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다닌 한국인 신부들:::

내가 뉴욕에 있을 때, 서울교구의 김창석 신부와 성 라자로 마을 원장을 지낸 이경재 신부 등이 잇따라 미국에 왔다. 김창석 신부는 피츠버그의 두케인 대학(Dusquesne University)에서 공부를 하면서 모금활동을 벌였고, 이어 이경재 신부도 미국교회를 방문해 서울대교구의 모금 전담 사제로 활동을 했다. 이경재 신부는 주로 미국교회의 각 본당을 돌면서 한국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고, 2차 헌금을 거뒀는데, 그 당시 너무나 가난했던 한국 교회의 사제들은 이렇게 구걸아닌 구걸을 해야 했다. 가난한 교회 사제들의 타향살이는 궁핍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 당시 이경재 신부는 성 베드로 성당(Church of St. Peter)에서 기거를 했다. 아주 오래된 성당이었는데 골방이나 다름없는 구석방을 얻어 생활하면서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서 갖은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서울교구장이었던 노기남 주교가 피츠버그 교구의 주교좌 성당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 당시 김창석 신부는 주교좌 성당에서 기거하면서 두케인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화이트 플랜(White Plane)의 성 안토니 성당 (Church of St. Antony)에 있던 나는 노 주교를 만나기 위해 피츠버그 교구의 주교좌 성당을 방문했다. 키가 작고 뚱뚱했던 주교좌 성당의 수석보좌 신부는 아주 짓궂고 장난기가 심한 사람이었다. 그 신부는 나에게 물었다. "노기남 주교님께 무슨 음식을 대접하는게 좋을까요?" 노기남 주교는 보신탕을 유난히 좋아했었다. 이내 수석보좌신부는 "내가 기르는 치와와를 후라이해서 노 주교님께 드리게 어떻겠습니까?"하고 말했다.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그리고 수석보좌신부는 "Chihuahua!(치와와) Priest!"를 연발하면서 개를 먹는 사제라며 나를 놀려댔다. 나는 여기에 질세라 "No! Chihuahua Priest!" "I am a hot dog priest!" "I am a hamburger priest!"라고 외쳐댔다. 나는 핫도그와 햄버거를 즐겨 먹는 가난한 유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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