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를
개간하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초창기 이민자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 큰 걱정거리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 문제였다. 주 정부에서
농장에 국민학교를 세워주고, 현지의 여교사 두명을 파견해 주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한국인 부모들의 교육열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농장에서 35㎞나 떨어진 폰타그로사(Ponta Grossa)시에는 초·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있었는데, 자녀들을 그 곳에 있는 상급학교에 진학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아이들 교육문제 ?문에 농장을 떠나는 경우도
생겼다. 당시 산타 마리아(Santa Maria)농장의 69세대 5백여명의 가족 가운데 천주교 신자는 39세대 2백30여명에 불과했다.
개신교 신자가 15세대나 됐다. 천주교 신자 가운데 매일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은 평균 17명뿐이었고, 주일날에도 45명의 신자만이
미사에 참여했다. 주일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고작 55명이었다. 나는 신앙생활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신앙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신앙교육은 사제인 내가 당연히 해야 할 몫이기도 했지만 이민자들의 자녀들이 언제, 어디서든 중심을
잃지 않고 살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교육이 필요했다. 브라질이라는 곳이 비교적 인종 차별이 적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국 땅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자칫 뿌리도, 국적도 없는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더욱 아이들에 대한 신앙 교육을 강조했는 지 모른다. 또, 이민자들이
모인 교회에는 이민자 자녀들 가운데서 사제가 탄생해 사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신학생을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때문인지 이민자들의 자녀 중에서 네 명이 폰타그로사(Ponta Grossa)교구의 신학교에 진학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만이 사제가 됐다. 바로 구속주회의 이만용 신부가 그이다. 일명 '불도저 신부'로 통하는 이 신부는 지금 강원도 홍천에서
직접 불도저를 운전하면서 수도회 건물을 짓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998년 내가 수유 1동 본당에서 은퇴식을 할 때 내 아들
신부인 이만용 신부는 축사를 읊어 참으로 나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