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

노 인 학

대전주보 (1972년 4월23일자)

1)노인은 외롭다
내일(24일), 삽교에서 본당신부로 계셨던 정에밀리오 신부님께서 교구적으로 은퇴식 겸 금경축(사제 서품 50주년 기념)을 맞이한다. 신부님은 지난 2월 5일 향년 75세를 맞이하셨다. 47년간 한국에서만 신학생 양성과 전교사업에 이바지 하신 정신부님은 이제 본당을 떠나 쓸쓸히 남은 여생을 삽교에서 보내실 것이다. 차제 우리는 영신적 아버지인 신부님들, 특히 외로운 은퇴신부님을 위해 기도하고 더불어 부모 공경과 노인을 공경하는 신자로서의 의무에 대해 반성해야 하겠다.
2)노령인구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소망이다. 사람이 늙으면 늙을수록 생에 대한 애착은 더 많다. 그래서 회갑을 맞는 어른에게 장수를 빈다고 인사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의 노인들은 오래 살수록 더 외롭고 비참해지는 현실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60세 이상의 인구가 200만이 넘고 65세 이상의 노인도 160만명 쯤된다고 한다. 늙으면 공직에서도 은퇴를 해야 하고 가정에서조차 경제권을 빼앗긴다. 옛날엔 노인을 섬기는 것이 유교 도덕상 최고의 미덕이었고 아직도 그런 미풍은 남아 있지만 그런 근대화의 바람에 경로사상은 점차 거세당하고 있다. 가정에서 학대받고 공직에서 쫓겨난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공경의 대상은 커녕 고향을 잃어버린 이방인 신세다. 노인이 많은 우리 나라에 노인들에게 밝고 명랑한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가 아무 것도 없으며 외로운 노인을 찾아 위로할 줄 아는 젊은이도 점차 줄어만 간다. [아바님 나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곳 아니면 이몸이 사라사랴. 하늘 같은 은덕을 어데다혀 갚사오리.] 이런 글은 학생 때 古文시간에나 배우고 누구 머리가 좋은지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글로서의 가치 밖에 없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편지나 과거의 은인, 은사를 찾아 볼 시간이 없는 현대의 젊은이들이 아닌가? 답답한 그대여,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 못하는가?
3)은퇴신부
현재 우리 나라엔 연세가 많아 은퇴하신 신부님들이 많다. 신부가 은퇴하면 공적인 교회의 직책에서 물러나지만 신품성사로서 받은 성사집행 권한까지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미사집전이나 성세, 고백성사를 줄 수 있다. 그래서 한 번 서품된 사제는 [영원한 사제]인 것이다. 이것은 자기 스스로도, 남의 힘으로도 박탈할 수가 없다. 수 천명씩 되는 본당을 맡아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은혜를 전달해 준 신부님들이 연로하셔서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은혜를 받은 열 사람 중, 한 사람씩만 찾아와도 은퇴하신 신부님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4)효도하라
옛날 중국의 漢나라 시대에 한백유(韓伯愈)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전에 어머니한테 가끔 매를 맞았지만 울은 일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한테 매를 맞고 한백유가 우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묻길 "전에는 울지 않던 네가 오늘은 어찌하여 우느냐?"하니 아들은 다음처럼 대답하였다. "그전에 어머님이 때리시면 매우 아프더니 이젠 아프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기력이 쇠하셨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울었습니다." 노인들의 생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꾸중을 듣기 싫다고 대꾸하지 말라. 눈 앞에 보이는 부모나 은인, 노인을 섬길 줄 모르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섬긴다고 교회에 나오지 말라. 끝
5)경로(敬老)
BC 1년에 힐라리온이란 사람은 타향에서 자기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힐라리온은 나의 아내 알리스에게 문안하오. 나에 대해서는 아무 염려하지마오. 그리고 아이나 잘 기르시오. 월급을 받는대로 곧 보내리다. 만일 아기를 낳거든 사내 아이면 살려 두고, 계집애이면 내버리시오. '날 잊지 말라'는 전갈을 받았는데 내 어찌 당신을 잊겠오! 걱정 마시오." 세네카는 당시의 로마인들 풍속을 인용하여 다음 같은 기록을 하였다. "우리는 무서운 황소를 도살하고, 미친개는 교살하며, 병든 짐승은 죽여 버리고, 약하거나 병신 자식은 물에 던진다." 웃을 일이 아니다. 당시 로마인들은 아버지가 되면 자녀나 가족에 대하여 절대적 권한을 가졌다. 농장에서 혹사하거나 노예로 팔거나 재판에 붙여 사형시킬 권한도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그리스도교는 탄생하였고 여권향상과 자녀애호 운동에 크나큰 공헌을 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이 때 "자녀된 사람은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어버이들은 자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말고 주님의 정신으로 교육하고 훈계하며 잘 기르십시오."하고 에페소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변화가 심한 사회에서 부모나 어른들의 교육적인 태도도 문제이지만 자녀가 부모에게,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대하는 태도는 너무도 비뚤어졌다. "늙기도 서럽거든 짐인들 무거우랴..."가 아니라 "늙어 쓸모 없으니 일찍 가라"는 식이 되었다. 향락을 위해 태아를 죽이는 여자들, 노인들을 학대하는 청년들에게 다음 세대 쯤에는 늙기도 전에 고려장을 위한 지게가 마련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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