-2004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및 세부지침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베풀어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과 본당에 충만히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시노드의 긴 여정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한 마음이 되어 헌신적으로 참여하신 모든 교구민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 세상의 희망인 교회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윤리와 도덕을 중요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공동선을 지향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소비주의 풍조가 만연하고, 각종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며, 이혼율의 증가에 따라 많은 가정이 해체되고, 출산율의 감소와 노령화에 기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사회저변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배의 불균형에 따른 빈부격차의 심화, 지역간의 부조화, 반생명 현상의 확산과 자연환경의 파괴, 사회정의의 부재 등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문제점들이 다양한 형태로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현상과 맞물려 우리 교회의 현실 또한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는 신자수 150만여 명이라는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도 세속주의로 인해 교회의 근본사명인 선교열망이 식어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사랑과 희생정신이 약화되며, 신자 상호간의 친교와 일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새영세자의 감소, 쉬는 신자들의 증가, 청소년층의 교회로부터의 이탈 등 적지 않은 문제들이 우리 교회 안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 내외 문제에 복음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 교구는 시노드를 개최하였습니다. 지난 3년간 진행된 교구 시노드는 우리 교회가 다시금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새로운 변화와 희망에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신 성령의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실로 “야훼께서 이루신 고마우신 일”이요 “야훼께서 이루신 놀라우신 일”(이사 63,7)이었습니다. 저는 ‘시노드후속교구장교서'에서 밝힌 대로 시노드를 통하여 드러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성령의 이끄심이라 믿으며 겸허하게 모든 것을 수용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살아 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도우심에 의탁하며 하느님 백성의 뜻을 모든 교우, 수도자, 성직자와 함께 실천하여 세상에 희망을 주는 참다운 교회의 모습을 구현해 가고자 합니다.
2. 실천하는 시노드
교구시노드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우리 교회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고 미래의 전망을 논의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교회구성원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신원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고, 교회운영, 선교·신앙교육을 통해 교회공동체의 합리적 운영과 신자들의 신앙심을 성숙시키기 위한 과제를 다루었습니다. 또한 청소년·청년의 주체적인 교회참여 방안을 논의하였고, 세상에 대한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복음화에 관한 의제를 다루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하여 우리 교구가 성삼위의 친교 안에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형제적 사랑을 나누는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고, 교회구성원 모두가 보다 나은 교회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 건설에 앞장서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시노드후속교구장교서'를 통해 우리 교구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구하여야 할 목표와 과제, 다양한 실천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구민 모두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시노드 실천의 첫 해인 올해에는 우리 교구의 산적한 현안 중에서 우선적으로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정을 성화시켜 나가는 데에 사목의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오늘날 위기를 맞고 있는 가정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넘치는 가정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사목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한 교구의 사목구조를 연구하고 재정비하여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인 복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3. 가정공동체의 성화
가정공동체는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최초의 장소이며, 인격적인 삶을 배우는 공동체이고 사회의 근간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가정은 큰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러한 가정의 위기는 교회와 사회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이러한 가정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공동체'. '믿고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 '하느님과 대화하는 공동체'로 성화되어 가정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도록 돕고자 합니다.
우리 교구가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소공동체 사목을 추진해 온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가정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가정문제를 풀어나가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데 있었습니다. 따라서 사목자들과 그 협력자들은 가정사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며 가정이 신앙의 중심처이며 작은 교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가정사목은 청소년과 노인을 포함한 가족구성원 모두에 대한 교회 사랑의 표현이며, 가정의 위기로 말미암아 흔들리는 오늘날의 사회 안에서 그 어떤 사목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사목입니다. 그러므로 가정공동체에 필요하고 가족구성원들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다양한 사목활동이 깊이 있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지구와 본당 차원에서 가정사목을 도와 줄 기구의 설립과 인재의 확보, 사목연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구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사목 프로그램이 본당사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시행됨으로써 풍성한 사목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교회구조
우리 교구는 사목구조를 연구하고 발전시켜서 시노드에 나타난 정신을 담아내고 복음화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교구의 사목구조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교구, 지역, 지구, 본당으로 이루어져 있는 교구의 사목구조에 따른 역할과 기능들을 재정립하여야 합니다.
먼저 교구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를 활성화하여 교구사목 전반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하느님 백성 안에 담겨져 있는 지혜를 모을 것입니다. 교구청 조직은 기획, 행정, 연구에 주력하면서 일선 사목현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교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구장대리제도를 지구사목이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지구는 지구장을 중심으로 각 지구의 공동사목을 활성화하며 본당간의 유기적인 협력 속에 질적으로 향상된 지구사목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지구차원의 사목이 청소년·청년사목과 사회사목과의 깊은 연대를 통하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신자들은 본당 안에서 구역을 중심으로 선교와 교육, 피정 등 자발적인 신앙활동을 하고, 반모임을 통하여 복음과 삶을 나누며, 지역사회와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소공동체를 이루도록 애써야 합니다. 또한 구역장회의를 활성화하여 본당의 사목현안을 알고 이해하며 문제점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본당사목구조가 삶의 현장인 가정과 구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자리매김됨으로써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교회라는 신원의식을 가질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5. '복음화 2020 운동’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일생 동안 복음을 전하셨고,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계시면서 이 땅의 길 잃은 백성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시기를 갈망하십니다. 우리는 주님과 함께 선교사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사랑의 품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 가능한 모든 역량과 자원을 활용하여 복음화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며 선교와 신앙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합시다. 이 복음화계획에 구역·반 소공동체, 본당, 지구, 지역, 교구와 여러 단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마음으로 참여해서 2020년에는 인구대비 신자비율 2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합시다. 이것을 ‘복음화 2020 운동’이라고 부를 것이며, 교구는 앞으로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6.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히브 7,19)
교구 시노드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순례하는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저는 ‘시노드후속교구장교서’에서 밝힌 대로 교회의 복음적인 기초와 교우들의 영성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주님의 마음에 드는 교구의 미래를 이루어가기 위해 모든 교구민과 더불어 한발 한발 쇄신과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가 다 함께 걸어가야 할 이 길은 희망과 구원의 길이면서 동시에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는 험난한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로마 5,4-5)을 기억하며 이 구원의 여정을 힘차게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성령께서 우리 교구와 함께해 주시기를 간구하면서 시노드에서 드러난 모든 교구민의 열정적인 참여의 정신이 시노드 실천을 위한 노력과 다짐 안에서 다시 타오르기를 희망합니다. 성령께서 시노드를 통하여 우리에게 안겨 주신 가슴 벅찬 희망을 품고 여러분과 함께 새천년의 교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히브7,19) 더욱 가까이 나아갑시다.
교구 시노드 실천의 원년을 맞이하여 하느님께서 우리가 나아가는 길에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기원하며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요 보호자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와 동행하시며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 진 석
2004년도 사목교서 세부지침
아래 세부지침을 본당과 지구, 수도회 및 각 교회기관의 실정에 맞게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교구 시노드
(1) ‘시노드후속교구장교서’를 읽고 이해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교서 내용 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의논하여 각 영역에서 실행해 옮기시기 바랍니다.
2. 소공동체와 선교
(1) 지구차원에서 구역·반 소공동체가 친교를 바탕으로 선교의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사목방안을 수립하여 실시해 주시고, 특히 지구 내 공동체 지도자(구역장, 반장)를 양성하는 데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2) 구역·반 소공동체가 매주 모임을 갖고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활동을 찾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3) 본당의 평신도 봉사자들을 위한 교육과 피정의 기회를 늘려 주시기 바랍니다.
