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

노 인 학

실버산업과 교회 - 편집부

Ⅰ. 머리말
빈곤 노인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실버산업 운운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 마당에, [사목]에서 실버산업을 주제로 다루는 것 자체가 왠지 송구스럽다. 중학생 용돈보다 적은 노인들의 용돈 현실을 생각하면, 보증금 2천만원에 매월 40-50만원의 비용이 드는 유료 양로원, 유료 노인 요양원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누구 말대로 노인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버산업은 하나의 시대적 징표이다. 실버산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단지 부유한 노인 계층을 고객으로 삼아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는 상업 정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버산업의 배후에는 노인 문제가 있고, 노인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배후에는 "노인의 절대 수나 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데 반하여, 사회 체계나 가치 구조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 지체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쉽게 표현하자면, 점점 노인 인구가 늘어나 고령화 사회로 바뀌고 있지만 노인을 위한 복지 제도나 사람들의 인식, 심지어 노인 자신들의 의식조차도 제자리를 못 잡아 노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버산업이 비록 노인을 대상으로 하여 시장 경제에서 재화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노인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들의 노력에서 교회도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글에서는 우리 나라 실버산업의 현황과 전망, 실버산업에서 교회가 배울 만한 점, 그리고 교회가 노인에게 해 줄 수 있는 서비스, 곧 실버 서비스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Ⅱ. 한국의 실버산업
1. 실버산업이란?
2천년대 유망 업종의 하나로 불리는 실버산업은 노인들을 주 고객으로 하여 노후의 어려움을 덜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인 용품과 시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수 국가인 일본의 경우, 실버산업은 시장 규모 320조원, 일본 전체 소비 총액의 20%에 달하며, 상품도 다양하여 실버 주택, 레저 관광, 요양원, 건강 기기 등의 노인 생활 용품, 기능성 건강 식품, 금융 상품과 각종 서비스산업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2. 우리 나라의 실버 사업
현재 우리나라 노인 중 스스로 경제 능력이 있거나 자녀들이 부양비를 댈 수 있는 경우는 60-70%에 이르고, 노령 연금의 수혜자가 2008년부터 나오며, 2000년대 초에는 60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 인구의 10%(400만 명), 2010년에는 14%를 넘어설 것이라는 대체적인 전망을 고려하면, 이들을 소비자로 보는 실버산업이 앞으로 유망하리라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현재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50대들이 노인이 되는 10년 후에나 실버 산업은 호황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1) 실버 타운
실버산업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노인 주거 산업과 의료 간호 산업이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소장은 "상담을 위해 내 사무실을 찾아온 기업 중 120개 기업이 노인 촌락이나 유료 양로원 시설에, 30개 기업이 노인 의료 시설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보사부는 지난 2월 1일, 민간 기업의 유료 노인 복지 시설 확충안을 확정했는데, 이는 우리 타운 산업이 황금 알을 낳는 유망 투자 분야라기보다는 공익성이 있는 복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버 타운 건설에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 공익재단과 수원대 고운재단이다. 1988년부터 실버타운 건설에 나선 삼성생명은 1995년까지 노인 복지 주택, 노인 요양 시설, 노인 회관을 갖춘 대단위 노인 촌락인 삼성노인촌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고운학원도 노인 전용 아파트와 노인 질환 전문 치료 센터, 골프장, 실내 수영장, 헬스 클럽, 놀이시설 등을 갖춘 노인 종합 휴양 시설을 금년까지 건립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럭키 개발, 현대 건설, 대우 그룹, 코오롱 그룹, 우성 그룹, 건영 글로리, 한누 코레스코 등이 실버 타운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유료 노인 복지 시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8년 7월 유당 마을(경기 수원)이 최초로 선보인 이후 예성 복지원(경남 양산), 충효의 집(경기 수원), 안식관(경기 양평)이 생겨 현재 모두 4곳이 있다. 이 중 충효의 집은 요양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양로원이다 이들 시설의 이용 요금은 시.도 지사의 행정 지도를 받도록 되어 있어 비교적 싸게 책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유당 마을의 경우 보증금(퇴원 시 반환)이 2찬만-4천만원에 월 이용료 42만원, 충효의 집의 경우 보증금 2천만-5천만원에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월 이용료 평균 50만원 쯤으로, 대부분 자녀 도움 없이 자신의 경제력으로 생활이 가능한 분들이 이용하고 있다. 유당 마을에는 작년 9월 현재 거주인 66명, 평균 80세 이상의 노인분들이 '소풍 같은 생활'을 누리고 계시다고 한다.
