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본당 수유 1동:::

내가 잠원동 본당을 떠나 수유1동 본당에 부임한 것은 지난 1994년 9월 9일이다. 그 때 내 나이는 72세, 수유1동이 일선 본당사목으로서는 마지막 일터가 되리라는 각오로 본당사목에 임했다. 수유1동 본당에서의 사목활동은 이제까지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성전을 건립한다든지 교육관을 짓는다든지 하는 거창한 사업은 뒤로 하고, 그저 신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고 만날 수 있는, 은총이 가득한 하느님의 집이 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무엇보다 본당 공동체의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 안에서 하나된 모습으로 신앙과 친교를 나누는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11)"라고 하느님 아버지께 간구하셨던 것 처럼. 나는 이를 위해서 본당 사목회와 반모임을 활성화하는 한편, 본당내 모든 단체와 반모임, 주일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성가대회를 개최해 신자들 상호간에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을 유독 사랑했던 나는 될 수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했다. 여름 캠프장이며, 겨울 스키장이며 아이들을 쫓아 다녔고, 아이들은 할아버지 신부를 잘 따라줬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갑작스런 통보를 받았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나에게 일선에서 은퇴하라는 기별을 보내온 것이었다. 나는 이곳이 마지막 사목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은퇴하십시오.'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내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 줄 알았다. 몸도 건강해서 금경축까지는 무리없이 사목활동을 해 낼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 금경축을 본당 신자들과 함께 지낸 다음 은퇴하리라 마음먹었었다. 금경축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아직 더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는 1998년 10월 9일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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