(4) ‘복음화 2020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본당공동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선교에 참여하도록 지속적인 선교교육을 마련하고 신앙인 각자가 삶과 말씀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도록 배려하며 2020년에는 인구대비 신자비율이 20%가 되도록 지구와 본당에서 장기선교계획을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5) 지구와 본당 차원에서 쉬는 교우들을 위한 계획과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역·반 소공동체가 쉬는 교우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이끄는 데 적극 참여하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6) 교구차원의 선교와 전례교육, 구역(반)장 교육이 점차적으로 지구차원으로 이관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3. 가정사목
(1) 가정사목의 활성화를 위해 지구차원에서 ‘가정사목담당사제’를 선임하여 교구와 지구, 본당간의 사목적 연대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본당차원에서는 본당실정에 맞게 가정사목을 담당할 분과를 설치하여 가정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함으로써 사목자를 도울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3) 가정성화를 위해 교구나 지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에 신자들이 참여하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선택프로그램, 혼인강좌, 약혼자주말교육(E.E), 가정성화 4주세미나, 효과적인 부모역할훈련교육(P.E.T), 연령별 자연법적 성교육, 청소년성교육, 주일학교교사성교육, 부모성교육, 산모교육, 라헬프로그램, 가정교리, 가정간호 등).
(4) 각 본당에서는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사목적인 배려로써 소공동체 안에서 가정문제에 관한 주제를 다루도록 배려해 주시고 가정기도, 가족피정, 가정미사, 가정성시간 등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위기 가정을 돕기 위한 상담과 치유 작업에 사목적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4. 사회사목
(1) 각 지구의 사회사목 담당사제들은 지구차원의 사회사목 활동을 위한 연대의 틀을 만드는 데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본당사목위원회 내 사회사목분과 소속위원으로 다음의 사회사목분야의 위원들을 선정하시어 본당의 사회사목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경찰사목, 교정사목, 노동사목, 노인사목, 단중독사목, 민족화해, 빈민사목, 사회복지, 정의평화, 한마음한몸운동, 환경사목).
(3) 사회사목부의 각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교육 및 연수 등에 신자들이 적극 참여하여 사회사목 봉사자들이 더욱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라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이 사회사목 분야의 활동을 통하여 더욱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4)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실시하는 헌미헌금운동(하루100원모으기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이웃을 위한 구체적 실천인 나눔운동이 확산되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림 제1주일(나해)-2003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및 세부지침
1. 기억과 감사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언제나 여러분 모두를 생각하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서 기도할 때마다 여러분의 믿음의 활동과 사랑의 수고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꾸준한 희망을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끊임없이 기억하고 있습니다(1데살 1,2-3 참조).
지난 10여 년 동안 서울대교구는 2000년대 복음화와 소공동체 활성화라는 장기 사목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인 복음화 노력을 단계적으로 전개해왔습니다. 그 결과 많은 교우들과 공동체들이 성서 안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었고 부활을 사는 신앙인들로 새롭게 태어나는 은총을 맛보았습니다. 또한 성직자들의 헌신적인 성무활동과 수도자들의 기도가 담긴 봉사활동, 신자들의 적극적인 단체 활동과 성서공부 등을 통해 교회는 안팎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사명이요, 제일가는 사명"(현대의 복음선교 14항)임을 깨닫고 전 교구민들이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한 결과 놀라운 결실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과 여러분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사목활동과 선교활동들을 발전시키려면 더욱더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방대한 교구 사목을 나누어 함께 하고자 지구장 제도와 교구장 대리 제도를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그동안 우리가 추진해오던 소공동체 정신에 걸맞는 것입니다. 또한 새천년을 시작하면서 우리 서울대교구의 오늘을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침내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던 것입니다.
2. 성령께서 이끄시는 시노드
올해는 3년 전에 시작하였던 교구 시노드를 마무리하는 해입니다. 그래서 시노드의 가장 중요한 장인 본회의가 열리게 됩니다. 이 본회의에서 그동안 준비된 모든 의안이 검토, 확정되고 교구의 사목 방향도 새롭게 잡아가게 됩니다.
그동안 전 교구민을 대상으로 하여 교구 시노드에 대한 기초교육과 아울러 교구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연구 작업이 수행되었고, '전 신자 대상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시노드에서 다룰 일곱 가지 의제들도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의안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의안 작성에 필요한 기초자료 수집 차원의 여러 가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기에는 교구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 토론마당을 비롯하여 각종 설문조사와 심포지엄, 세미나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렴된 폭넓은 의견들을 바탕으로 마침내 의안 초안이 작성되었고 그 내용은 다시 한번 전 교구민이 참여하여 검토하였습니다. 이제 그 결과를 반영한 의안들이 작성되어 교구 시노드 본회의에 상정될 것입니다. 본회의는 금년 1월에 개막하여 전체회의와 분과회의에서 많은 토의와 검토, 그리고 투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진행된 시노드의 모든 여정에 온 마음으로 함께 해왔으며, 그 안에서 많은 복음적인 가치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교구민 전체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열렸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누어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면서 이들 안에서 성령께서 힘차게 활동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희망의 빛이 우리 교구에 넘쳐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 안에 교회에 대한 사랑과 주님께 대한 신앙이 더욱더 커가는 것을 보면서 이 모든 것을 자라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1고린 3,6 참조). 저는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에서 드러난 이러한 복음적 가치들과 아울러 본회의를 통해 제안될 모든 내용들을 앞으로의 교구 사목에 최대한 반영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교구 시노드의 여정에서 한결같은 사랑과 관심과 참여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처음부터 함께 해 주셨던 그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기도와 참여로 함께 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리고 저희들의 진실한 기도와 열정을 보시고 성령께서 저희와 저희 공동체를 새롭게 변화시켜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3. 새로운 시작
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순례의 여정을 걸어가는 하느님 백성"입니다. 우리의 시노드도 폐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 계획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는 시노드의 과정과 결과에서 주어진 복음적 가치와 전망을 살아가는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출발은 교회 안에서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여정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복음화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는 늘 역사 안에서 세상의 변화에 부응해왔으며 또한 세상의 기대에 응답해왔습니다(사목헌장 4항 참조). 교회는 복음적 가치에 입각하여 현세를 끊임없이 하느님 나라에 접근하도록 변화시키고 이 땅위에 하느님 나라 건설을 더욱 확산시켜가기 위해 존재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이에 응답하기 위해 소집되었고 그 결과 급변하는 현대 세계에 믿음과 희망을 주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역시 이같은 공의회의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시노드의 과정과 결실들이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서도 잘 나누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상은 비복음적인 세력과 거짓과 불의로 만연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모든 사람들을 비추고 나아가 세상을 복음화하는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현재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똑바로' 운동은 교회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귀중한 시도라고 봅니다. 이와 같은 복음적 노력들이 활성화되어 우리 사회가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계시기를 빕니다. 아멘"(로마 15,33).
2002년 10월 2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진석
2003년도 사목교서 세부지침
아래 세부지침을 본당과 지구, 수도회 및 각급 교회 기관의 실정에 맞게 적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교구 시노드
(1) 서울대교구 시노드가 성령께서 이끌어주시는 시노드가 되도록 교구민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시고 특히 개막 전 9일기도에 적극 참여해주십시오.
(2) 시노드의 결실인 최종문헌이 반포되는 폐막식 전야에는 시노드 큰 잔치가 열립니다. 뜻 깊은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여주십시오.
(3) 주보와 시노드 소식지를 통해 알리고 있는 시노드의 진행 과정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4) 시노드 대의원들은 자신들이 대표하는 단체나 본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속된 의안별 전체회의와 분과회의에 반드시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여주십시오.
(5) 교구 시노드의 최종 결실인 최종문헌에 관심을 갖고 제안사항들을 실천하십시오.
2. 소공동체와 선교
(1) 지구 차원에서 구역·반 소공동체가 친교를 바탕으로 선교의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사목방안을 수립하여 실시해주시고, 특히 지구내 공동체 지도자(구역장, 반장)를 양성하는데 힘써주십시오.
(2) 구역·반 소공동체가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십시오.
(3) 본당의 평신도 봉사자들을 위한 교육과 피정의 기회를 늘려주시기 바랍니다.
(4) 본당 공동체의 선교열의를 지속적으로 북돋아주십시오. 더욱 심화된 선교관을 교육해주시어, 신앙인 각 개인이 삶과 말씀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도록 배려해주십시오.
