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뿌리 | 천주교 집안 | 나를 유혹했던 '허쉬 쵸코렛'
도깨비와 예비 신학생 | 공부보다 축구를 좋아했던 악동 | 잊을 수 없는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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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세상과 처음 만난 곳은 압록강 바람이 유난히도 매서웠던 땅, 평안북도 신의주이다. 내 고향 신의주는 중국 안동(安東)과 마주하고 있고, 압록강 철교를 지나 기차 길을 따라 달리면 만주 땅에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국경도시였다.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덕분에 외국인 선교사들도 진작 들어와 선교활동을 벌였던 비교적 분주했던 곳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1923년 1월 10일 아버지 장득홍과 어머니 김금녀 안젤라 사이에서 삼형제 가운데 둘째로 이 세상에 났다. 당시 아버지는 평안북도 신의주의 부두 노동조합의 간부로 노동운동을 하셨고, 노동조합 일을 그만둔 뒤에는 압록강 너머 중국 땅을 넘나들며 장사를 하실 정도로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분이셨다. 다부진 체격하며, 여행을 좋아하는 내 성격은 영락없이 아버지를 그대로 닮았다고들 한다. 어머니는 그야말로 평범한 농촌의 아낙네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아득하다. 두 분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가 벌써 육십 갑자가 지났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부모님께서는 내가 신의주 공립 보통학교 6학년때 돌아가셨다. 그것도 한 날 한 시에 함께 떠나셨다. 국경을 넘어 중국 땅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시다가 북경 근처에서 강도를 만나 변을 당하신 것이다. 이 세상에서 부모님과의 영원한 이별은 어린 나에게 다시 없는 아픔이었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나와 우리 삼형제에게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 주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철없고 어리기만 했던 우리 형제에게 늘 울타리가 돼 준 삼촌과 고모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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