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의 유학 동기들:::

캐나다 노바스코시아(Nova Scotia)주의 수도 할리팍스(Halifax) 공항에 도착한 나는 혼자서 안티고니쉬(Antigonish) 타운을 찾아갔다. 공항에서 서너시간 걸리는 길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경험 덕분에 두려움없이 찾아갈 수 있었다. 내가 공부하기로 한 곳은 노바스코시아 주의 소읍 안티고니쉬에 자리해 있던 세인트 프란시스 세비어 대학(St. Francis Xavier University)이었다. 인근에 캐나다의 '스카보로 전교수도회'의 기숙사인 '스카보로 하우스'가 자리해 있었는데, 바로 내가 머물 기숙사였다. 그 곳에 갔더니 나와 같은 목적으로 유학온 외국인 사제가 세 명이 더 있었다. 미리 도착해 있던 보드리코와 가나, 브라질 출신 신부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 줬다. 우리는 그 곳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공부를 해 나갔다.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제일 큰 어려움은 뭐니 뭐니해도 영어 문제였다. 미국인 신부와 오랫동안 생활한 덕분에 영어회화 정도는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어학코스 없이 바로 대학원 수업에 들어갔는데, 그것이 큰 실수였다. 경제학은 물론이고 심리학과 사회학 등을 공부하는데, 도무지 수업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필기도 할 수가 없었다. 키가 유난히 작았던 브라질 신부의 형편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나와 브라질 신부는 영어에 능통했던 보드리코와 가나 출신 신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노트 필기와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런데 친절한 줄로만 알았던 보드리코 신부가 날이 갈수록 태도가 달라졌다. 영어를 제법한다고 잘난 척을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사사건건 나의 일에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또, 말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바로 옆방을 사용했던 맘씨 좋은 가나의 신부는 한결같이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줬다. 지금은 가나의 주교로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쨋든 나는 이들 덕분에 2년 남짓되는 유학기간동안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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