(5) 본당 차원에서 쉬는 신자들을 위한 계획과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구역·반 소공동체가 쉬는 신자들의 초대 등에 적극 참여하도록 배려해주십시오. 예비신자 교리서「함께하는 여정」을 사용하시면 냉담자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6) 교구의 선교와 전례 교육과 구역·반장 교육이 점차적으로 지구 차원으로 이관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3. 가정사목
(1) 가정성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배려해주십시오. 선택 프로그램, 혼인강좌, 약혼자 주말(E.E), 가정성화 4주 세미나, 부모와 자녀관계(P.E.T), 연령별 자연법적 성교육, 청소년 성교육, 주일학교 교사 성교육, 부모 성교육, 산모 교육, 라헬 프로그램 등.
(2) 각 본당에서는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사목적인 배려로써 가정기도, 가족피정, 가정미사, 가정성시간 등을 마련해주십시오.
(3) 위기 가정을 돕기 위한 상담과 치유작업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4. 청소년·청년 사목
(1) 청소년과 청년 사목을 위한 연대와 공동 사목 구축 : 본당 사목 사제와 지역 내 다른 사제와의 연대를 통한 사목 안목의 확대와 함께 공동 사목을 통한 사목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청소년과 청년 사목의 지역 기반 확보 : 교구 내 중점 지역들을 선정하여 청소년과 청년이 사목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배려가 필요하며, 이러한 청소년 중점 공간을 바탕으로 사회 속의 청소년·청년 사목의 전개가 가능할 것입니다.
⑶ 청소년과 청년 사목의 대상 확대 : 청소년·청년 사목의 시각을 넓혀 교회 내 청소년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교회 밖의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며, 아울러 사회 속의 열린 교회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설 필요가 있습니다.
5. 사회사목
(1) 각 지구에서는 교구의 사회사목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구별로 사회사목 담당사제를 임명해주십시오.
(2) 각 지구 및 본당에서는 사목위원회 내에 사회사목분과위원회 소속으로 다음의 사회사목 분야의 위원들을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선정하여 사회사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십시오(경찰사목, 교정사목, 노동사목, 단중독, 민족화해, 빈민사목, 사회복지, 정의평화, 한마음한몸운동, 환경사목).
(3) 사회사목부의 각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교육 및 연수, 세미나 등에 신자들이 적극 참여하여 사회사목 봉사자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라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이 사회사목 분야의 활동을 통하여 나타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주십시오.
(4) 지구 및 본당에서 일하는 청년, 장년들이 가톨릭노동청년회 및 가톨릭노동장년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해주십시오.
(5) 각 지구, 본당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지향으로 주 1회 미사를 봉헌하고, 북한 형제를 위한 나눔에 적극 동참하여주십시오.
대림 제1주일(가해)-2002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및 세부지침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과 가정, 본당 공동체를 포함하여 교구민 모두에게 하느님께서 은총과 평화를 풍성히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이 땅에 주님의 정의가 올바로 세워지고, 이 세상에 화해와 용서를 통한 평화가 실현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민 전체가 한 마음이 되어 적극적으로 시노드에 참여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1. 교회의 창문을 연 시노드
요한 23세 교황님은 세상 속에서 교회의 창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였습니다. 보편교회는 이 공의회를 통해 먼저 교회 자신이 누구이며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회는 어떻게 하느님을 경배하고 어떻게 복음을 선포할 것인지를 가르치면서 구원의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교회의 사명은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교회헌장, 1항)를 통해 온 인류가 구원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이 기쁜 소식이 선포되는 각 지역에 새로운 교회를 세우고, 문화를 복음적으로 변화시키며, 동시에 그 지역 문화 속에 복음을 뿌리내리게 하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가 예루살렘 공의회입니다. 사도들은 교회의 당면 문제 때문에 모여 회의하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습니다(사도 15,1-35; 갈라 2,1-10 참조). 사도들은 이 회의를 통해 이방인을 유다인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임으로써 보편교회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바오로 6세, 그리고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을 추진하고 완성해 나가기 위해 2년이나 4년에 한 번씩 주교 시노드를 소집하였습니다. 교황의 여러 사도적 권고 문헌들이 주교 시노드를 통해 탄생되었고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은 현대 사회에서 교회가 복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좋은 지침서가 되고 있습니다. 교구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세계 주교 시노드의 연장선상에서 그리고 각 지역교회의 차원에서 오늘의 세상 안에 구원의 여정을 가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세계의 많은 지역교회는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며 그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의 자기 신원을 재발견하고 교회의 사명을 새롭게 정립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2. 교구 시노드
이제 서울교구라는 지역교회도 자신과 주변 세상을 다시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우리 교구는 본당 230여 개, 700여 명의 사제, 2500여 명의 수도자 그리고 신자는 130여 만 명이나 됩니다. 이는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복음전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분들에 힘입은 결실입니다. 그러나 교구가 커지다 보니 안고 있는 문제도 많습니다. 날로 냉담자는 증가하고 많은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사회생활의 한 부분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본당과 교구 공동체가 대형화되어 구성원간의 대화와 협력이 부족하고 교회의 본질인 일치와 친교가 저해 받고 있습니다. 청소년층은 갈수록 교회로부터 멀어지고 기존의 교리교육, 전례가 청소년들에게 기쁨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구가 안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과 아픔을 극복하고자 우리 교구는 1990년대에 들어서서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라는 장기적 사목방향 하에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신자들은 소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중심으로 모여 친교를 나누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왔습니다. 또한 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양성되어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매 못지 않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 정보화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통하여 세계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힘과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윤리의식과 가치관은 점점 와해되어 가고 있습니다. 계층에 상관없이 사회 지도층까지 부패가 만연하고 부모, 스승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입니다. 이같이 우리 교회는 현대의 상황이 던지는 과제들 앞에 서 있습니다. 참으로 교회의 어깨에 달린 임무는 무겁고도 막중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모든 세대를 통하여 그 시대의 특징을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그것을 해명해 줄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사목헌장, 4항).
이제 교회는 과연 구원의 징표와 도구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성찰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우리는 서울교구라는 지역교회의 모습과 한국의 서울이라는 지역사회의 특성은 물론 교구민의 소망을 종합적으로 조망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하여 오늘의 우리 사회가 하느님 나라에 좀더 다가가고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교회가 세상 구원의 성사가 되기 위해서 먼저 교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를 식별하여 사목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하는 교회상을 재확인하고, 그 교회상에 서울교구의 모습은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를 규명하면서 공의회가 제시하는 교회상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교구 시노드입니다.
3. 모두가 하나되게 하소서
교구 시노드의 3차 년도에 들어선 지금 교구장인 저에게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예수님의 기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들려옵니다. 왜냐하면 교구 시노드의 성패는 모든 교구민이 하나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작년 5월과 6월 두 달 동안 교구 내 모든 신자들, 신학생들, 수도자들,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이 있었습니다. 많은 의견들이 기탄없이 나왔습니다. 성직자와 교회운영에 관한 문제가 많이 거론되었고 청소년 사목의 활성화와 신자 재교육의 필요성, 예비신자 교육과 수도자 쇄신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 등의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번 의견수렴을 통해 새로운 교회상을 정립하자는 여러분의 바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제안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시노드 준비위원회에서는 1) 평신도 2) 수도자 3) 성직자 4) 청소년·청년 5) 선교·교육 6) 교회 운영(교구 및 본당) 7) 사회 복음화라는 7가지 주제를 의제로 선정해 줄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저는 이 건의를 교구민 전체의 뜻으로 받아들여 교구 시노드의 의제로 확정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이 의제들을 중심으로 다시 여러 차례에 걸친 의견수렴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설문조사를 비롯한 각종 토론회, 연수회, 발표회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문화 행사와 축제 마당이 지역이나 지구별, 혹은 교구 차원에서 열릴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내용과 교구 시노드의 의제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여 교구민 여러분에게 교육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드릴 것입니다. 이 모든 준비 과정을 거치고 난 후 2003년도에는 교구 시노드가 본회의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 중의 하나가 교회의 쇄신에 있어서 평신도의 역할입니다. 주님의 포도밭에는 평신도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지금도 "당신들도 내 포도원으로 가서 일하시오"(마태 20,7)라고 말씀하시면서 시노드라는 포도밭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계십니다. 신자들이 적극 동참하기 위해서는 사목자들이 먼저 관심을 표명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연적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교구 시노드를 치룬 교구들의 공통된 경험입니다. 그리고 교회와 세상에 항상 그리스도를 힘있게 증거하고 있는 수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교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주님께 희망을 두고 시노드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성령께 우리의 마음을 열어 놓읍시다. 분명 "성령께서는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이십니다"(로마 8,26).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을 위해서 하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1고린 15,58)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으로 위로드립니다.
