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부인에 대한 기억:::

후암동 본당에는 나의 지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본당 관할 구역안에 군종 신부단 본부가 있어서 군종 신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메리놀회 외방전교회와 예수회, 파리외방 전교회의 사제들은 사제관에 머물면서 한국에서의 선교 준비를 위해 한국말을 배우곤 했다. 서강대학교 초대 총장을 지낸 예수회의 길로연(Kenneth Killoren) 신부를 비롯해서 버마에서 전교를 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안동교구의 가스담 비츠(Gaztambide Antonie, 파리외방전교회) 신부, JOC 즉 가톨릭 노동청년회 지도신부를 역임한 전 미카엘 신부(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 반예문(Ray Sullivan, 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 신부 등도 한때 후암동 사제관에서 기거를 했다. 특히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멀피 브렌난(M. Brennan) 신부는 후암동 성당에서 머물면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의 영어교사 노릇을 했는데, 육여사는 후암동 성당내에 있던 복자 유치원에서 브렌난 신부에게 영어회화를 배웠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박지만 군도 가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방문하곤 했다. 하루는 새까만 피아트 승용차가 서울역 방향에서 좌회전을 해서 후암동 성당으로 진입했다. 그 곳은 좌회전이 금지된 곳이었다. 육여사가 타고 다니던 승용차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브렌난 신부는 육여사에게 말했다. "저곳은 좌회전이 금지된 곳입니다. 교통위반을 하셔서는 안되지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피아트 승용차 기사는 다음부터 교통위반을 하지 않았다. 얼마후 부터 브렌난 신부가 청와대로 직접 가서 가르치는 바람에 육여사를 가까이서 뵐 수 없었지만 조용하고 기품있었던 영부인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건설부 장관을 지낸 이활림 장관은 후암동 성당 바로 옆집에 살던 신자였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이 장관은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에 나를 초청했고, 나는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는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1970년 7월 7일 남한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던 날, 나는 정부 인사들과 나란히 개통식에 참석했다. 행사를 마치고 박정희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후암동 성당의 장대익 신부입니다." "아, 집사람이 영어배우러 다니던 후암동 성당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아주 짧은 대화속에서 나는 나라를 부흥시키겠다는 대통령의 패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나는 두어번 정도 박정희 대통령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서울 구의동에 있던 서울 컨트리 클럽에서였다. 지금은 어린이 대공원이 들어서 있는 그 곳에서 박 대통령은 수행원없이 골프를 즐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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