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올림픽 대회:::

1988년 가을, 잠원성당 앞 도로에 온통 국화화단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한강의 올림픽 대로를 따라 만국기가 가을 바람에 휘날렸다. 거리는 온통 역사적인 서울 올림픽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알렸다. 내 마음도 덩달아 들뜨기 시작했다. 스포츠를 즐기는 것 못지 않게 관람하는 것도 몹시 좋아했던 나는 평생에 단 한 번 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선수들이 서울 하늘 아래 다 모였는데 이들의 기량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대회 일정표를 구해 예매도 미리 했다. 나는 새벽 첫 미사를 집전하고 나면, 도시락을 싸 들고 경기장을 전전했다. 수구, 배구, 테니스, 사격, 탁구, 역도 등의 경기도 관람했다. 미사리 조정 경기장도 가보고, 태능의 양궁 경기장을 찾아 김수녕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도 목격했다. 성남 운동장에 가서는 여자 하키 경기를 관람했는데,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이 밖에 현정화 선수의 탁구 경기도 잊을 수 없는 경기 가운데 하나이다. 고속터미널 앞으로 성화를 봉승하던 모습, 잠원동 성당 앞 도로를 따라 마라톤 선수들이 줄을 지어 달리던 모습도 아직 기억속에 남아 있다. 뇌졸증으로 쓰러져 다소 의기소침해 있었던 나는 서울 올림픽 대회 덕분에 모든 것을 툭툭 털고 일어나 신명나게 지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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