2001년 11월 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 진 석
2002년도 사목교서 세부지침
아래 세부지침을 본당과 지구, 수도회 및 각급 교회 기관의 실정에 맞게 적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교구 시노드
(1) 교회 내 각종 모임에서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교구 시노드가 될 수 있도록 기도를 바쳐 주십시오. 앞으로 있을 기도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주십시오.
(2) 교구 시노드에서 다루게 될 의제별로 본당이나 지역, 교구 차원에서 열리는 토론회나 발표회 등 의견 수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십시오. 특히 본당의 여러 모임에서 논의될 의제의 세부 사항에 대한 토론자료를 통해 많은 이들의 의견이 교구 시노드 의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3) 교구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교구 차원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교구 시노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소공동체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심화 교육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주십시오.
(4) 앞으로 개설될 '시노드 학교(가칭)'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내용에 대한 강좌를 비롯하여 교구 시노드의 의제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자 재교육의 장이 될 '시노드 학교'에 많은 협조와 참여 바랍니다.
(5) 그 밖에 있을 교구 시노드의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 마당에 동참해 주십시오.
2. 쉬는 신자들에 대한 공동체의 관심과 노력
(1) 쉬는 신자를 하느님께로 다시 초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본당공동체에서 함께 모색하고 실천해 주십시오. 특히 구역·반소공동체가 쉬는 신자를 다시 하느님께로 초대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2) 예비신자 시기부터 소그룹 예비신자 공동체를 구성하고 구역·반소공동체 모임에도 참석하여 교회의 친교를 체험하게 해 주시고, 새 영세자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 일정 기간 특별한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나눔식 교리 정신으로 만든 「함께하는 여정」교리서 사용 권장).
(3) 그 밖에 여러 가지 가정 문제와 혼인 장애 등의 사유로 쉬는 신자, 전출입 신자 등에 대해 본당 사목자와 공동체는 각별한 사목적 배려를 기울여 주십시오.
3.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
(1) 구역·반소공동체가 복음에 맛들이며 친교를 바탕으로 선교의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모임의 횟수를 점점 늘려 주십시오.
(2) 남·여 구역장 반장들을 위한 피정, 교육, 성지순례를 마련해 주십시오.
(3) 구역·반소공동체가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4) 본당 사목계획 수립시 각 구역(지역)별 사목계획을 수렴해 주시고, 일반 신자들이 이러한 자발적 활동을 통해 세상 안에서의 평신도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십시오.
4. 사회사목
(1) 각 지구 및 본당의 사회복지분과를 사회사목분과로 확대, 조정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사회사목분과 위원회에는 가능하면 다음의 사회사목 분야의 위원들을 선정하여 사회사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경찰사목, 교정사목, 노동사목, 민족화해, 빈민사목, 사회복지, 정의평화, 한마음한몸운동, 환경사목).
(2) 사회사목부 각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교육 및 연수, 세미나 등에 적극 참여하여 사회사목 봉사자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3) 지구 및 본당에서 일하는 청년, 장년들이 가톨릭노동청년회 및 가톨릭노동장년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해 주십시오.
(4) 각 본당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봉헌해 주시기 바라며, 북한이탈 주민 가구에 대한 복지지원 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
5. 청소년, 청년 사목
(1) 전체에서 개인으로: 청(소)년은 공동체의 운영과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개인과의 인격적 만남도 중요합니다. 청(소)년 개인과의 관계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2) 획일에서 다양으로: 청(소)년 사목을 위해 전례, 봉사, 행사, 교육보조기자재의 사용 등에 있어 다양한 방법과 차원에서 많은 시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본당으로 찾아오는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기 보다 지역의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상식에서 전문으로: 청(소)년 사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청(소)년 사목자와 청(소)년의 전문적 양성입니다. 끊임없이 양성되고 그로 인해 다른 청(소)년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양성과 교육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4) 물질적 지원에서 정신·영성적 지원으로: 청(소)년 사목의 문제가 제기되면 늘 먼저 언급되는 것이 예산부족입니다. 그보다 진정으로 청(소)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사목 방향과 지원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하겠습니다.
대림 제1주일-2001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및 세부지침
우리는 구세주 강생 2000년 대희년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감사로이 보냈습니다. 그리스도의 강생은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시려는 하느님의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대희년에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동서가 화합하고 국경과 장벽이 무너지는 이 지구촌의 시대에 자기 피붙이의 소식조차 알지 못하는 모순 가득한 이 땅에 새 생명의 기운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런 기쁜 소식과 함께 우리는 여전히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와중에서 강한 나라는 약한 나라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지배의 속도를 더해가고 국가간, 계층간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생명경시풍조와 환경파괴로 인해 인간 존엄성은 손상되고 있으며 우리의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는 갈수록 '잃어버린 양들'이 늘어나서 우리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모든 피조물이 탄식하며 진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성령을 하느님의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날과 우리의 몸이 해방될 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로마 8,22-23)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로마 8,28)을 믿습니다. 우리는 이런 어두운 현실 앞에서도 그리스도께 대한 희망과 믿음을 굳게 하여 세상을 복음화시키는 누룩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교회 역사상 신유박해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박해를 받으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죽기까지 간직했던 순교자들의 얼을 본받아 우리도 신앙을 삶으로 증거해야 하겠습니다.
1. 소공동체와 선교
1) 우리 교구는 그동안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복음선포에 참여해온 모든 사람들의 순교자적인 증거와 선포를 통해서 하느님을 믿지 않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선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되었고 동시에 선교를 하면서 신자들의 신앙이 성숙해지고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려옵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면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뜻이었습니다"(마태 11,26).
2) 복음선포의 첫째 형태는 삶의 증거입니다. 이 땅에 복음이 전해진 이후 교회의 많은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증거하였습니다. 복지 시설이나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묵묵히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 이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신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이 보여준 증거의 삶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복음, 곧 기쁜 소식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실천적인 사랑의 증거는 복음을 더욱 설득력있게 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복음선포의 두 번째 형태는 말로 전하는 것입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분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말씀을 전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은 삶의 증거와 함께 복음을 말로 전해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훌륭한 증거라 하더라도 설명되고 납득되지 못하면 때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현대의 복음선교, 22항). 현대 세계의 특징은 대중매체의 발달입니다. 따라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같은 현대의 여러 홍보수단을 잘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3)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책임과 역할을 나누며 자율적이고도 창조적으로 복음적 삶을 살아내는 교회의 삶의 방식이 다름 아닌 소공동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소수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소공동체는 신자양성은 물론 복음화의 도구이자 '사랑의 문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사회의 출발점입니다"(교회의 선교사명, 51항).
이제 우리의 소공동체는 차츰 본당 공동체 안에서 선교의 구심점이 되고 있습니다. 소공동체가 선교에 적극 참여하고, 예비신자들의 신앙 여정에 함께 하며, 신자들의 신앙을 성숙시키는 못자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공동체에서 양성된 평신도 지도자들은 본당과 사회에서 평신도 사도직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회 내적으로 소공동체는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삶을 더욱 발전시켜서 냉담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공동체는 그 지역사회 안에 뿌리를 내려 가난한 이들과 소외받는 이들을 돌보며 사회변혁의 의무를 충실히 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구는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선교의 방향 또한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선교'를 지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2. 새천년기의 교구 시노드
1) 우리 교구는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여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교구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교구의 전체 교우들, 성직자와 수도자들 모두가 참여하는 거교구적인 대회의입니다. 아직은 우리들 사이에 시노드에 대한 이해가 널리 확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시노드를 왜 해야 하는가?"하는 그 당위성에 대하여 함께 인식하는 것입니다.
