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

노 인 학

노년의 성공적인 삶을 위하여 - 김애순(연세대 심리학과 강사)

Ⅰ. 머리말
늙음이란 인생에서 단 한 번 겪는 일이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되어 '할아버지’,‘할머니’라는 호칭과 함께 예기치 않는 순간에 찾아들어 우리를 당혹께 한다. 그래서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노년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안경에 먼지를 잔뜩 씌우고, 귀를 솜으로 막고, 커다랗고 무거운 신발을 신고, 장갑을 낀 다음 정상적으로 하루를 보내 보라고 했다. 이는 나이가 들면 시력, 청력이 떨어지고, 감각이 무디어 질 뿐만 아니라 기력이 쇠잔해져서 신체적, 생리적으로 매우 불편하고 불안전한 상태에서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안전함이 흔히 노인들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키는 것은 노인들을 ‘젊은 세대의 짐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한 외로움과 소외감 그리고 경제적 빈곤과 같은 사회 심리적인 요인들이다. 그래서 노년에 겪는 질병, 가난, 고독, 죽음을 네 가지 괴로움이라고 한다
Ⅱ. 노년기의 신체적 변화
먼저 노화로 인해 경험하는 신체 생물학적인 괴로움을 살펴보자. 나이가 들면 우선 미각, 후각, 소화기능이 감퇴하여 음식 맛이 예전같지 않고 음식 섭취량이 감소한다. 그 리고 근육과 골격이 약해져서 작은 사고에도 쉽게 골절상이나 관절염에 걸릴 위험이 있다. 또한 공기의 흡입량이 감소하고 면역 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감기,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에 쉽게 노출되며,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 당료, 치매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젊은 시절에 비해 노년기에는 한번 질병에 걸리면 원상으로 회복되는데 장기간이 걸리며, 신체 일부분의 질환이 몸 전체의 노화를 촉진하게 된다. 노인들이 가벼운 감기 증상을 앓고 난 이후에 기력이 없고 쇠잔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노인들의 일상 생활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대뇌 세포와 감각 기관의 퇴화로 인한 시력, 청력 및 지력, 기억력의 감퇴이다. 시력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40대 중반부터 돋보기가 필요하게 되며, 노폐물의 축적으로 인하여 눈의 선명도가 떨어지고 눈이 침침해진다 그리고 어둠과 밝음의 변화에 순응하는 속도가 떨어지며, 밤눈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밝은 곳에서 지하도와 같은 어두운 곳에 들어가거나 야간 운전을 할 경우에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청력 또한 50세 이후부터 고음을 듣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목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이 감퇴한다. 보통, 시력 장애보다는 청력 장애가 사람을 더 어리숙하게 보이게 하고 대인 관계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즉 노인들은 잘 듣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고 주위 사람들은 그런 노인을 회피하고 소외시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지고 기억력이 감퇴할 뿐만 아니라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데 그 이유는 뇌 세포의 상실과 퇴화에 기인하지만 살아오면서 축적된 수많은 생활사들이 기억 속에 복잡하게 엉켜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인들은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속도가 느리며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운다는 것이 무척 힘들고 금방 한 일도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이러한 시력, 청력의 감퇴와 건망증은 노인들의 일상 생황에서 실수나 오해, 의심증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노인들의 성격이나 행동에 조심성, 경직성, 의존성이 증가하는 변화를 초래한다. 즉 노인들은 매사에 행동을 느리고 조심스럽게 하며, 새로운 전자 제품을 사용한다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경직성을 보인다. 그리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이 되어간다. 흔히 노인들의 행동이 느리고 융통성이 없고 답답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신체 생물학적인 변화 과정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그 감퇴의 정도와 속도는 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가계가 건강하고 장수한 집안이거나 평소에 고음, 과식, 흡연을 멀리하고 건강 관리를 장하신 분들은 대부분 70세까지도 별다른 정신, 신체적인 감퇴 없이 건강하게 사신다. 그러나 술, 담배, 공기 오염, 그리고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속에서 자신의 건강을 소홀히 할 경우, 노화가 촉진될 뿐 아니라 타고난 수명을 더욱 단축하게 된다. 최근 학계에서 '소식(小食)을 하면 장수한다'는 설이 나왔다. 즉 음식물의 과다 섭취는 체내에 지방질을 축적시켜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시킬 뿐 아니라 노화 과정을 촉진시키는 반면에, 소식은 뇌의 노화를 방지함으로써 수명을 연장시킬 뿐 아니라 노인성 치매나 파킨스씨병 등의 정신 신경계 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한다.
