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는 사제:::

대방동 성당에서 5년내내 공사만 하던 나는 1976년 5월 상도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했다. 대방동을 떠날 때 아쉬움도 컸다. 낡은 성전을 신축하려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도동 본당에 와서 보니, 성전을 다시 건립해야 하는 일이 나에게 주어졌다. 본당을 옮겨도 내가 할 몫은 하느님의 집을 짓는 일이었다. 당시 상도동 성당은 아주 협소했다. 신자 수에 비해 성당이 너무 비좁아서 신자들은 편안하게 주일미사를 드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앞서 주임 신부를 지낸 김덕제 신부는 성당을 증축하려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자 계획을 변경해 성당을 새로 짓기로 했다. 성당 전체 면적은 3백평이 조금 넘었다. 나는 이 좁은 대지위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설계도를 다시 만들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성전 건립 계획이 자주 변경되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신자들의 불평 불만이 끊이지 않았지만 나는 계획대로 공사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막노동자처럼 살았다. 이런 나를 보고 "독불장군이다." "건설부 장관했으면 좋겠다"며 비아냥거리는 신자들이 적지 않았다. 또, 이 즈음부터 나에게는 '집짓는 사제'라는 별칭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상도동 본당에 부임한 지 3년이 넘어서야 성전은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성당 그리고 사제관과 수녀원이 완공돼 1979년 8월 21일 성전 봉헌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지금의 상도동 성당은 그 때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 몇 차례에 걸쳐 본당이 분할됐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늘어나는 신자 수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후임 사제들이 증,개축 공사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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