2) 교회는 안팎으로 많은 변화의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외형적으로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음을 봅니다. 다같이 우리의 이러한 처지를 신앙의 눈으로 깊이 '바라보고', '판단하고', '우리의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서기' 위해 시노드를 하자는 것입니다.
3) 금년 한 해 동안 우리 모두는 시노드 정신을 배우며 기도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교구에서는 시노드 자료들을 마련하여 누구나 손쉽게 시노드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교구 차원으로 혹은 지구단위나 본당 그리고 단체들에서 모임을 가질 때마다 시노드에 관심을 갖고 함께 연구하고 기도하며 '시노드가 교구 발전의 다시 없는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당부합니다. 시노드는 무엇보다도 그 과정이 중요합니다. 과정에 충실해야만 우리의 시노드는 풍성한 결실을 거둘 것입니다. 우리들 가슴에 품고 있는 교회 발전과 쇄신의 방안들을 다 내어놓고 축제를 벌이는 열린 마당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성령께 마음을 열고 열심히 기도하면 성령께서는 우리의 나아갈 길을 비추어 주실 것입니다.
3.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
1) 지난 역사적인 6in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다시는 두 민족이 갈라지지 않을 것"(에제 37,22)이라는 말씀이 실현되길 고대합니다. 비록 제한된 인원이기는 하지만 8in15 이산 가족상봉은 남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만남과 교류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지난날의 역사를 뒤로하고 평화의 역군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겠습니다.
2) 우리가 추구하는 민족공동체의 모습은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경제적 고통을 겪는 북한의 형제들에게 형제애적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물질적 나눔은 지속되어야 하겠습니다. 동시에 그들이 나눔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형제·자매라는 인식이 교회 안에 굳게 자리 잡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50여 년을 서로 다른 사회체제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질적인 면이 너무도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형제·자매로서 일치를 이루는 일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교구장인 저는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
2000년 11월 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 진 석
2001년도 사목교서 세부지침
아래 세부지침을 본당과 지구, 수도회 및 각급 교회 기관의 실정에 맞게 적용해주시기 바랍니다.
1. 소공동체와 선교
1) 전 본당 공동체가 적극적인 "공동체선교" 과정을 마련하여 선교에 참여해 주십시오(공동체선교를 위한 자료는 교구 평신도 사목국에서 제공함).
2) 소공동체들이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서 실천해 주십시오.
3) 남성신자들이 소공동체에 참여하도록 배려해 주십시오.
4) 본당 사목계획 수립시 각 구역별 사목계획을 수렴해 주십시오(구역별 행사, 실천사항 등).
5) 성서를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해 주십시오(청년 성서모임, 어버이 성서모임, 여정, 못자리, 40주간 등).
2. 시노드
1) 교구청 각 국, 단체에서 실시하는 교육이나 본당에서 실시하는 각종 모임에서 시노드 자료를 열심히 연구해 주십시오.
2) 교구에서 실시하는 '설문 조사'에 적극적이고 성심성의껏 참여하여 교회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해 주십시오.
3. 사회사목
1) 지구와 본당의 사회복지분과를 사회사목분과로 확대·조정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사회사목의 전반적인 활동들이 균형된 활동으로 이루어져 나갈 수 있도록 관심자들을 모아 조직해 주십시오(사회사목부서 : 교정사목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사회복지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경찰사목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2) 사회사목부의 각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교육 및 연수, 세미나 등을 적극 참여하여 사회사목 활동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사회사목 분과위원 연수회, 가톨릭 사회복지학교, 사회교리학교, 환경학교, 참생명학교, 노동법강좌, 노동사목연수회, 가톨릭 상담봉사자학교, 나눔의 묵상회 등).
3) 지구 사회사목담당 지도신부를 임명해 주시고 지구 사회사목분과장 모임을 월 1회 등 정기적인 모임으로 지구 사회사목활동의 활성화에 노력해 주십시오.
4) 각 본당과 지구에서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사회사목활동을 개발 실시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시도해 주십시오(본당내 제 단체의 참여, 그밖에 프로그램에 대한 자문이나 협조는 교구 사회사목부 각 위원회로 문의).
5) 각 본당지역과 지구 내의 시설에 관심을 갖고 교회 공동체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십시오.
4. 민족의 화해와 일치
1) 각 본당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십시오.
2) 각 본당의 신자들이 북한의 굶주리는 형제들을 위해 6월과 8월 단식을 실시하고, 이 단식을 통하여 모금된 성금을 봉헌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3) 각 지구에서 실시하는 민족화해학교에 본당의 사목위원, 교리교사, 청년 및 구역반장들이 참여하도록 해 주십시오.
5. 가정사목
1) '가정 공동체' 성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배려해 주십시오(행복한 가정운동의 성교육, 자연가족계획, 라헬프로그램, 가정성화 6주 세미나, ME, 선택프로그램, 외짝 교우에 대한 배려 등).
2) 가정의 제반 문제 상담에 대한 사목적인 배려를 해 주십시오.
6. 청소년사목
1) 신앙교육(초등부 및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육)이 신앙인들의 의무교육임을 부모들에게 상기시켜 주십시오.
2) 교구 내 신앙교육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하여 교구에서 발행한 주일학교 교재를 사용하여 주십시오.
3) 청소년 사목 지도자 양성을 위해 '청소년 사목학교'에 청소년 사목위원들을 참석시켜 주십시오.
4) 지구 차원의 청소년들의 만남과 활동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시고 지원해 주십시오.
5) 전례가 청소년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하는 축제가 되도록 전례상 응용이 가능한 부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주십시오.
6) 본당 관할 내에 각급학교(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등)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주교회의 과거사 반성 문건 '쇄신과 화해'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완수하신 구원의 은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 신앙으로 결합된 형제 자매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함께 고백하고 참회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 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 하려 합니다.
1. 우리 교회는, 세계 정세에 어둡던 박해 시대에, 외세에 힘입어 신앙의 자유를 얻고 교회를 지키고자 한 적도 있었으며,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을 빚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고통과 상처를 준 여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하기도 하였습니다.
2. 우리 교회는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 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 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하였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3. 우리 교회는 광복 이후 전개된 세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빚어진 분단 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마음 아파합니다.
4. 우리 교회는 우리 사회가 지닌 지역과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나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하였음을 반성합니다.
5. 우리 교회는 집단 이기주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 등이 팽배한 사회 풍조 속에서 하느님께 창조된 모든 이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 데에 미흡하였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올바른 양심으로 살아가도록 충분히 이끌지 못하였습니다.
6. 우리 교회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마르 10, 45)고 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그대로 따르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때때로 우리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 풍조를 따르는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7. 우리 교회는 다종교 사회인 우리 나라 안에서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 문화적 가치와 사회 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렇듯 예수님께서 명하신 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아울러 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잘못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우리는 참회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선의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더 나은 세상,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 12월 3일, 대림 첫주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대림 제1주일-2000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1. 희년정신을 찾아서
우리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 강생 2000년을 맞이하여 기쁨과 은총의 대희년을 경축하려합니다. 인류 역사의 기준은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앞으로의 세계 또한 그분의 현존에 의해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살아있는 존재(묵시 1,18)이시며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또 장차 오실'(묵시 1,4) 분이시기 때문입니다"([강생의 신비], 1항).
