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보루:::

종로 성당 신축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성당 진입로가 좁은 데다가 낮에는 장사꾼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어서 덩치 큰 공사 트럭들이 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밤중에 공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인부들과 나는 성전이 완공될때까지 본의아니게 올빼미 생활을 해야 했다. 또, 적지 않은 공사비를 마련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종로성당의 관할 구역은 주택 밀집 지역이 아니어서 관할 구역에 비해 신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게다가 본당 신자들은 인근 상가지역과 동대문시장의 작은 공장과 가게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영세 상인, 그리고 날품팔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액수의 성전 건립기금을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일단 성전이 건립되면, 가톨릭 노동 청년회의 사무실을 내준다는 조건으로 서울대교구로 부터 성전 건립 기금 일부를 보조받을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종로성당에 노동사목회관이 들어섰고, 이후 도시 노동자와 빈민들을 위한 노동사목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이곳은 지난 10여년동안 가톨릭 노동청년회와 가톨릭 노동장년회 등의 사무실과 국내 노동문제 상담소 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과 세미나의 장으로 사용된, 다시 말해 노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보루였다. 지난 10여년간 종로성당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노동사목회관는 새로운 천년기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서울시 보문동에 노동사목회관을 신축하고 있는데, 완공이 되면 종로성당을 떠나 명실공히 이 땅의 가난한 노동자는 물론이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사목센터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제 1부 | 제 2부 | 제 3부 | 제 4부 | 제 5부 |제 6부| 제 7부| 제 8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