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카메라 상자:::

파디(James V. Pardy)신부가 장호원 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지 3개월만에 청주로 떠나고,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레이(James H. Ray)신부가 본당 주임으로 왔다. 새로 부임한 레이 신부에게는 영사기가 있었다. 나는 자동차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영사기를 가지고 각 공소를 순회하면서 시청각 교육을 실시했다. 당시로서는 구경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빛을 통해 그림을 보여 주는 영사기가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영사기는 나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이 때부터 영상 매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직접 사진 기술을 익혀 관심있는 모든 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본당 행사는 물론이고 감곡 성당의 모습과 인근 지역의 전경들을 담아 소장했다. 누구를 만나러 갈 때도 항상 카메라부터 챙겼다. 나는 지난 95년 <감곡(장호원) 본당 백년사>를 편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간직해 오던 슬라이드 필름과 사진들을 아낌없이 기증했다. 지난 수십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이 사진들은 나의 보물 1호였다. 지금은 사라지고 잊혀진 그 시절의 모습과 그리운 얼굴들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이 사진들이 <감곡본당 백년사>에 담겨져 나왔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누가 뭐라해도 그 때 나는 사진을 배운 보람을 가장 많이 느꼈다. 요즘은 6mm 캠코더를 항상 어깨에 메고 다닌다. 멀리 여행을 갈 때나 축구나 야구 경기를 관람할 때, 언제나 내 어깨에는 캠코더가 매달려 있다. 내 일상과 주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아직도 나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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