2) 실버 상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효도 관광 정도에 그쳤던 실버 상품이 이제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 1989년 노인 용품 전문점을 표방하고 나선 (주)대화의 실버스 핸드, 의료기기 전문 매장인 거성통상, 자연건강식품 판매 업체인 내추럴하우스 등은 노인층의 수요를 겨냥한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백화점 중에서 서울의 롯데백화점이 1990년 3월에 노인 전용 의류점인 '실버 에이지 코너'를 마련하여 금년 들어 월 매출액이 3천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레저, 체육 프로그램도 노인들의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1992년 4월에 개설된 한국사회체육센터의 평생체육대학 프로그램에도 노인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 시간과 수용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은행과 보험 회사들은 노후 준비 및 노인을 위한 '실버신탁'(하나은행), '노후복지연금'(한국생명) 등 금융 상품을 게속 늘려 하는 추세이며, 유언장을 은행 금고에 보관해 주는 유언신탁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노인층을 겨냥한 각종 상품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5월 6일부터 10일까지는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선진 8개 국이 참가하는 국제 노인 생활용품 절람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나라의 실버 산업은 노인 인구가 적어도 10%이상 되는 2천년대를 내다보는 투자이다. 실제로 의류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며, 안마기나 찜질기, 지압기 같은 상품의 경우에도 노인층보다는 중장년층이 주된 수요자라고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노인들은 돈이 없다는 점에 현 실버산업의 한계 있다.
3) 실버산업과 복지 정책
지금의 노인들은 대부분 아무런 노후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노인이 되었고, 자녀들이나 국가로부터 충분한 보살핌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데에 우리 나라 노인 문제의 핵심이 있다. 아무리 실버산업이 번창해도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노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보사부에 따르면 1993년 6월 현재 무의탁 노인을 위해 가정 봉사원을 알선하는 재가복지센터가 금년 2월 초 현재 12개소, 노인이 거주하는 가정에 찾아가 말벗이 되어 주는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 봉사원은 800여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사부는 오는 96년까지 재가 복지센터를 250개소로 크게 늘리고, 가정 봉사원도 올해 중으로 1천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하며, 노인 복지 회관 5개소 및 노인 요양 시설 4개소를 올해 안에 각각 추가 신설하고, 노인 치매 센터도 현재 건립 중인 1개소 외에 2개소를 더 짓기로 했다고 한다. 또 보사부는 노인 취업을 알선하는 대한 노인회가 운영하는 노인 능력 은행을 현재 60곳에서 올해 중 90개로 늘리기로 했으며, 지난 1992년 7월부터 시행된 고령자고용촉진법상 300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의 55세 이상 고령자 채용 권장 비율(3%)을 기업체가 지키도록 상공자원부에 요청했다. 즉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의 복지는 실버산업이 담당하더라도, 국가는 오늘의 한국을 건설하는데 평생을 바치다가 어려운 생활을 하시는 노인분들을 시장 구조인 실버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가능한 노인 복지 방안을 찾아내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Ⅲ. 교회의 실버 서비스
1. 노인 사목의 현주소
교회가 노인에게 해 줄 수 있는 사목적 배려는 어떤 것일까? 실버 산업이 노인을 대상으로 하려는 일과 교회가 하는 노인 사목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우선 실버산업과 노인 사목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점에서 노인 사목은 실버산업에 비해 현저한 도덕적 우월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버산업 관련 업체들이 기울이는 구체적인 노력은 우리의 노인 사목을 크게 앞서 있다고 본다. 컬러 텔레비전이나 VCR, 전자렌지, 세탁기의 리모컨을 조작이 간편하도록 버튼 수를 줄이거나 크기를 늘여 내놓는 실버용 전자 제품, 노인이 몸에 부착하고 다니다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주고 위치를 알려 주는 노인용 경보 시스템 실버폰, 심지어 노인 전용 화장품도 개발하였고, 앞으로도 상품 가치가 있는 노인 용품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노인 문제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회에서도 주변적 부문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에서도 노인 사목 문제는 큰 관심사가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의안도 "하늘 나라에 잘 탄생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고 이 시기처럼 중대한 시기도 없으련만...교회에서도 노인은 귀찮은 대상으로 여겨지며 또한 그렇게 대접받고 있다."고 인정한다. 물론 현재 노인 대학, 효도 잔치, 연령회 등 노인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죽어가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선종 봉사(Hospice)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노인 시설이 노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음도 기쁜 일이다. 교회는 노인 인구가 우리 나라 인구의 1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2천년대를 불과 몇 년 앞두고 노인 문제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서둘러 노인사목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버산업의 테크닉을 활용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 실버산업과 교회의 실버 서비스
앞으로 실버산업, 특히 실버 타운의 활성화가 예견되고 있지만, 이는 경제력을 갖춘 노인들이 복지 시설이 될 가능성이 크며, 국가도 재정 형편상 점차 늘어가는 노인들의 복지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노인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기업이나 국가의 몫이 아니다.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의 지적대로 가정과 지역 사회, 그리고 본당 안에 노인을 모시고 기쁜 신앙 생활과 인간적인 나눔의 생활이 이루어질 때, 노인 문제는 더 이상 문제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실버산업의 특징을 연구하고 유용한 것은 수용함으로써 노인들에게 더 훌륭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이를 본당의 노인 사목과 연계하고자 한다. 그런데 노인 사목이라는 말에는 인생의 선배인 노인들을 사목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가 있어 노인에 대한 봉사의 의미를 강조하는 실버 서비스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
1) 실버산업은 정보 산업
실버산업은 정보 산업이다. 다시 말하면 고객이 될 만한 노인은 몇 명이고,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이 원하는 것, 더 나아가 장차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까지 예측해야 사업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본당에서도 실버 서비스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이 과제임을 뜻한다. 신자 노인의 연령별 성별 분포, 전직과 가족 현황, 본당 단체 활동 현황뿐 아니라, 본당 관할 구역 내의 노인 현황, 경로당과 놀이 시설의 현황,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 실행 여부까지도 파악하여야 교회의 중요한 목표인 노인 선교도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금년 1월 17일 서울 대교구반포본당에서 열린 노인 문제 워크숍에서 사목협의회 경로분과위원장 현상호 님이 발표한 '반포 지구 및 반포성당 노인 현황 분석'은 모범적인 훌륭한 조사 내용을 담고 있다. 본당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알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노인들은 세시 풍속에 대해서, 또 전통 음식이나 기타 옛 것에 대한 지식이 있으므로 전통 문화의 전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는 것도 훌륭한 실버 서비스이다.
