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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뿌리 | 천주교 집안 |
나를 유혹했던 '허쉬 쵸코렛'
도깨비와 예비 신학생 | 공부보다 축구를 좋아했던 악동 | 잊을 수 없는 첫사랑 .............................................................................................................................. |
| 나는 신의주 공립 보통학교 6학년 때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가 운영하던 예비 신학교인 평양 서포리에 자리한 성모학교로 유학을 갔다. 말이 예비 신학교이지 주교관 옆에 자리한 초라한 초가집이었다. 신의주를 비롯해 진 남포 등지에서 소신학교에 입학할 어린이 10여명이 모였는데, 거기에는 광주대교구장을 역임한 윤공희 주주교도 있었다. 우리는 함께 그 곳에서 일년 동안 소신학교에 입학할 준비를 한 뒤, 이듬 해에 덕원신학교와 서울의 동성학교로 나뉘어 진학을 했다. 윤공희 대주교는 덕원신학교로 갔다. 나는 서울의 동성상업학교 을과에 진학했다. 그 당시 동성학교의 갑과는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중고등학교 과정이었고, 을과는 사제를 양성하는 소신학교였다. 그 당시 함께 입학한 내 동기는 모두 50여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사제가 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그리고 그 시절 함께 수학한 동문으로는 나보다 한 학년위였던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서 서울대교구의 최익철 신부, 나상조 신부, 김정진 신부, 김윤상 신부, 대구대교구의 신상도 신부, 부산교구장을 지낸 이갑수 주교, 부산교구의 은퇴사제 백응복 신부 등이 있다. 소신학교 시절, 나의 성적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모범적인 학생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장난이 심하고, 학교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학생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3학년?에는 학교 성적표 품행란에 '잘 싸운다'고 기록될 정도였으니까. 나는 그 일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술을 먹고 들어와서 사고를 친 일도 가끔 있었는데, 그 때마다 고자질 하지 않고 나를 감싸준 친구들 덕분에 나는 소신학교 생활을 그런 대로 견딜 수 있었다. 이처럼 학교에서 이름난 개구장이에다 말썽꾸러기였지만 나는 의리도 있고 의협심도 많은 괜찮은 녀석이기도 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자습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도 자습시간 중간에 몰래 나가 딴 짓하던 학생들이 더러 있었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날도 자습실에서 몰래 빠져 나와 몇몇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용변이 급했던 나는 화장실로 달려 갔다. 부리나케 볼일을 보고 놀던 곳으로 돌아가던 나는 교장 신부님방에서 벌서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함께 장난치던 친구들이 아닌가! 모른 척하고 자습실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겉으로는 태연하게 앉아 공부를 하는 척 했다. 하지만 나를 원망하는 눈길로 쳐다보던 아이들의 눈초리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당하게 교장 신부님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열고서 이렇게 외쳤다. "신부님! 저도 벌 설랍니다. 저 친구들이랑 좀 전까지 함께놀다 화장실에 갔었습니다." 그 순간 쩌렁쩌렁한 신부님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네, 이놈! 잔소리말고 나가!" 아직도 생생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소신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던 신인식 신부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아무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불쑥 나타나곤하는 버릇이 있었다. 또, 친구들과 싸우기도 잘 했는데, 후배들이 잘못하는 일이 있거나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일이 있으면, 주먹도 곧잘 휘둘렀다. 그래서 그 시절을 함께 지냈던 동료 사제나 후배 신부들은 그 때의 내 모습을 잊지 않고 아직도 나를 '도깨비' '깡패'라고들 부른다. 내가 이렇듯 위태롭게만 보이는 소신학교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끝내 사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하느님의 뜻이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