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너럴
다드(General Dodd) 사건'이 터진 뒤 거제도 포로 수용소 당국은 포로들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중공군 포로 등 일부만 거제도에
남겨두고 나머지 포로들은 광주와 논산, 그리고 부산 등지의 수용소로 보냈다. 자연히 나의 사목지도 논산 연무대와 광주 상무대 수용소로
옮겨졌다. 거제도에서 함께 일했던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페티플랜신부도 이 곳에서 또다시 나와 함께 사목활동을 벌였다. 나는 기차를
타고 광주와 논산을 오가며, 한 주일은 광주에서, 한 주일은 논산에서 지냈다. 여기서도 미사를 집전하고, 고해성사를 주고,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치는 일이 되풀이 됐다. 그리고 나는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등의 지원을 받아 수용소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공급해 주는
일을 맡아했다. 지원 물품은 주로 성서를 비롯해 종교 서적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광주와 논산을 오가며 사목해야 했던
나는 광주 포로수용소와 논산 포로 수용소 인근에 하숙집을 구했다. 논산의 하숙집은 미륵사지로 유명한 은진면에 있었다. 은진공소 바로
아랫 집이었는데, 그 집 주인은 공소회장과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 하숙집에 간 첫 날 나는 집주인의 안내를 받아 내가
사용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방안 곳곳에는 부적들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첫 날부터 나를 대하는 안주인의
태도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나를 반기기는 커녕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했다. 처음에는 천주교 신에 대한 생소함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날이 갈수록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집에 앓고 있는 아들이 있었는데, 천주교의 신부가 한 지붕 아래
살면, 아들의 병이 더 깊어진다는 무당의 말을 믿고 나를 멀리했다는 것이 아닌가! 어처구니 없는 일이긴 했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미군 부대에서 약을 구해다가 전해 줬다. 큰 병을 가진 것이 아니었던 주인 집 아들은 내가 갖다준 약을 먹고 말끔히 병이 나았다.
그 뒤로 내 방에 붙어 있던 부적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고, 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 안주인은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 천주교와 하느님에 대해 알게 된 하숙집 식구들은 그 후 모두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됐다. 그리고 식사 때마다
밥상을 나르며 내 시중을 들어주고, 심부름을 도맡아하던 큰 딸 정자는 수녀가 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