새로운 천년기 앞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안고 살아갑니다. 지난 세기를 통해서 이룩한 과학과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놀라운 경제 성장으로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중매체를 통해서 세계는 바야흐로 하나의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발전이 가져다 준 희망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부정적인 현실 또한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으며 하느님 없이 인간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무신론도 팽배해 있습니다. 무분별한 경제개발로 말미암아 환경은 급속히 파괴되어 가고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가 아닐 수 없습니다([사목헌장], 1항).
희년의 취지는 본디 "재산을 잃고 인격적 자유마저 상실한 가정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이스라엘 자녀들 사이에 평등성을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제삼천년기], 13항). 희년에는 창조세계의 모든 풍요로움이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공동자산임을 상기하고 온갖 종류의 소외와 차별을 극복하며 같은 하느님 자녀로서의 품위를 되찾는 것이 그 목적이었습니다. 대희년을 맞아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모든 죄악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사회정의를 회복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먼저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세상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 회고와 전망
우리는 구세주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대희년을 준비해 온 지난 날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특별히 1980년대에는 많은 교회 구성원들의 열성적인 복음의 증거와 한국천주교 선교 200주년 경축, 103위 성인 시성식과 세계성체대회 등의 대규모 행사를 계기로 하여 교회는 양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교회로 들어와 교회 전체가 활발해졌지만 동시에 소속감을 가질 수 없어 소외감을 체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다수의 신자들이 교회의 신앙활동에 소극적이었으며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고유한 달란트를 피어낼 장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대형화된 교회 안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체험하고 보람있는 신앙생활을 맛보기 위해서는 초대 교회의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적 활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2000년대 복음화와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사목 목표를 세우고 무려 8년간에 걸쳐 지속적인 복음화 노력을 단계적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이같은 복음화 작업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새로운 교회상을 실현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이런 우리 교구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1992년 당시 본당의 반모임에서 전환된 1만 3천여 개의 소공동체들이 지금은 2만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한 형제처럼 만나 기도와 말씀 나누기를 하면서 신앙심이 향상되었으며 형제의식과 소속감이 깊어졌고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도 활기를 띠었습니다. 또한 소공동체의 지도자들이 지속적으로 양성되어 평신도 사도직을 기쁘게 수행하고 있으며 많은 신자들은 "우리가 바로 교회"([평신도 그리스도인], 10항)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저마다의 다양한 재능과 전문성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는데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에는 과제 또한 산적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소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실행 과정에서 저변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여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방법상의 문제였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공동체로 엮어진 본당공동체' 상을 향한 복음적인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소공동체는 교회의 여러 활동 중의 하나의 활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시작부터 자신을 공동체로 인식하였습니다(사도 2,42). 그리고 소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르치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새로운 교회의 모습입니다([교회의 선교사명], 51항 참조).
그런데 대부분의 본당에서 소공동체가 자리를 잡고 활성화되어 가는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도 우리는 우리들의 소공동체가 아직 신자들의 친목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진정한 그리스도 공동체다운 나눔과 사귐의 장으로 성숙하지는 못하였다는 평가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즉 우리는 초대교회 공동체가 체험한 "그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사도 4,34)는 차원으로까지 깊이 있는 나눔을 실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진정한 공동체에서는 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이들과 동등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어떠한 문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하지만 우리들의 소공동체는 아직 그러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복음화의 목적은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환경을 복음적인 가치관으로 쇄신하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소공동체는 복음을 묵상하고 나누는데 머무르고 있어 복음화의 긴 여정에 첫 걸음을 내딛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신비가 드러나는 공동체라는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야 합니다"(필립 3,14ㄱ 참조).
3. 대희년과 복음선포
3.1. 대희년의 기쁨이 가난한 이들에게
교회 공동체의 선교 사명은 사회환경의 복음화를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사목을 통해 그 참다운 결실이 드러납니다. 사회사목은 사회환경을 복음화시키고자 하는 사목으로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각자가 처해 있는 직장, 지역, 문화 등의 사회환경을 그리스도의 눈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큰 과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사회적 관심], 42항)입니다.
새로운 천년대를 맞이하여 많은 이들이 기쁨과 설렘으로 축제를 지내는 이 때에도 혹독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가난한 이들의 신음 소리를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2000년 대희년이 참된 해방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가난한 이들이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께서 선포한 희년인 '주님의 은총의 해'는 구체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해방이 이루어지는 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기본적인 생존이 어려워 좌절하고 있는 이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거대한 자본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고 부의 편중으로 인하여 다수의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허탈감과 절대적 빈곤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루가 4,18)하신 말씀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희년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교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는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희년은 서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가진 것을 나눌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 공동선을 증진하기 위한 사회변혁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투신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나 경제정책과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구조적 가난을 제거하고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책임있는 주체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3.2. 대희년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
상호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다지는 대희년을 맞이하여 한국 교회는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민족분단의 비극을 교회의 비극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화해되었다는 우리의 믿음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불화와 불목으로 가득 차 있는 모순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갈라진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되는 일은 우리 민족이 새로운 시대에 당면한 최우선의 과제가 아닐 수 없으므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을 교회가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교회는 우선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받는 평화통일을 위해서 꾸준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굶주리고 헐벗은 북녘의 형제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면서 교회는 민족 사회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 그리고 인간 상호간의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이자 성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반세기 동안 단절된 채 아무런 왕래도 없었고 서로 반목 속에 경원하며 살아온 남북의 이산가족이 다시 마음으로부터 한 가족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서로의 언어가 변했고 사고방식이 다르고 경제수준이 다른 두 지역의 사람들이 일치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용서와 인내와 아량이 필요할 것입니다. 교회는 이 부분에서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입니다.
3.3. 가정과 청소년 사목
오늘날 많은 가정들이 온갖 형태의 사회악 즉, 낙태, 부부간의 부정과 이혼, 노부모 유기, 아동학대, 청소년 범죄, 인간성 상실, 폭력 등으로 위협 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의 사회가 그 가장 기초에서부터 파괴되어 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혼문제, 노인문제, 청소년문제는 서로 꼬리를 물고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교회가 시급히 대처하지 않으면 가정은 와해를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복음화된 소공동체가 이런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힘이 되어주고 있는 모습은 분명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한 가족정신의 증거입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모든 가난한 이를 특별히 사랑함으로써 주님을 따르는데 매진하고, 배고픈 이, 가난한 이, 노인, 병든 이, 마약 희생자, 가정이 없는 이들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가정 공동체], 47항). 교회 안에서 가정 성화를 위해서 투신하고 있는 여러 신자들과 단체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분명 기쁜 소식입니다. 일선 사목자들은 현대 가정의 위기와 현실을 잘 진단하여 사목적으로 민감하게 대처함으로써 가정이 온갖 죄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회와 가정 안에서 청소년들이 설 자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수시로 변하는 교육정책과 입시제도로 말미암아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며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좌절과 자포자기에 자신을 내던져버리고 있습니다. 부모와 사목자들은 새로운 시선을 갖고 청소년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그들의 변화와 갈망에 인내롭게 응답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관심이 세상의 감각적인 재미에 기울어지기보다 아버지 하느님께로 향함으로써, 청소년들이 희년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4. 새 천년기를 위한 교구 시노드
이상과 같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은 새 천년기를 여는 우리의 복음화 여정 앞에 큰 도전과 장애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급속한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 수단들,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여 세계를 하나의 시장권 안에 통합해 가는 대자본들은 이 시대에 우리가 미처 예측하거나 대비하지도 못하는 새로운 문명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새 문명의 무대에서 과연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과제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이 새 시대를 향해 우선 교회는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겠습니다.