Ⅲ. 노년기의 심리 상태
노년기에 겪는 가장 큰 괴로움은 경제적 빈곤과 외로움, 소외감이다. 대체로 50대 후반부터는 자녀들이 출가하여 '빈 둥우리 시기'를 맞게 될 뿐만 아니라, 은퇴로 인하여 수입이 감소하고 지금까지 해 오던 역할과 사회적 유대관계의 폭이 감소하거나 상실된다. 먼저 빈곤의 문제를 살펴보면, 지금의 노인 세대(60대, 70대, 80대)는 일제 시대, 6.25, 4.19, 5.16 등을 거치면서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어려운 생계와 자녀 양육을 위해 경제적, 심리적인 투자를 다해 버리고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는 미처 준비를 해 두지 못한 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정부의 노인 복지 제도나 사회의 노인 복지 시설의 현황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어서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매우 적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녀들에게 경제적 의존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녀들의 경제 형편에 노후의 생활 수준이 달려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대부분은 가난 속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다음으로 자녀의 출가와 사회 생활의 은퇴로 인하여 오는 심리적인 고통을 살펴보자. 은퇴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자녀 양육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난 기분에 홀가분함과 자유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무료함과 무기력감이 찾아 든다. 그나마 여성들은 지금까지 해 오던 가사나 자녀 방문 등의 역할로 소일하 수 있으나, 남성들은 일생에 처음 맞는 역할 상실이기 때문에 평소에 취미 활동이나 여가 생활 등으로 은퇴 준비를 미리 해 두지 않았을 경우, 여유 시간을 처리하지 못해 당황한다. 특히 은퇴란 남성들에게는 사회적 지위의 상실, 자아 정체감의 상실, 일생 동안 맺어 온 사회적 유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일생 중 가장 심각한 위기일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 역할의 상실과 사회적 유대 관계의 감소는 노인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노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오늘날, 노인들은 존경받는 주체가 아닌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준 은퇴자의 입장이 있으며, 그들을 '생산성이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부는 부정적인 사회의 시각 속에서 살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나 가정에서 노인들을 짐스러워하고 무력한 존재로 볼 때, 노인들은 자기 평가를 자기 주관보다는 외부 단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부정적인 시각에 의존해서 자기 스스로 자신을 쓸모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점점 더 그렇게 행동해 버릴 우려가 있다.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품는 노인성 우울증에 걸릴 우려도 있다. 특히 노년기에는 내향성, 수동성이 증가하고 경직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열지 않고 안으로 접어 두는 데 이럴 때 이러한 경향성을 더욱 심해진다. 더욱이 노년기에는 주위에서 배우자, 친지, 친구들이 자주 죽음에 따라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게 된다. 이런 죽음에 대한 인식이 때로는 공포와 두려움, 불안감을 몰고 오지만, 실제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대로 죽음에 대해서는 적게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며, 또 죽음을 인생을 자연스런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Ⅳ. 노년기에 대한 적응
1. 적응 유형
늙어 가는 과정이 꼭 암울하고, 희망이 없고, 무기력하고, 쓸쓸한 과정만은 아니다. 개인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바짝 말라 버린 낙엽을 불평하는 대신에 노랗게 물든 가을의 단풍을 즐길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노화 과정이란 단순히 신체 생물학적 감퇴와 죽음의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맞는 적합한 역할과 행동을 습득해 가며, 오랫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혜를 가지고 자신과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을 조절해 가는 자기 조절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에 적합한 행동을 자지 않을 경우에는 "나이를 헛 먹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부단한 노력으로 인해 신체 생리적 감퇴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자시의 심리적인 욕구를 조절함로써 오곡이 무르익은 가을 들판을 거니는 것과 같은 풍요로움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불만과 고통과 불행감 속에서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형태로 동일하게 늙어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개인의 성격과 심리, 사회적 자원에 따라 노년기에 적응하는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잘 보상받았다고 느끼고 과거에 대하여 후회하지도 않으며, 현재에도 별다른 상실감 없이 살아간다. 이런 사람들을 '성숙형'이라고 한다. 이들은 늙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신적인 갈등이 없으며 많은 활동과 인간 관계를 통해 참된 만족감을 찾는다. 