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같은 50달러:::

샌프란시스코에서 이틀 밤을 보낸 나는 뉴욕 메리놀회 신학교에 들른 다음 캐나디언 어에라인편으로 캐나다의 노바스코시아(Nova Scotia)로 향했다. 보스톤을 경유해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였다. 보스톤 공항에 도착한 나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길래 광주에서 가깝게 지냈던 현 하롤드(Harold Henry)신부에게 전화를 했다. 광주대교구장을 지낸 현 신부는 그 당시 골롬반 외방선교회의 보스톤 신학교에 머물면서 주교 서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현 신부가 직접 받았다. 나는 한국말로 다짜고자 "반갑습니다."했다. 현 신부는 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루도비꼬 신부요? 나 지금, 공항으로 나갈께요."하는 것이 아닌가! 이 외딴 곳에 나를 반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탑승할 시간은 가까워지는데, 오겠다던 현 신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출발시간이 다 돼서 비행기를 탈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참에 드디어 현 신부가 나타났다. 하고픈 말들은 많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얼굴을 본 것만으로 만족할 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데, 현 신부는 내 손에 뭔가를 쥐어줬다. 미화 50달러였다. 그 돈은 가난한 유학생인 나에게는 천금같은 돈이었다. 얼마나 고맙던 지 그 때의 일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 후로 동창 신부나 후배가 여행을 가거나 유학을 간다고 하면, 그 때의 고마움을 기억하면서 얼마 되지 않는 액수라도 용돈을 꼭 쥐어주곤 한다. 캐나다 유학시절, 대전교구의 변갑선 신부와 서울교구의 김정수 신부도 신학생신분으로 퀘백(Quebec)의 라발(Laval Universirty)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나는 용돈을 쪼개 후배들에게 나눠줬다. 그렇게 해서 현 신부가 나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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