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교구의
스페르만 추기경이 포로수용소를 사목방문한 뒤 얼마 있다가 포로수용소 소장이 포로들에게 인질로 잡히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 유명한 '제너럴 다드(General Dodd) 사건'이다. 1952년 그 해 벽두부터 시작된 휴전회담에서 포로 문제에 대한 타협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리한 협상 끝에 북한포로든, 남한포로든, 누구나 자신들이 원하는 나라로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완전무장한 미군과 국군이 삼엄한 경비를 하는 가운데 임시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포로 심사본부에서는 포로들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됐다. 질문 내용은 간단했다. "남으로 가겠소? 북으로 가겠소?" 이 한마디에 대한 대답이면 충분했다. 대답과
동시에 북으로 가는 포로와 남으로 가는 포로가 따로 수용됐다.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된 이들은 한없이 기뻐했지만 말못할 사정으로
인해 남쪽에 있는 가족들을 두고 어쩔수 없이 북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즈음 좌익 포로들이 극성을 부리던 수용소에서는
포로 전원이 심사없이 북으로 가겠다며 극렬하게 시위를 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사상자들이 속출했고, 좌익 포로와
국군 경비병 사이에서는 반목과 증오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급기야는 좌익 포로들이 식료품에 독물을 섞었다고 생트집을 잡으며 단식
투쟁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민군 군관들의 수용소인 76 수용소 대표자로 나선 박상현이 국군 경비병이 자신들을
폭행했다며, 당시 신임 수용소장이었던 다드(Francis T. Dodd) 준장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 이튿 날인 1952년 5월7일,
다드 준장은 수용소 담당 책임 장교와 함께 포로들과 면담을 가졌다. 수용소 비상문을 사이에 두고 면담이 진행되는 도중에 수많은 포로들이
몰려와 비상문을 열고, 다드 준장을 수용소 안으로 끌고 들어가 버렸다. 다드 준장을 인질로 잡은 포로들은 이를 빌미로 여러 가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의 강제 개인심사를 즉시 철회할 것을 비롯해서 포로 대표단을 승인하고 협조하라는 등 4개항의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다드 준장을 대신해 새로 부임한 콜슨 준장은 포로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다른 인민군 수용소에서 집단 탈출을 한다는 소문이 무성한데다가 포로 수용소를 무력으로 진압할 경우 다드 준장의 신변이 위험에 빠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다드 준장은 납치된 지 사흘만에 포로들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고, 이렇게 해서 온 거제도를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갔던 '제너럴 다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