또한 은퇴와 더불어 일생 동안 지녔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복잡한 대인 관계와 사회적 책임감에서 벗어난 것을 홀가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노년기의 조용한 생활이 젊은 시절에 해 보지 못한 것을 보상해 줄 주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손자를 돌보거나 꽃을 가꾸며 편안한 노년을 보내는 '은둔형'이다 혹은 극적으로 활동하는 '무장형'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 젊은 시절의 꿈이나 욕망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비통해 하며 자신의 일생을 절망감과 실패감을 가지고 되돌아보는 '분노형'이나 '자학형'도 있다. 분노형이 실패의 원인을 불행한 시대, 경제 사정, 부모, 형제, 자녀 등 외적인 면에서 투사하는 반면에, 자학형은 불행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자신을 꾸짖는다. 이들은 늙어 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나이가 들면서 더욱 우울해하고 부적응감과 무가치함을 더 느낀다. 위의 다섯 가지 적응 유형 중 성숙형이나 은둔형, 무장형의 세 유형은 자신의 성격에 따라 비교적 노년기에 잘 적응하면서 성공적인 노화를 하고 있는 분들이다. 이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를 갖지 않으며 후세대를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분노형이나 자학형은 노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로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가지며 후손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가족들이 모시기 매우 힘든 분들이다. 흔히 '성공적인 노화'란 생애 초반기에 자신의 잠재력을 얼마나 실현시켰고 인생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 또는 경제적으로 얼마나 부유한가 하는 등의 객관적 기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은 자신의 성격이나 심리 사회적인 자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자신의 심리적 욕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성공적인 노화는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 자세와 자신의 내면적인 욕구,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얼마나 잘 조절하고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적극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심리적인 자원이다 그러나 가족, 친지, 그리고 사회에서 노화 과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노인들을 긍정적으로 보며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줄 수 있는가 하는 사회적 자원도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한다 .
2. 적응 방법
어떻게 하면 노년기를 보다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는 길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자아를 통합하는 것이다. 키케로는 말하기를 "노인은 죽는 날까지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고 자신의 권리를 유지하며 아무에게도 종속 또는 의존되어 있지 않을 때에만 존경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플라톤은 "노년에는 젊은 시절에 자신을 사로잡았던 수많은 욕망과 정열 그리고 야망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워진다."고 말했으며 또한 공자는 논어에서 "쉰 살에 천명(天命)을 알았다."고 했다. 물론 죽는 날까지 사회나 가정에서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으면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자존심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노년에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인생을 정리하고 통합한다는 의미는 플라톤이나 공자님이 하신 말씀에 더 많이 함축되어 있다. 즉 어떤 객관적인 척도에 따라 자신의 인생의 성패 여부를 판가름하기보다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하늘의 섭리로 알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정리할 때,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욕망과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남은 인생을 평온 속에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정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좋은 방법들이 있다. 절친한 친구나 상담자, 또는 성직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인생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또한 가능하다면 회고록을 써 보는 것도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노년에 찾아오는 신체적인 불편함을 불평하기보다는 이를 자연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시력의 감퇴, 눈부심 현상, 청력 감퇴, 기억력 감퇴 등의 현상은 노년기에 갑자기 온다기보다는 중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동과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될 수 있는 대로 주머니가 크고 편한 옷을 입고 조그만 손전등, 돋보기, 색안경, 보청기 등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필요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심한 건망증에 대비해서는 항상 메모를 하거나 녹음기를 활용할 수도 있으며 커다란 달력을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걸어 두고 이용하면 편리하다. 