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들아 ! 성전에서 내려와! :::

종로 성당 신축 공사가 한창이던 그 시절은 온 나라가 민주화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때였다. 전국 곳곳에서 군사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시민들까지 시위에 가세해 거리는 온통 시위하는 군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986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은폐 조작됐다는 사실이 서울대교구의 김승훈 신부에 의해 폭로됐고, 그 이듬해에 이한열 군이 최루탄에 희생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명동성당에서 시작된 시위대의 행렬은 서울 시내 곳곳을 누볐다. 종로 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종로 성당 앞에는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는데, 학생들과 시민들은 경찰이 쏘는 최루탄과 진압봉을 피해 성당으로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나는 성당 대문을 닫아 걸고 학생들을 숨겨주곤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한결같이 민주화를 염원했던 때였다. 그 날도 종로 거리가 수만 인파로 가득했다. 성당 앞 도로에는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사중인 성당 건물위에 누군가가 올라가 있었다. 가만히 보니 진압 지휘를 하고 있는 경찰이 아닌가. "이놈들아, 거기서 뭐 하느냐! 내려와!"하고 호통을 쳤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나는 그 곳에 올라가 막무가내로 경찰을 끄집어 내렸다.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최루탄을 쏘아 대는 경찰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기도하는 하느님의 성전이 정의를 탄압하는 경찰 지휘대에 짓밟히도록 내버려 둘수는 없는 일이었다. 종로성당을 지으면서 겪었던 가슴 아팠던 일이 또 한가지 있다. 공사 중에 성당 마당에 모셔져 있던 성모상이 깨지고 만 것이다. 성모님이 있던 자리를 포크레인으로 깊이 파게 했다. 그리고 그 곳에 깨진 성모상을 모셨다. 깨진 성모상을 아무데나 버릴 수도 없거니와, 오랜 시간이 지나 그 곳에서 성모상이 발견되면, 그 자리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 있던 거룩한 땅임을 증명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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