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남짓만에 무사히 캐나다
유학생활을 마친 나는 어서 빨리 한국 땅으로 돌아가 신용협동조합 운동을 일으켜야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귀국하기에 앞서 우선
인사차 미국 뉴욕의 메리놀 외방전교회 본부에 들렀다. 그 즈음 내가 장호원 본당에서 보좌 신부로 있을 때 본당 주임을 지냈던 파디(James
V. Pardy)신부가 주교 서품을 위해 메리놀회 본부에 머물고 있었다. 반갑게 나를 맞은 파디 신부는 나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이왕 공부를 시작한 김에 사회사업 공부를 더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귀국을 잠시 뒤로
미뤘다. 나는 얼마 후 파디 신부가 주선해 준 뉴욕의 포담 대학(Fordham University New York)의 대학원 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다. 처음엔 메리놀 외방 전교회가 운영하는 신학교 기숙사에 머물면서 포담 대학에 수업을 받으러 다녔는데, 거리가 멀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까운 브로클린의 성 세바스찬 성당(Church of St. Sebastian)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것을 시작으로 6개월 남짓되는 뉴욕생활 동안 나는 모두 세 곳의 성당을 전전하며 유학생활을 해야 했다. 세 곳
성당의 주임 신부들은 아주 특이한 사람들이었다. 첫 번째 숙소였던 세바스찬 성당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주임 신부와 네명의 보좌 신부가
있었다. 주임 신부인 모란 몬시뇰은 항상 까만 삼각 모자(삐렛다, Bireta)를 쓰고서 항상 송아지만한 큰 사냥개를 데리고 다녔다.
성당이든 식당이든 어디든지 개를 데리고 다니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기이하기까지 했다. 요즘이야 가정에서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고,
나 또한 내가 기르는 곰실이와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곤 하지만 그 시절만해도 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마운트
버논(Mount Vernon)의 성심천주교회(Church of the Sacred Heart)의 주임 신부인 머덕 몬시뇰 또한 아주
특이한 사람이었다. 머덕 몬시뇰은 늘 사관학교 군인이나 사관생도들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 때문인지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군대식이었다.
자상하고, 인자한 사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예외였지만 보좌 신부를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보좌신부가 늦게 귀가를
하기라도 하면 심하게 기합을 줬는데, 저 사람이 어떻게 사제일수 있을까 할 정도였다. 그 당시 뉴욕교구에서도 보수적이고 엄격하기로
소문이 난 신부였다. 세 번째 머물렀던 본당은 화이트 플랜(White Plane)의 성 안토니 성당(Church of St. Antony)이었는데,
주임신부인 차일스 보일 몬시뇰은 전직 야구 선수 출신이었다. 투수를 하다가 신학교에 진학해 사제가 된 보일 몬시뇰은 술을 아주 좋아하던
호쾌한 사람이었다. 사제들의 휴일인 월요일만 되면 동기 사제들과 함께 어울려 하루종일 술을 마시곤 했다. 특히 보일 몬시뇰은 제주교구장인
김창렬 주교가 머물렀던 스태든 아일랜드(Curch of Staten Island)본당의 번 몬시뇰과 절친했는데, 이들은 모두 애주가가
많기로 유명했던 아일랜드 태생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