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타
마리아(Santa Maria)'농장의 면적은 6백50알켈(RK)정도였다. 1알켈은 우리식으로 따져서 7천2백평 정도니까 농장 전체
면적은 대략 4백68만평이었다. 서울의 강북지역과 비슷한 면적으로 꽤 넓은 땅이었다.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땅덩어리였지만 허허벌판에다
원시림과 강, 습지, 구릉지가 대부분인 탓에 농경지로 쓸만한 땅은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막막하긴 했지만 이민자들은 서둘러서
농지 개간에 들어갔다. 구호식량이 바닥나기 전에 수확을 거둬야만 했다. 하지만 이민자들이 한국에서 가지고 온 호미와 삽, 도끼같은
농기구로 척박한 땅과 밀림을 개간하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숲이 우거진데다가 워낙 땅이 넓어서 소농(小農)을 해서는 도저히 이익을
볼 수 없을 것 처럼 보였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이민자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협동조합의 형태로 함께 농사를 지었다. 건조한
시기를 택해 밀림에 불을 지르고, 트랙터로 넓디 넓은 땅을 개간했다. 갈아도 갈아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농지 개간을 끝내고,
이민자들은 제일 먼저 볍씨를 뿌리기로 했다. 하지만 손으로 일일이 볍씨를 뿌리고 농약을 살포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산타 마리아(Santa
Maria)농장 인근에 있던 일본 이민자들의 농장에서 경비행기를 빌려서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벼농사 외에 감자 농사도 지었다.
이민자들은 하루종일 논밭에 매달려 일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얼마나 많은 수확을 거둘수 있을 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염려했던 대로
첫 수확은 보잘 것 없었다. 일년내내 뼈빠지게 일해서 겨우 쌀 5백포대와 감자 3백포대를 생산했다. 이래가지고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또 한편으로는 양계사업을 시작했다. 군 장교 출신이었던 장인근 씨와 김상용 씨를 비롯한 몇몇 이민자들은 밀림에 가서 직접
원목을 잘라다가 닭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들은 곰처럼 우직하게 일만한다고 해서 이민자들 사이에서 '곰부대'라고 불렸다. 닭 천마리를
기르려면 6-7m 폭에 길이 32m가 되는 닭장이 필요했다. 석 달만에 닭장 4동이 완성됐다. 그런데 병아리는 물론이고 사료와 닭을
기르는데 필요한 약품 등을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폰타그로사(Ponta Grossa)시의 '꼬지아' 산업조합에 들어갔다. 6개월후에
계란이 생산되면 그 때 가서 갚기로 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외상으로 가져왔다. 병아리는 한 집에 5백 마리씩 분양을 받았다. 나중에는
모두 12동의 닭장에서 만여마리의 닭을 키울 수 있었고, 그 결과 하루에 달걀 3천개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농장의 가족들은
먹고 살 걱정을 한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 양계를 시작한 지 16개월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이처럼 농삿일도 힘겨운데다가 모기와
독충에 시달려 앓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모기에 물려 크게 고생을 했는데, 두꺼운 옷도 뚫고 들어와 살갗을
무는 모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온 몸이 헐 지경이었다. 나의 생활 또한 빈궁하기가 이민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서울교구로부터 명을 받아 브라질 이민단의 지도 신부로 와서 일을 했지만 서울교구에서는 생활비 한푼 지원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독일의 에센 교구의 '아드베니아(Adveniat)'회에서 생활비를 지원받아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드베니아(Adveniat)'회에서
일년치 생활비로 받은 돈은 미화로 1만2천4백50달러였다. 내 후임으로 브라질에 온 김희선 요셉 신부도 '아드베니아(Adveniat)'회에서
주는 돈으로 생활해야 했다. 서울교구가 사제의 생활비조차 대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나의 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나는 현지에서 미사 예물로 받은 돈과 한국에서 가져간 비상금 등 미화 5천달러를 농장과 교회를 운영하는데 보태야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