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결혼은 하지 마십시오:::

후암동 본당에서는 집짓는 일말고도 본당 사목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본당 사목위원회를 다시 정비하고, 까리따스회와 빈첸시오회 등의 신심 단체를 구성하는 한편 본당 역사상 처음으로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의 분원을 설치했다. 예비신자 교리반 운영 등 본당의 전교 사업을 보다 활발하게 수행했다. 또, 처음으로 후암동 본당 출신 성직자와 수도자를 배출했다. 김창만 바오로 신부와 한국 순교복자수녀회의 신예자 라우렌시오 수녀가 그들이다. 후암동 본당은 이를 기점으로 염수정 안드레아 신부의 세 형제를 비롯해 전태준 헨리꼬 신부 등이 잇따라 새 사제로 태어나는 경사를 맞았다. 본당 사목을 하면서도 가톨릭대학교에 나가 사회학을 강의하고, 신용협동조합과 관련한 초청 강연에도 자주 불려 나갔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는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미8군 부대 '캠프 케이시'나 용산의 미군 8군 본부에도 나가 신자 병사들을 위해 미사를 집전하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신앙 상담 활동도 벌였다. 미군 신자들에 대한 사목은 대방동 주임으로 부임했을 때까지 이어졌는데, 그 때는 경기도 오산에 있던 미 공군부대까지 가서 사목활동을 벌였다. 미군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목활동에는 결혼과 관련한 문제들이 많았다. 이국 땅에서 쓸쓸하게 생활하고 있던 미군 신자들은 결혼을 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길 원했고, 그러다 보니 한국 여성과의 국제 결혼 문제가 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나는 미군 신자들이 한국 여성과 결혼하겠다고하면 우선 말리고 봤다. 사랑은 국경을 초월한다지만 그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뻔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문화와 풍습, 언어의 장벽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루는데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 지 그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걸렸던 것은 미군 신자들이 배우자로 삼고자하는 한국 여성들 가운데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다. 내가 만났던 병사들은 신앙인이다 보니 결혼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한국 여성들의 경우에는 사랑보다는 미국으로 가기 위해 결혼을 하고자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그 때는 모두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시대였으니까. 여하튼 나는 어느 사제보다 국제결혼의 주례를 많이 섰다. 예상했던 대로 나는 그들이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을 자주 접해야 했다. 그렇게 말렸는데 결혼을 하더니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주고 헤어진 것이다. 하지만 국제결혼이 모두 불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잠원동 본당 주임 시절, 하루는 미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나를 찾아왔다. 수소문 끝에 나를 찾아 왔다고 했다. 자신들의 혼인성사를 주례해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0여년동안 잊지 않고 있다가 나를 찾아준 이들 부부가 무척이나 고마왔다. 그들은 후암동 성당에서 결혼을 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살고 있다고 했다. 옛날 앨범을 뒤져보니 마침 빛바랜 그들의 결혼 사진이 나왔다. 이 부부와 함께 경복궁을 산책하면서 옛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들에게도 분명 많은 갈등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들 부부는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아름다운 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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