2) 실버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 산업
실버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 산업이다. 이는 실버산업만이 아니라 현대 산업의 추세이기도 하다. 획일적인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인데, 특히 노인에게는 세심한 여성적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노인은 노화로 인해 심신 기능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이러한 변화가 노인이 성격으로 거론되는 자기 중심성, 내향성, 보수성, 시기, 질투, 융통성 결여, 적응력의 저하 등이 과연 노인의 독특한 성격이냐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있고, 실제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노인의 대다수는 부정적인 성격 특징을 표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노인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접어 두고 개별적, 인격적 만남을 통한 노인 문제 해결이 진지하게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당의 구역, 반 모임, 소공동체 활동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노인 상담실 및 전화 운영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웃 가정과 이웃 노인의 실정을 잘 아는 소공동체만이 노인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3) 실버산업은 미래 산업
실버산업은 미래의 자신을 위한 투자이다. 현대의 유전 과학자들이 인간의 장수 여부를 결정한한다는 '므두셀라 유전자'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단지 노화를 억제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일 뿐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외면하는 노인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 미래의 모습이다. 오늘의 노인 사목은 우리 자신의 노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주제라는 점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관심을 받을 만하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Ⅳ. 맺음말
늙었다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보통 60세(또는 65세) 이상의 자연 연령을 가진 사람을 노인으로 분류하지만 노화의 정확한 개념이나 노화의 측정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노인으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정년'이라는 것이다. 노인 문제 전문가들도 우리 나라의 정년이 너무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사기업은 55세에서 58세까지이고, 공무원은 60세가 보편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1978년부터 시행되어 온 65세 정년마저 1986년에 폐지해 연령을 조건으로 퇴직시키는 것을 불법으로 하였다. 65세 이상을 정년으로 삼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달력 나이와 기능 나이를 구분해 정년이 되어도 본인의 능력과 희망이 있으면 얼마든지 계속 근무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 나라의 정년 제도는 고임금 직원을 강제로 해고 시킨다는 성격이 강하다. 어떻든 이렇게 양산된 노인 계층은 노인 단독 가구 증가, 노인 빈곤, 노인 취업 문제를 야기시켜 국가의 큰 부담이 되어 왔던 것이다. 금년 2월 초에 보사부가 마련한 노인 복지 시설 확충안도 이 부문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여 국가의 부담을 덜고자 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러한 실버산업으로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처음부터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보사부가 실버타운은 약간의 영리성이 보장된 복지 사업이지 떼돈 버는 투기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복지 사업 참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저리 융자 세제상 혜택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고 규제만 한다면 자칫 실버 타운 자체가 활성화 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교회는 실버산업의 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첫째,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상당한 비중(2천년대에는 1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 둘째, 실버산업이 경제력 있는 노인 계층의 복지만을 담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빈곤 노인들은 더욱 심한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는 점, 셋째, 실버타운 산업이 노인들끼리 모여 사는 주거 형태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등이다. 교회는 사목 활동을 통하여 사회와 교회 공동체에서, 특히 가정 안에서 노인의 역할을 개발하고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은 가정에서 태어나 가족의 돌봄과 유대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의 노인 사목은 노인분들을 본당과 본당 신자들이 공경하고 받들어 모시며 베풀어 드리는 활동만이 아니라, 신자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뜻대로 참되게 살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하느님의 품안에서 생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활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신앙의 차원에서 보면, 민간의 실버산업, 국가의 노인 복지 정책은 개인 구원의 가장 중요한 시점이 죽음을 가까이 둔 노인들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맡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 의탁하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노인들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일은 교회와 가정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사회의 현실이 곧 교회와 신자간의 현실이 아니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21세기에는 자녀와 애정의 교환만 가능할 뿐 노후의 보살핌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박재간 노인문제연구소장의 말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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