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에 있을
때에 가스트로 브랑코(Castro Branco) 브라질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주일 날이었다. 나는 브라질 가톨릭 구제회 회장을
맡고 있는 에드몬드 라이시닝(Edmond Leising)신부가 있는 수도회 성당을 방문했다. 그 수도회는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 있었다. 라이시닝 신부와 함께 농장 가족들을 위한 구호물자 문제를 의논하고 있는데, 가스트로 브랑코 브라질 대통령이
라이시닝 신부를 찾아 왔다. 대통령은 주일이면 이 수도회 성당에서 미사를 참례한다고 했다. 경호원이라고는 한 사람뿐이었고, 대통령은
소박하고 소탈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인상이었다. 내 소개를 했다. "한국에서 이민단을 이끌고 온 장 루도비꼬 신부입니다."
"참, 잘 오셨습니다. 도와드리지요."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나는 그가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브라질 가톨릭 구제회 회장 라시닝 신부외에도 많은 브라질과
미국인 신부들은 우리 농장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이민 생활의 어려운 고비때마다 구호 물자 지원 등을 통해 희망의 끈을 이어줬던
분들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구의 맥 도넬 신부(Mc Donnell)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맥 도넬신부가 하루는 경비행기를
몰고 농장을 방문했다. 그 경비행기의 이름은 '상 페드릭(St. Patrick)'호였다. 마침 브라질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파라과이(Paraguay)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나는 맥 도넬 신부의 경비행기를 타고 파라과이로 향했다. 농장 가족 가운데 파일럿 출신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 사람도 동행했다. 당시 파라과이에도 이민온 교포 신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사목을 담당할 사제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파라과이에
있는 공소를 방문해서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를 주곤 했다. 가는 도중에 우리 일행은 이과수 폭포(Iquazu Fall)를 지나게
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 폭포의 풍광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한 번 구경하는 것으로는 아쉬워서
두어 바퀴 더 돌아봤다. 파라과이의 아순시온(Asuncion)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 수속이 아주 간단했다. 우리는 교포들을 찾아가
고해 성사를 주고 다시 경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를 타고 멋진 풍경을 내려다 보는 것은 무척 신이 나는 일이었다. 우리 일행은
다음에도 경비행기를 타고 공소를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다음 행선지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로 가기로
했다. 그 곳 한인 공소에도 사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산타마리아(Santa Maria)농장에 나를
내려놓고 상 파울루(Sao Paulo)로 돌아가던 비행기가 사고가 나고 만 것이다. 비행기 고장으로 '모지 다스 크루즈(Moji
das Cruzes)'라는 곳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상 페드릭'호가 크게 망가지고 말았다. 다행히 맥 도넬 신부는 무사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의 공소를 방문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