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

노 인 학

1.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UN이 정한 노인의 해.(1999년)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소포클레스는 말했다. 또 60이든 70이든 어느 나이나 다 살만하다. 그러나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팔순을 살았다 해도 단명한 사람이라고, 시인이며 수필가인 피천득씨는 갈파했다. 중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시간의 흐름이 빨라져 노년기가 성큼성큼 다가온다는 소리는 자주 듣는 얘기다. 이런 속에서 우리는 모든 인간의 미래상인 노년의 모습이나 노인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어떤 이는 나이가 든 노인일수록 사소한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노인들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노인들의 실수를 너무 직설적이거나 되풀이하여 지적하지 말 것을 충고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노인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노인들은 주위로부터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을 즐거워한다고도 한다. 노인의 손이 떨리고 찻잔을 떨어뜨리려 하는 등 위태롭다 할지라도 노인들은 스스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노인들의 실수를 어떤 방식으로 고쳐주느냐에 따라 노인들을 슬프게 할 수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젊었을 때에는 모든 것을 해내고 싶어서 정신없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낫고 좋은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 속에 살기도 하지만 어느 때에는 그래도 옛날이 좋았지 하며 과거가 현실보다 더 나은 삶으로 채색된 기억 사이를 오가게 마련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순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현재 자신의 삶에서 조금 떨어진 생각 속의 순간에 머무르기를 더 원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도 한 것이다.
노년을 맞으면서 그동안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 완성시키지 못한 일 등 수많은 상념 속에 자신의 현재 처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과오를 범했던 일에 대한 죄의식이나 회한, 지나온 미흡한 삶에 대한 후회와 허망한 느낌, 모멸감 속에 휩싸였던 오욕의 감정, 그런 속에 빠져 있으면 그는 더욱 회한과 오욕 속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늙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으므로 과거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하며 더이상 후회스런 감정을 갖지 않으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인에게도 미지의 세계는 있다. 그 세계는 당사자의 노력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때문에 '늙어간다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다고 생각하라'는 귀띔은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인간은 노년의 길목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노년일수록 생의 애착이 커지면서 인생을 지나온 때보다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노인일지라도 무엇인가 새로운 걸 배우는 일을 즐거워하는 점에 착안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한다는 생각 아래 삶의 활력을 찾게 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평화를 찾도록 도와줌이, 유엔이 정한 노인의 해인 올해 우리가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평화신문 1999년 7월 4일(주일) 7면의 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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