세계 교회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헤아릴 수 없는 상처와 혼란을 체험하고 산업의 급격한 발전을 지켜보며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복음적인 응답을 하기 위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공의회를 통해 교회는 자신의 신원을 다시 파악하고 교회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공의회의 결과 교회는 세상을 향해 열린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공의회는 교회와 세상에 엄청난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현 교황께서는 이 공의회의 후속작업으로 그동안 세계 시노드, 각 대륙의 시노드, 교구의 시노드를 권장해오셨습니다. 그리고 1998년에 열린 아시아 주교 시노드는 아시아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아시아인의 심성에 맞는 새로운 복음화를 추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회의가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여러 교구에서 시노드를 열어 교구민 전체가 성령의 이끄심에 귀를 기울이면서 회개와 쇄신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교구도 그동안의 복음화 과정을 점검하여 자기 신원을 짚어보고 새 천년기의 사목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필요로 합니다. 이 변화와 위기의 시대를 직면하며 교회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소리와 소망을 잘 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교구 시노드를 열고자 합니다. 분명 시노드는 교구의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기도하는 장이 될 것이며 교회와 세상이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함께 기도함으로써 서로 하나가 되고 교회와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헤아림으로써 하느님의 뜻이 진정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또한 시노드를 통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각각 서로의 은사를 존중하고 합당한 역할을 정립하여 소원한 관계를 극복하고 협력과 화합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시노드 안에서 서로에게 귀를 기울임으로써 형제적인 일치를 이루고 합의된 사목방향에 교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는 지금보다 몇 배의 복음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칠 때 우리는 현재 교구의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고 새롭게 다가온 제삼천년기에 시대의 징표들을 읽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99년 11월 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 진 석
아래 세부지침을 본당과 지구, 수도회 및 각급 교회 기관의 실정에 맞게 적극적으로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1. 대희년
1) 대희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주십시오(대희년 교육 자료 참조).
2) 본당 사목회의에서 대희년을 맞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의논하여 작은 것이라도 실천합시다(부채 면제 혹은 일부 탕감, 집세 동결, 어려운 이웃에게 경제적 도움 주기, 용서와 화해, 지역 사회복지 기관과 연계하여 실직자 돕기, 소년소녀가장돕기, 소외된 노인 돌보기, 결식아동지원, 학자금 지원 등).
3) 용서와 화해, 회개의 기쁨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고해성사와 참회예절을 마련해 주시고 구역과 반에서 화해예절을 하도록 안내해주십시오.
2. 복음화와 소공동체
1) 전 본당 공동체가 적극적인 선교 과정을 마련하여 선교에 참여해 주십시오.
2) 지구 차원에서 선교 추진 책임자를 임명하여 선교 추진과정을 기획하고 돕도록 해 주십시오.
3) 소공동체는 한 달에 2번 이상 정기모임을 실시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4) 평신도와 수도자와 성직자가 함께 전반적인 본당사목을 평가해 주십시오(평가 자료는 교구에서 제공).
5) 소공동체들이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서 실천해 주십시오.
6)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 투자를 하고, 양성된 지도자들이 공동체를 위해서 자발성을 갖고 봉사하도록 배려해 주십시오.
7) 공동체 지도자(구역장, 반장)를 위한 피정과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주십시오.
8) 본당 사목계획 수립시 각 구역별 사목계획을 수렴해 주십시오(구역별 행사, 실천사항 등).
9) 사목자들은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하거나 전화를 해서 격려해 주십시오.
10) 성서를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해주십시오(청년 성서모임, 어버이 성서모임, 여정. 못자리, 40주간 등).
3. 사회사목
1) 지구와 본당의 사회복지분과를 사회사목분과로 확대·개편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교구의 사회복지회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물론 노동사목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사회교정사목위원회 그리고 정의평화위원회와 연대함으로써 지구와 본당에서도 사회사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2) 각 본당에서는 희년 전통의 열매인 사회교리가 우리 교구 안에 널리 알려지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교구 사회사목부에서 실시하는 사회교리학교에 사목위원과 예비신자 교리교사 등 평신도 지도자들을 보내 주십시오.
3) 각 지구에서는 사회교리 전체를 포괄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을 지구 내 각 본당의 구역장과 반장들에게 교육해 주십시오.
4.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
1)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받는 민족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통일묵주 보급을 통한 묵주기도 및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2) 각 본당의 신자들이 한 달에 한 번 단식을 통해서 모아진 성금을 굶주리고 헐벗은 북녘의 형제들을 위해서 봉헌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3) 각 본당에서는 각 지구에서 실시하는 민족화해학교에 사목위원과 교리교사, 청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5. 가정 사목
1) '가정 공동체' 성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배려해 주십시오(ME, 선택, 가정성화 6주 프로그램, 가정 복음화 세미나, 행복한 가정운동, 외짝 교우에 대한 배려 등).
2) 지구별로 실시하고 있는 혼인 교리 교육 내용의 충실성과 일관성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3) 가정 문제 상담에 대한 사목적인 배려를 해주십시오.
6. 청소년 사목
1) 교회 안에 청소년의 자리를 마련하고 실제적인 투자를 해 주십시오.
2) 청소년 사목의 지도자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주십시오(2000년에 개설될 교구 청소년 사목학교에 청소년 사목위원들을 참여시켜주십시오).
3) 전례가 청소년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하는 축제가 되도록 전례상 응용이 가능한 부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주십시오.
4) 교리 시간에 청소년의 고민과 갈망을 복음의 빛으로 함께 나누며, 그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5)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을 격려하고 적극 지원해 주십시오(복음나누기 모임, 청년 성서모임, 선택 프로그램, 떼제 기도 모임, 포콜라레 등).
대림 제1주일
1999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 대희년의 준비를 위한 가정 복음화
"복음선포는 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첫째가는 봉사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대희년을 선포하시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대희년 준비를 시작하게 한 섭리적인 사건이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0년대 복음화 기도문'에서 우리 모두가 기도해왔듯이 복음화란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며 주님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입니다.
서울대교구는 92년도부터 '2000년대 복음화'를 위한 장기적 사목목표를 세우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해왔습니다. 우리는 소공동체를 이루어 주님의 말씀이 소공동체의 중심이 되도록 했습니다. 92년부터 복음 나누기를 반모임, 구역모임에서 시작했고 이제는 생명의 말씀인 복음이 우리를 변화시켜 친교의 공동체로 성장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공동체 안에서 점점 평신도 사도직이 살아나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받은 사명을 실천해가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공동체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복음선포의 공동체로 더욱더 성장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근본적인 사명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여 당신 구원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수난하시기 전에 성부께 얼마나 간절히 기도하셨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청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천지창조 이전부터 나를 사랑하셔서 나에게 주신 영광을 그들도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요한 17,21.24 참조)
1. 왜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까?
그리스도께서는 유일한 구세주요 그분 홀로 참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알려주며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베드로는 앉은뱅이를 고친 다음 자신을 심문하는 유다 지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 불구자였던 저 사람이 성한 몸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된 것은 바로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힘입어 된 것입니다.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이 이름밖에는 없습니다."(사도 4,10.12)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사도 바오로는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한 분이 계실 뿐이고 그분을 통해서 만물이 존재하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살아갑니다."(1고린 8,5-6)고 하시면서 이 기쁜 소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세 차례나 긴 전도여행을 하셨던 것입니다.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면 내게 화가 미칠 것"(1고린 9,16)이라고 하신 이 말씀을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신 이 기쁜 소식은, 모든 사람들이 알 권리가 있고 알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우리는 이 선물을 감추거나 자기 자신에게만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의 시카르라는 동네에 이르렀을 때 그분 자신도 몹시 지치셨습니다. 때마침 사마리아 여인이 물을 길으러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좀 달라고 청하셨을 때 그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께 "당신은 유대인이고 저는 사마리아 여자인데 어떻게 저더러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요한 4,9)라고 반문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 무엇인지, 또 너에게 물을 청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나에게 청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너에게 샘솟는 물을 주었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10.14)라고 말씀하시자 그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을 따르는 새로운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런 일상적인 사건 속에서도 예수님께서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십니다. 모든 이들에게 주님을 선포하는 것이야말로 내 이웃과 사회에 제공하는 첫째가는 봉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바오로 사도가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말씀을 선포하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꿋꿋이 계속하시오."(2디모 4,2)
2.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모든 복음사가들은 부활하신 주님과 사도들의 만남을 알려주며 주님께서 그들 모두를 파견하시는 분부로 복음서의 끝을 맺고 있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사람을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마르 16,15-18)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쁜 소식의 선포는 하느님의 일이며 예수님의 사명입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그들의 마음이 성령으로 가득 차서 성령이 시키는 대로(사도 2,2-4 참조)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동포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나자렛 예수는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이었습니다."(사도 2,22) 이렇게 성령의 충동으로 복음은 놀랍게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 아니라 온 세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복음선포의 현실은 어떠한지 살펴봅시다.
