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 잘하던 외곡인 사제들:::

군목 생활을 하던 시절 나는 광주의 북동성당과 목포에 있던 골롬반 외방선교회를 자주 방문했다. 그 곳에는 내가 부산에서 피난민 생활을 할 때 미군 병원선에서 복사를 할 수 있도록 알선해 준 현 하롤드(Harold Henry)신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현 신부의 부탁으로 한국에 처음 온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신부 4명을 목포에서 광주 북동 성당까지 안내하는 일을 맡게 됐다. 현 신부는 나에게 지프를 빌려주면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인 존 던(John Donne)신부는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것이 아닌가. 초행길이라 안된다고 해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4명의 사제들은 광주까지 가는 길 내내 말다툼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운전을 하랴, 싸움을 말리랴, 곤혹을 치러야 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입씨름을 했는 지 모르겠다. 다만 낯선 이국 땅에서 겪는 모든 일이 불편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만 해 볼 뿐이다. 그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제주 이시돌 목장의 임피제(Patrick McGlinchey) 신부를 만나면 아직도 그 때 일을 얘기하곤 한다. 이 즈음, 평소 나를 아끼던 현 하롤드 신부는 나에게 광주교구 사제로 활동하자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나는 평양교구 소속으로 언제 다시 평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그 당시 광주교구에는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인 사제라고는 김정용 신부와 제주 신성여자고등학교 교장을 지낸 김병준 신부 등 두 명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인 신자들을 사목하는데는 한국인 신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평양교구장 서리인 캐롤 안(George Carroll)주교가 서울에 머물고 있는 이상 내 마음대로 나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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