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뿌리 | 천주교 집안 |
나를 유혹했던 '허쉬 쵸코렛'
도깨비와 예비 신학생 | 공부보다 축구를 좋아했던 악동 | 잊을 수 없는 첫사랑 .............................................................................................................................. |
소신학교 시절,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나는 방학만 되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갔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마냥 달리다보면 다다르는 종착역, 신의주가 바로 내 고향이다. 타향에서 생활하던 나를 고향으로 데려다준 유일한 길이었던 경의선이 복원된다는 소식에 나는 잃었던 고향을 다시 찾은 기분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 시절의 경의선 기차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풋풋한 옛 추억이 있다. 소신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한창 사춘기였던 나는 여느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오랜만에 찾는 고향이라 모처럼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바쁘게 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급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기차에서 몇 번인가 마주쳤던 일본인 여학생이었다. 이 아리따운 여학생이 왜 나를 쫓아왔을까. 그 여학생이 먼저 말을 건넸다. "만나고 싶습니다." 이 말 한마디는 내 온 가슴속에 울려 퍼졌다. 사지가 떨려왔고, 두근거리는 내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대답했는 지 모르겠다. 여학생이 떠나고 난 뒤 내 손에는 여학생의 집 주소가 적힌 종이 쪽지가 남아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그 여학생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그마한 키에 잘 생긴 얼굴, 세라복이 그렇게 잘 어울리던 여학생의 얼굴이 맘 속에서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여학생은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던 것이다. 나는 주소가 적힌 종이 쪽지를 들고 그 여학생의 집을 찾아 나섰다. 그 앞에 다다르긴 했지만 나는 초인종을 누르지 못했다. 집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또, 그 집을 찾았다. 하지만 나는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소신학교 5학년 때의 여름방학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 시절만해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만나 얘기하거나 연애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시기였다. 더구나 나는 사제의 길을 꿈꾸던 신학생이 아닌가! 여학생을 만나 데이트할 용기가 도저히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첫 사랑의 여인으로 남아 있는 그 여학생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