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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뿌리 | 천주교 집안 | 나를 유혹했던 '허쉬 쵸코렛'
도깨비와 예비 신학생 | 공부보다 축구를 좋아했던 악동 | 잊을 수 없는 첫사랑 .............................................................................................................................. |
| 나는 세상에 난 지 한 해 뒤에 루도비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1922년 설립된 신의주 본당에서 나는 본당 주임이었던 박정렬 신부에게 유아 세례를 받았다. 천주교 신자가 드물었던 그 당시 내가 일찍이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둘째 고모 장복려 아가다 덕분이다. 미국 메리놀 수녀회 수녀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고모는 우리 집안에서 가장 먼저 세례를 받고 우리 집안에 천주교 신앙의 싹을 틔웠다. 이어서 어머니와 작은 삼촌, 할머니가 잇따라 영세를 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됐다. 한 때 수도자의 꿈을 키웠던 고모는 수녀의 길을 마다하고 고아나 다름없었던 우리 삼형제에게 어머니 노릇을 대신해 주셨고, 나를 사제의 길로 이끌어주셨던 분이기도 하다. 나중에는 평생동안 독신으로 지내면서 한국전쟁 고아들을 돌보셨다. 경기도 부천 소사에 있었던 '성모 자애원'은 '가톨릭 구제회'의 원조를 받아 고모가 운영했던 고아원이다. 신앙에 대한 굳은 의지로 평생동안 부모없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고모가 작고하신 것이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그 분은 지금까지도 내 삶과 신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내 신앙생활의 동반자가 돼 주었던 또 다른 사람은 삼촌인 장선흥 로렌조 신부이다. 몸이 허약해 신학교를 자주 휴학한 탓에 나와 같은 해에 사제 서품을 받았던 삼촌 신부는 짧은 목자 생활을 마치고 지난 1957년 별세했다. 내가 사제가 된 모습을 보고 그렇게 기뻐하셨던 할머니도 3년 뒤에 삼촌을 따라 이 세상을 떠나셨다. 삼촌 신부와 나의 뒤를 이어 조카가 목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현재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에서 이콘을 전공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의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가 바로 그이다. 그리고 조카 딸 셋이 모두 동정성모회에 입회해 고모가 가지 못했던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