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대가 무너졌어요!"|시흥본당 분가|"우리 땅, 돌려주시오."|집짓는 사제
종로성당을 지켜라|노동자들의 보루|빚하나 없이 지은 성전|영혼들의 안식처|"이놈들아! 성전에서 내려와!"
시장 사목 활성화|잠원동 교육관 건립|주옥같은 음악을 선사한 '파티마 성가단'|미사를 집전하다 쓰러지다
병상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올림픽 대회| 마지막 본당 수유1동|귀양살이가 따로 없다|사제생활 50년, 금경축
..............................................................................................................................
종로본당의 묘지는 성전기금을 모으는 일 뿐만 아니라 본당 신자들의 영적인 성장과 친목을 도모하는데도 한 몫을 했다. 묘원을 공원처럼 아담하게 꾸며 놓아 묘지가 주는 스산함을 느낄 수 없었다. 밤이 되면 인근 미군 부대의 가로등 불빛이 묘원을 훤하게 밝혀줬다. 오렌지 빛으로 물든 묘원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한식이나 한가위가 되면, 본당 신자들은 그 곳에서 잔치를 벌였다. 가마솥을 걸어 밥을 짓고, 국을 끓였다. 물맛 좋기로 소문난 그 곳의 샘물을 길어다가 밥을 해 놓으면 그야말로 꿀 맛이었다. 본당 식구들은 무덤 주위에 둘러 앉아 위령미사를 함께 드리면서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로했다. 뿐만 아니라 밤을 새워 그 곳에서 성령 세미나를 열어 삶과 죽음, 그리고 하느님의 존재를 체험했다. 여름이면 주일학교 캠프도 개최했다. 담력 기르기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그 곳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없었다. 종로본당 묘원은 그야말로 산 자와 죽은 영혼 모두의 안식처였다. 무덤 사이를 누비며 신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며, 하느님과 함께 사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 일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을까.

제 1부 | 제 2부 | 제 3부 | 제 4부 | 제 5부 |제 6부| 제 7부| 제 8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