한국교회는 1970년 - 1980년대에는 놀라운 속도로 예비신자들이 증가하였습니다.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선교 200주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풍부한 결실을 이루었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자수의 증가율이 현저히 둔화하고 있습니다. 서울교구 신자 통계에 의하면 신자 증가수가 1990년도에 53,000명이었는데 1997년도에는 25,00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행불자 수를 보면 1990년도에는 13만 명이었는데 매년 증가하여 1997년도에는 22만 8천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교회의 선교 사명'을 발표하시면서 교회의 역사를 비추어 볼 때 선교 열의는 언제나 교회 활력의 표지였고, 반대로 선교열의 감퇴는 신앙 약화의 표지였다는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요즈음 몇몇 본당에서 300%에서 400%의 예비신자 증가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는 선교 열의가 있는 몇몇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기도와 선교의 열성을 통하여 이루어낸 결실임을 알게 됩니다. "복음선포는 전체 교회 공동체와 함께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개인에게만 속한 것은 아닙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45항).
초대교회 신자들이 성령을 받고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복음을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온 유다와 사마리아를 거쳐서 땅 끝까지 전파하였듯이 우리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주님의 기쁜 소식을 곳곳에 전파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금년부터 모든 공동체(반모임, 구역모임, 본당)에서는 선교를 위한 특별기도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기도와 함께 서울교구 신자 모두는 한 사람씩 주님을 모르는 사람을 주님께 봉헌하며 사마리아 여인과 같이 샘솟는 물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 선교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잃은 양들에 대해서도 모든 공동체가 특별한 기도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예비신자 교리와 예비신자 모집과 대부대모 및 영세 후의 관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본당에서는 예비신자 교리서 '함께 하는 여정'의 방법을 통해 예비신자들을 중도 탈락 없이 거의 다 영세시키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예비신자들이 와도 그 중의 50% 내지 60%밖에 입교시키지 못하는 본당이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3. 대희년 셋째 해인 성부의 해
이제 대희년을 향해서 나아갑시다. 대희년 준비의 마지막 해인 1999년도의 목표는 신앙인들이 시야를 넓혀 그리스도의 눈길 곧 "하늘에 계신 아버지"(마태 5,45 참조)의 전망 안에서 사물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이미 모든 공동체 안에서 아모스 복음 나누기를 도입한 '희년의 실천'이라는 교재를 만들어 실시하고 있습니다. 몇몇 특별한 사람만이 개인적으로 대희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반모임, 구역모임, 본당)들이 그리스도의 빛으로 우리 주변의 현실을 바라보고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드러낼 것인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사랑으로 저희를 당신 몸의 지체로 불러주셨으나 오늘 저희의 모습은 너무도 미흡하나이다.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지 못하고 세상의 부패 속에서도 소금이 되지 못하고 있나이다."(2000년대 복음화 기도문중)라고 겸손되이 기도하였습니다. 이제 새로이 마음을 다져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고 노력하여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주위에 성장하고 확장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대희년 준비 셋째 해를 맞이하여 중요한 관점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제삼천년기 51항)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감은 곧 그리스도를 택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서있는 그만큼 그리스도께로 회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태어나실 때부터 가난하셨고 철두철미하게 가난한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소위 IMF 경제위기로 인해 실직된 사람들과 거리의 노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관심과 배려와 사랑을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2000년 동안 성장한 원동력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빈부의 차별없이 모든 이에게 대희년의 기쁨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성령께서는 우리 교회와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4. 맺음말
성령의 이끄심으로 서울대교장에 취임한 후 저는 끊임없이 우리 성직자들과 수도자들과 모든 형제자매들의 가정을 위해서 기도해왔습니다. 비록 여러분을 다 만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기도 안에서 여러분을 만나려 했습니다. 취임 후 첫번째 사목교서의 주된 관심은 복음선포에 대한 열의입니다.
성자께서 이 세상에 파견되어 오신 근본적인 사명이 복음선포이며, 사도들의 첫번째 사명도 복음선포였습니다. 사도들의 후계자인 교구장으로 선임된 저는 우리 나라에도 더욱 복음화가 되는 은총을 주시기를 하느님께 간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전세계 인구 중에 평균 약 18%이니까 한국교회도 최소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이 어찌 우리 힘만으로 되겠습니까. 성령께서 함께하시지 않고서야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러한 우리 주님께 모든 하느님 백성들이 복음선포에 앞장설 수 있도록 간구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모든 가정, 모든 공동체, 모든 본당과 수도회가 이를 위해 특별한 지향을 갖고 끊임없이 기도해주십시오. 끝으로 주님의 종인 교구장으로서 성직자,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을 기원합니다.
1998년 11월 19일
천주교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 진 석 1999년도 사목교서 세부지침
1. 복음선포에 관하여
(1) 모든 가정, 소공동체(반모임, 구역모임), 본당, 수도회는 이 특별한 지향으로 끊임없이 기도해주십시오.
(2) 모든 신자들은 주님을 선포할 형제자매들을 선택하여 봉헌해주십시오.
(3) 소공동체(반모임, 구역모임) 안에서 활동사항으로 확인해주십시오.
(4) 지구대표 신부님들은 각 본당의 예비신자들에 대해 관심과 사목적 배려를 해주십시오.
2. 예비신자 시기에 관하여
(1) 예비신자들이 시작부터 반모임, 구역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2) 주입식 교리가 아닌 나눔의 방법으로 전환하며, 이 정신으로 만든 '함께 하는 여정' 교리서를 사용해 주십시오.
(3) 예비신자 모집을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4) 평신도들이 예비신자 봉사자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해주십시오.
3. 대희년에 관하여
(1) 소공동체(반모임, 구역모임) 안에서 주님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한 '희년의 실천'(대희년맞이 교재 제2권)을 이용해주십시오.
(2)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배려를 여러 방면에서 실천해 주십시오.
4. 지구장 신부님들의 사목적 배려
(1) 지구장 신부님들은 위의 각 사항을 지구 안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 계획을 세워주십시오.
(2) 이 외에도 지구에서 자발적으로 더 좋은 사목적 방안을 지구회합을 통해 수립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대림 제1주일
'98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요약
- 대희년의 준비를 위한 가정 복음화
주님은 주님이 시작한 이 구원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고 부활하신 후 주님 이 뽑으신 사도들이 주님의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성령을 약속하셨습니다. 주님의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예수가 생명의 주, 구세주이심을 힘차게 증언하였습니 다.(사도 2장 참조) 또한 온갖 박해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셨으며 많은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인도하시고 가진 모든 것을 서로 나누는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셨습니다.(사도2장, 4장 참조) 성령은 참으로 사도들 과 함께 일하시며 그들을 시켜 그리스도를 기초로 하는 교회를 공고히 세우셨습니다. 성령은 참으로 온 땅을 새롭게 하여 주는 분이십니다. 성령은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를 닮은 새 사람으로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이제 서울대교구는 1998년 '성령의 해'를 맞이하여 세 가지 방향으로 사목의 결실을 이루 고자 합니다. 첫째는 우리 사회에 참된 복음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오늘 위기에 처한 가정의 복음화입니다. 둘째는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구원을 절 박하게 필요로 하는 이들이며 희년의 기쁨이 전달되어야 할 대상인 북한동포들입니다. 셋째는 이들 목적이 달성되기 위하여 교회는 참으로 그리스도를 본받아 복음적 청빈을 살 줄 아는 교회, 가난한 자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줄 아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시대 에 성령께 순종하는 교회가 되고, 메시아적 교회가 되는 참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