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회장:::

그 즈음 덕원신학교의 생활도 끝이 났다. 북한의 공산주의 세력은 교회의 토지와 재산을 몰수하는 등 공산화 정책을 진행시켜 나갔고, 덕원신학교에서 공부하던 서울과 대구의 신학생들도 38선 아래로 내려갔다. 북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1948년말 평양시 인민위원회는 그 당시 한창 건축중이던 평양교구의 주교좌 관후리 성당을 양도하라는 전갈을 보내왔고, 1949년 평양교구장이던 홍용호 주교가 피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용호 주교는 평양인민교화소에 수감된 이후 그 소식을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평양교구 부감목 김필현 신부를 비롯해 강계본당의 석원섭 신부와 최자백 본당 회장 등 북한 교회의 성직자과 평신도 지도자들이 잇따라 공산정권에 의해 체포됐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사제들과 수도자들의 월남도 이어졌다. 성탄절을 보름 앞둔 1949년 12월 10일 급기야 평양교구 주교좌 관후리 성당이 공산정권에 몰수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학교 측에서는 신학생들에게도 서울로 내려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나는 덕원신학교가 폐쇄되기 직전 서울로 내려와 혜화동 대신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이곳에서 나는 부제가 되기 전 일년동안 신학교의 총급장을 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총학생회장인 셈이다. 내 선임자는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당시 총급장은 선거를 통해 뽑았고, 교장 신부의 인준을 받아야 했다. 교장 선생님은 윤을수 신부였는데, 개방적이고 활달했던 윤 신부와 나는 손발이 잘 맞았다. 그 시절 총급장이 하는 일은 주로 학생들의 불편한 점을 교장 신부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학생들의 요구는 대부분 외출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빨래를 좀 잘해 달라, 아니면 미사 시간을 늦춰달라, 휴가를 달라 등등...늘 이런 것이었다. 나는 신학생들이 불편이나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서슴없이 교장 신부에게 전달했고, 윤 신부는 웬만한 사항은 잘 들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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