그리고 주위 환경을 위험성이 없는 꼭 필요한 물건들로만 단순화시키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꾸준하게 규칙적인 운동과 소식을 생활화하는 것은 노년기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주는 비결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노년기에는 내향성과 경직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마음의 문은 닫아 걸 수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삶의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대상은 흔히 절친한 친구, 배우자, 손자나 손녀, 혹은 상담자나 성직자 등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충고를 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더 친근하게 생각한다. 오래된 옛 친구에게 연락을 해 본다거나 노인 대학이나 노인정에 나가 격의 없이 어울려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또한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들과 사귀어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젊은이나 어린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비판이나 엄격함보다는 마음의 문을 열고 젊음이 가지고 있는 어리석음과 단절을 포용할 여유가 더 필요하다. 넷째, 자신의 건강 수준이나 취향에 맞는 적합한 역할을 찾는 길이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서는 왕성한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하기도 한다. 건강하고 활동을 좋아하신 분들이 교회, 친목 단체, 노인 대학, 자원 봉사 등의 대인 관계를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반면에, 은둔형은 꽃 가꾸기, 서예 등의 취미 생활을 하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심리적 여유를 가지고 적절한 역할을 찾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노인들은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모두 가족들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부모의 의존 욕구가 만족되는 정도는 자녀의 경제적 형편이나 효도 또는 자식으로서의 성숙성에 달려 있다. 흔히 노인을 모시는 가정에서는 가치관, 흥미, 주 관심사 등의 차이로 세대간에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퇴행적으로 노화하거나 치매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을 모시는 가정에서는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노인들이 경제적으로는 아들 특히 장남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딸들과 더 많은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부모 부양의 문제로 인해 가족간의 긴장과 갈등이 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모 부양은 형제간 서열이나 아들딸 구별 없이 모든 자식들이 공동으로 책임지고 협조해야 할 일이며, 부모가 독립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모가 정서적으로 가장 만족해 하는 자식과 동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경제적 투자를 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부모에게 생활비와 용돈을 드리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며 아까워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노인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고 현재는 쉬고 있는 인생의 단계에 있으므로 당연히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노인이 짐스럽다는 생각은 조금 덜어지고 오히려 자신이 마음을 써 드릴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시다는 사실이 삶에 보람과 가치를 더해 줄 수도 있다.
Ⅴ. 맺음말
노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의존 욕구는 국가나 사회가 충족시켜 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인 복지 제도의 확충과 사회 복지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정부는 생활 보호 대상자나 노령 수당, 노인 복지 연금을 지급하는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기업체, 종교 단체, 지역 사회 기관에서는 실버산업에 대한 투자, 노인 급식 센터, 노인 병원, 노인 상담소, 노인 취업 알선소 등의 확충에, 대중 매체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교육 기관에서는 정규 교육, 텔레비전, 전년에 대비한 은퇴 교육, 평생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인 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노화 과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시킴으로써 인생 후반기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규준을 제공하고 노인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늙음이란 누구나 일생에서 언제간 한 번은 경험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며, 젊은이들도 다만 깨닫지 못할 뿐, 매일 늙음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알아야겠다. 그러나 노년기의 성공적인 삶이란 가만히 앉아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정과 사회 그리고 누구보다 노인 자신이 끊임없이 노려해야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노인들은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고 변덕스럽다."고 일컬어지는 반면에 "노년이란 위대하며 고상함 그 자체"라고 말한 사람들 있다. 스키너는 말하기를 "만약에 당신이 늙음에서 오는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인생을 즐기고 있다면 분명히 당신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라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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