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놈을 잡아라:::

예전에는 넝마주이들이 많았다. 넝마주이들이 성당 근처에 보였다하면 물건이 사라지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 었다. 나는 성당을 비워야 하는 날이면, 본당 청년들에게 성당을 잘 지키라고 당부까지해야 했다. 그 날도 청년 신자들을 보초로 세워놓고, 출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사제관에 도둑이 들고 말았다. 잃어버린 물건은 속칭 '도 끼다시'라고 하는, 성당 바닥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장비와 텔레비젼 등 전자제품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나는 관할 경찰서인 남대문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일본 군대에 있을 때 함께 지낸 당시 정우식 서울시경국장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며칠 뒤 남대문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남대문 시장의 어느 다방으로 가서 아무개를 찾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가르쳐준 암호를 대라고 했다. 자세한 사정은 절대로 묻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 그 사람을 찾아 갔더니 그는 나에게 어디 나무 기둥 아래에 가면 잃어버린 물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잃어버린 물건을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장물아비노릇을 하던 그는 허름한 천막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나 는 장물아비의 사정이 딱해 보여 성당의 구호물자들을 몇가지 챙겨 가져다주기까지 했다. 대방동 본당 주임시 절에도 도둑맞은 일이 있었다. 카메라와 라디오 등 전자제품 몇가지가 없어졌다. 워낙 자주 도둑을 맞은 터라 그 때는 경찰서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도둑맞은 일이 없냐고 했다. 연 세대학교에서 도둑이 잡혔는데 성당 물건을 훔쳤다고 자백했다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한남동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돈도 훔쳤다고 했다. 도둑이 속리산의 한 호텔에서 수도원에서 훔친 달러를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혔다고 했다. 그 도둑은 대방동 성당 아랫동네에 살던 연세대학교 학생이었고, 그 아버지는 중앙청에 다니던 공직자였다. 경제적으로 별로 어려움이 없는 집이었는데, 여자 친구와 여행하기 위해 도둑질을 한 것이 었다. 그 학생은 남대문 시장과 대전, 제천, 속리산 등 팔도를 유람하면서 돈이 필요하면 훔친 물건을 팔아서 사 용했다. 나는 교구청에서 자동차를 빌려다가 형사와 함께 그 학생을 데리고 다니면서 잃어버린 물건을 고스란 히 되찾을 수 있었다. 대방동 본당 보좌신부였던 나원균 신부도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물건을 몽땅 도둑을 맞았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좀도둑이 유난히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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