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는 아이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사랑을 전하는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나가기는 했지만 미사 시간에는 서로 떠들고 장난하다가 미사만 끝나면 몰래 도망을 쳐서 부모님과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굉장히 걱정을 끼쳤어요. 그래서 하루는 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착실한 아이들이 될까?"
하고 토의한 끝에 이 아이들을 복사단에 가입시키기로 하였습니다.

그 다음 주 일요일 미사가 끝나자마자 부모님들은 세 아이의 손을 잡고 신부님께 찾아갔습니다.
"신부님, 이 아이들을 복사로 일하게 해 주세요."
신부님께서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시더니
"복사는 아무나 하고 싶다고 다 하는 게 아니란다. 복사가 되려면 영세도 받아야 하고 신앙심도 깊어야 하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자, 다른 애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연승이가
"신부님, 저는 영세 받았어요. 그리고 공부도 잘 하고 신앙심도 깊어요. 저는 복사할 수 있어요."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신부님께서
"너, 그럼, 예수님이 누구신지 아니?"
하고 물으셨어요. 교리를 잘 모르는 연승이가
"하느님의 아들이어요."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럼 예수님의 어머니는 누구시지?"
이번엔 선과가
"성모 마리아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조금 안다고 되는 건 아냐. 예수님의 사랑을 알아야지! 장난만치는 아이들은 안돼!"
"앞으론 장난 안 칠께요."
하고 세 명의 장난꾸러기들이 신부님을 붙잡고 매달렸어요. 미사 시간에 장난은 치면서도 제단에서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복사들이 부러웠거든요.

그러자 신부님은
"그럼 앞으로 일주일 동안 평일 미사에 참석해야 한다. 그리고 한 명도 빠지면 안된다."
하셨어요. 이 말씀을 들은 연승이와 승길이, 선과는
"네!"
하고 소리지르며 기뻐서 막 뛰었어요.

하지만 셋은 집으로 가면서 '어떻게 새벽에 일어나 성당에 갈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어요.
"야, 어떻게 하지! 괜히 복사하겠다고 했어. 난 10시나 돼야 겨우 일어나는데."
연승이의 말을 따라 두 친구들도
"나두."
하며
"가지 말까?"
하는 소릴 했어요.

한참을 떠들다가 연승이가
"괜찮아, 다른 애들도 일어나서 오는데 우린 왜 못하냐?"
하고 집으로 왔어요. 연승이는 저녁을 먹고 하품을 열 번도 더하다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졸기 시작했지만 이불 속에 들어가 잘 수는 없었어요. 자기가 새벽에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을 잔다면 복사는 영영 못할 것 같았어요.

몇 번이나 앞으로 옆으로 쓰러지며 밤을 새우다가, 5시 종소리를 듣곤 벌떡 일어나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섰어요. 연승이는 캄캄한 새벽길을 혼자 걸으면서 무서워 자꾸 성호를 그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어둠 속에서 누가 자기 뒤를 살금살금 쫓아오는 것 같았어요.
'이젠 죽었구나!'
하며 막 뛰는데 그 발자국도 자기를 따라 뛰어 오는 게 아니겠어요.

놀란 연승이는 더 빨리 뛰어 성당 안에 들어 와서 숨을 할딱거리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란 연승이는 그만
"으악"
하고 소릴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람도 깜짝 놀라며 소리를 쳤습니다.

잠시 후
"연승아, 나야, 나 승길이야."
"너 왜 불러도 대답 않고 뛰어만 가니. 나도 누가 뒤에서 쫓아 와서 막 뛰었는데…"
둘이는
"휴우!"
하고 숨을 쉬는데 또 다시 문이
"쾅"
하면서 열렸다가 닫히며 누가 뛰어 들어 왔어요. 순간적으로 놀란 연승이와 승길이는 그 사람이 선과란 걸 알고는 더듬거리며 걷는 선과의 어깨에 손을 갖다 댔어요. 그러자 선과는 그만 소리도 못 지르고 재빨리 의자 밑으로 기어 들어가 버렸어요.
"나야, 나."
하고 둘이 웃자 선과는 의자에서 나오며
"야, 너희 왜 그렇게 뛰어 오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나도 뛰느라고 힘들었다."
"야! 그럼 승길이 뒤를 쫓아 온 건 너였구나."
"괜히 무서워 뛰었잖아."
"참, 너희들 용케도 일찍 일어났다."
선과의 이 말에
"나 밤샜어."
"나두."
"나두."

이렇게 첫 날을 보낸 세 명의 친구들은 일주일이 지나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들어 밤을 새지 않아도 아침 미사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신부님은 약속대로 세 친구를 복사단에 넣어 주셨고, 다시 일주일 동안 복사를 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하지만 '주수 수건 접는 법'이라든가 종치는 것들이 쉽지는 않았지요. 첫 미사에 신부님과 부딪쳐, 나오자마자 넘어지기도 했지만 무사히 넘어 갔습니다.

성령강림절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 세 명의 친구들에겐 생각나는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알아야 한다."
그 말은 처음 이들이 복사를 하려고 신부님을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었어요. 하루는 신부님께
"예수님의 사랑이 뭐예요?"
하고 묻자 신부님께선
"너희들이 아는 사람들 중에 가난하거나 약한 사람들에게 너희들의 물건을 나누어주거나 너희들의 힘을 빌려주는 거란다."
그래서 세 명의 어린이들은 복사들과, 신부님을 모시고 이번 성령강림절 축하 파티를 열 때 한 명씩 어려운 환경에 있는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로 하였습니다.

성령강림 미사와 주일학교가 다 끝난 후에 복사들은 교실에서 각자 한 명씩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파티를 열었습니다. 한참 재미있게 노래를 부르고 과자와 사탕을 먹다가 선물을 전해 주는 시간이 왔습니다.

복사들은 모두 자기가 데리고 온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책받침이 많은 연승이는 깨진 책받침을 들고 다니던 친구에게 새 책받침을, 승길이는 항상 자신에게 지우개를 빌리던 친구에게 새 지우개를, 선과는 아빠가 사 주신 연필에서 하나를…….

이렇게 복사단의 어린이는 공책, 연필, 아픈 엄마를 위해 기도와 간호를 하며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져 예수님의 사랑을 남들에게 전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들의 모임은 점점 커 갔고, 새로운 기쁨으로 예수님을 따랐고,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랑을 전하는 아이들'이 되었답니다.


E-mail : peters1@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